한국 어머니들의 도시락 구원투수가 소세지라면 미국 부모들의 도시락 구원투수는 누가 뭐래도 땅콩버터와 잼 샌드위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빵에 땅콩버터와 과일잼을 슥슥 발라 샌드위치를 만들고, 사과나 바나나 한 개 넣어주면 그 날 도시락 완성인 거죠.그러다보니 어릴적부터 먹었던 추억의 맛 버프를 받아서 이래저래 많이 볼 수 있는 샌드위치이기도 합니다.
배경 음악으로 "Peanut butter and Jelly (링크)"를 틀어놓고 만들기 시작합니다.
First you take a peanut and you crack it. Crack it.
우선은 땅콩버터부터 만들어 봅니다. 준비물은 볶은 땅콩, 설탕, 소금, 그리고 땅콩 오일입니다.
땅콩은 껍질을 다 까서 준비합니다.
Then you take the peanut and you mash it. Mash it.
땅콩과 약간의 설탕, 소금 한꼬집을 넣고 푸드 프로세서에 돌려줍니다. 설탕 대신 올리고당이나 벌꿀을 넣기도 합니다. 이번에 만드는 땅콩버터는 어차피 잼과 함께 쓸거니까 설탕은 아주 조금만 넣습니다.
푸드 프로세서가 없을 경우 핸드 블랜더(도깨비 방망이)로도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안 해봐서 모르겠네요. 블랜더의 성능이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좋습니다. 이게 파워가 딸리면 땅콩이 곱게 갈아지지가 않아서 백날천날 갈아도 커다란 덩어리가 남곤 합니다.
땅콩이 갈아지는 중간중간에 땅콩 기름 두 스푼을 조금씩 상태 봐가면서 흘려넣어 줍니다.
굳이 땅콩기름이 아니라도 다른 식물성 기름으로도 만들어지긴 합니다만 땅콩 버터의 풍미를 제대로 살리려면 역시 땅콩만 들어가는 게 제일 좋습니다.
기름을 많이 넣으면 부드러운 땅콩버터가 되고 적게 넣으면 뻑뻑한 땅콩버터가 됩니다. 입맛에 맞게 조절해 줍니다.
만드는 중간 중간 맛을 본다는 핑계 대고 조금씩 떠먹어 보는데, 확실히 맛있습니다. 미드 "Lost"에서 임신 말기의 클레어가 이 땅콩버터를 너무나도 먹고싶어한 나머지 찰리와 함께 상상 속의 땅콩버터를 먹는 명장면도 보여주는데, 왠지 그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다른 일 하다말고 갑자기 냉장고 문을 열고 한 스푼 떠먹게 만드는 맛이네요.
완성된 땅콩버터는 뜨거운 물에 소독한 보관용기에 담아 보관합니다.
카버 박사(George Washington Carver, 1863~1943)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먹어줍니다. 원래 흑인 노예 출신이었던 카버 박사는 과도한 목화 재배로 인해 척박해진 남부의 농경지를 살리는 방안으로 땅콩 농사를 널리 퍼트린 인물이지요. 문제는 그 당시에는 땅콩의 활용법이 그야말로 심심풀이 간식 용도밖에 없었다는 거.
엄청난 양의 땅콩이 남아돌게 되자 카버 박사는 이왕 도와주는 거 끝까지 책임지자는 마음에서였는지 땅콩기름, 땅콩비누, 윤활유 등 땅콩으로 만들 수 있는 300여가지(!)의 물품을 발명합니다. 그 덕에 남부의 경제는 살아났고 카버 박사의 이름은 '위대한 발병가' 명예의 전당에도 올라 있지요.
아마 카버 박사가 아니었다면 PB&J가 아니라 그냥 B&J (버터와 잼) 샌드위치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버터와 잼도 나쁘지는 않지만 뭐랄까 PB&J에 비하면 조금 풍미가 부족한 감이 있지요.
다음은 포도잼을 만들 차례.
우리나라에서는 무조건 잼이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의외로 '젤리'라는 단어도 자주 사용됩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펀지밥"에서는 해파리(Jelly fish)에서 잼(Jelly)를 짜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요리책에나 등장하는 좀 더 격식있는 단어로는 보존 과일 (preserved fruits)이라는 말도 쓰지만, 이건 엄밀히 말하면 과일 절임류에는 다 해당되니 패스.
피넛버터 앤 젤리 샌드위치 (줄여서 PB&J)에 어떤 잼을 넣느냐는 개인 취향의 문제이지만, 이번에는 노래에 맞춰 포도잼을 만들어 봅니다.
준비물은 포도, 설탕, 그리고 레몬.
Then you take grapes and you mash them, and squish them.
포도는 알을 떼고 과일 세정제로 깨끗이 닦은 다음 냄비에 넣어 끓입니다.
물은 붓지 않고 포도에서 자체적으로 나오는 수분만으로 끓여줍니다. 충분히 끓이면 포도가 물러지면서 과육과 껍질이 분리됩니다.
어지간히 끓이고 나면 체에 받쳐서 나무 주걱 등으로 으깨며 즙을 짜줍니다.
사실 이 과정 때문에 다른 과일잼이 만들기는 좀 더 간단합니다. 딸기나 사과나 복숭아 등은 그냥 과육까지 통채로 넣어주면 되거든요. 반면에 포도는 씨와 껍질 때문에 이렇게 한 번 걸러줘야 합니다.
짜낸 포도즙에 설탕과 레몬즙을 넣고 졸여줍니다. 포도즙 절반 정도의 설탕과 레몬 반 개 분량의 레몬즙을 넣고 간을 봐가며 양을 추가해서 넣으면 됩니다. 단, 최종 결과물은 당도가 훨씬 더 높아진다는 것을 감안하고 간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점성이 우리가 흔히 보는 포도잼보다 훨씬 묽을 때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오면 훨씬 되직해지기 때문에 포도잼 수준으로 졸여버리면 나중에 너무 딱딱해집니다.
Then you take the bread and you spread it. Spread it.
식빵 두 조각을 토스트한 다음 땅콩버터와 잼을 넉넉하게 발라줍니다.
Then you take the sandwich and you eat it. Eat it.
우유를 곁들여 먹어주면 됩니다. 냠냠!
달달하면서도 고소하고 약간은 짭잘한 맛이 어우러집니다. 그래서인지 물리지 않고 자꾸 먹게 되는 샌드위치이기도 하죠.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e)"와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 (The Missing Piece Meets the Big O)"의 저자로 유명한 쉘 실버스타인도 이런 PB&J의 중독성을 잘 나타내주는 시를 지었습니다. 그 중 일부만 여기 옮겨보자면 (번역은 대충 했습니다):
I'll sing you a poem of a silly young kingWho played with the world at the end of a string,But he only loved one single thing—And that was just a peanut-butter sandwich.
바보같은 어떤 왕에 대한 시를 노래해줄게.온 세상을 지배했지만 그가 사랑했던 건 단 한가지-그건 바로 땅콩버터 샌드위치.
His scepter and his royal gowns,His regal throne and golden crownsWere brown and sticky from the moundsAnd drippings from each peanut-butter sandwich.
왕홀과 임금님의 법복,왕좌와 황금의 왕관,모두가 샌드위치에서 흘러나온 땅콩버터에 묻어갈색으로 물들어 끈적거렸지.
His subjects all were silly foolsFor he had passed a royal ruleThat all that they could learn in schoolWas how to make a peanut-butter sandwich.
신하들은 모두 멍청이 뿐.왜냐하면 왕이 통과시킨 법에 따르면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거라곤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만드는 방법 뿐.
He would not eat his sovereign steak,He scorned his soup and kingly cake,And told his courtly cook to bakeAn extra-sticky peanut-butter sandwich.
큼직한 스테이크도 먹지 않고, 수프와 케이크도 무시하고.왕이 그의 요리사에게 요리하라고 명령한 건엄청나게 끈적거리는 땅콩버터 샌드위치.
(후략. 나머지는 원출처(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땅콩버터를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잼도 당도가 높기 때문에 입에 물리지 않는다고 해서 주구장창 이것만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아닙니다.
하지만 불현듯 생각나는 메뉴이기도 하지요. 만들기가 쉽다보니 생각나면 곧바로 만들어 먹게 되는 메뉴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