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蘭향을 기다리며

푸른바다 |2004.01.18 13:53
조회 462 |추천 0

신 귀거래사 (新歸去來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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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蘭향을 기다리며

 

갑자기 닥친 추위 때문에 단풍나무아래 두었던 대엽 풍란과, 콩란과 아울러 자라는 소엽 풍란 석부 두 점을 실내로 들여 놓았는데 며칠 지나자 뜬금없이 대엽 풍란에서 녹색의 가는 줄기를 보드랍게 고개 내어 민다. 꽃 촉이다. 아마도 계절이 바뀐 줄 알았나 보다. 작년 여름에 풍란의 꽃을 보았는데 지금 한 겨울에 풍란의 하얀 꽃들을 보게 되는 행운을 만났다.

 

 

나는 난을 보거나 난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잊지 못할 씁쓸한 생각이 나서 애잔한 마음이 생긴다. 나는 화초를 좋아한다. 특히 난을 한 백여 분 키우다 보니 난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가히 자식을 키우는 정성으로 세심히 보살피며 키운다. 그러나 집착이다 싶을 정도의 배려와 지극정성도 한 순간의 판단 잘못으로 화가 되어 귀히 여기던 난들이 모두 죽어버리는 어이없는 추억이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시골로 이사 오기 전 이야기다. 내가 전에 살던 곳은 거제도와 태종대가 창문 밖으로 넓게 펼쳐 보이는 영도 동삼동 아파트에 살 때 일이다. 지겨운 도시살이를 끝내고 시골로 이사 가기 위해 아파트를 전세 놓았는데 새로 이사 올 아주머니가 베란다의 난과 화초들을 보고는 탐심이 발동되었는지 자기가 정말 정성껏 키울 테니 화초를 그대로 두고 가면 안 되나 하고 매달리 듯 말을 주었다.

 

 

나도 손이가지 않은 빈 집에 들어가는 이사이고 마당도 어수선하며 난실도 만들기 전이라 기분은 별로 탐탁하지 않았지만 달리 옮길 곳도 없고 하여 내심 한 두어 달쯤 보관하는 기분으로 억지 승낙을 하고 정말 애지중지하던 난 이삼 십여 분만 챙겨 이사를 왔다. 기초적인 난 다루기와 물 주기며 오전 중에만 햇빛을 보이고 반 음지식물이니 꼭 그늘을 만들어 주고 항상 통풍을 시킬 것이며 물은 가급적 실내 온도에 맞는 물을 줄 것이며..... 등등 세심히 타이르고 꼭 자식 두고 생이별하는 기분으로 이사를 왔다. 


시골집이 정리되고 제자리를 잡은 한 두어 달 뒤 그 집을 방문 하니 아뿔싸. 이게 웬일인가. 그렇게 눈에 삼삼하던 춘란들이 빈사 상태다. 절반은 벌써 소생불능이고 남은 절반도 시름을 앓고 있다. 한숨이 나왔다.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한 내 탓이다. 이 아주머니는 꾸미기와 보기만 즐기는 화려한 소유욕심의 사람이지 식물의 성장이나 발육, 생명의 가치에 대하여 초보적인 지식도 애정도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애란 인들을 보면 난의 관심을 두 가지로 나누어 취미로 삼는다. 꽃에 관심을 두고 즐기는 화 엽 감상과 잎에 관심을 두고 즐기는 잎 엽 감상으로 나눌 수 있다. 잎 엽 감상이란 잎사귀의 색깔이나 무늬의 변화에 감상의 주목적을 두는 것이고, 화 엽은 다양한 꽃 색깔을 즐기며 감상을 한다. 나는 소심을 비롯하여 홍화 황화 적화 그리고 그 중간색들……. 제법 많은 종류의 꽃 색깔을 갖춘 난을 키우고 있었다.

 

 

내가 모으고 채집한 난들은 모두 자생 란이다. 소위 말하는 춘란이다. 그 난들을 채집하기 위해 숱하게 산채도 다녔다. 남녘의 솔숲으로 심지어 섬들까지 별나게 다니며 모은 귀중한 난들이었다. 그렇게 귀하니 여긴 난들이 이 지경까지 간 것은 애초에 대중없이 맡긴 내 잘못이라 생각하니 나오느니 한숨뿐이었다. 지금 와서 땅을 치고 통곡한들 죽은 것이 다시 살아날 까닭이라도 있는가.

 

 

남은 몇 십 분을 수습하여 시골로 가져다가 그냥 나무 그늘아래 막 심었다. 막말로 니들 마음대로 자라라 하는 심정으로 심었다. 두 번 다시 난을 키우지 않겠다고 투덜거리며 난에 대한 집착을 끊었다.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법정스님의 무소유(無所有)의 참 뜻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준다.

식물도감을 살펴보면, 춘란은 보춘화, 녹란, 초란, 이월화, 산란, 난화 등으로 부른다. 전국의 숲 속 그늘진 곳에서 많이 자라는 난초과의 늘 푸른 여러해살이 풀이다. 춘란은 우리나라 전국에 걸쳐 잘 자라지만 주로 중부, 남부 지방에 널리 분포한다. 특히 서해안 지방에서 더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초 잎은 추운 겨울 눈 속에서도 날렵하고 푸르다.

 

 

겨울이 지나고 이른 봄인 2월경부터 뿌리에서 꽃대가 나와 꽃이 핀다. 식물도감에는 4~5월에 꽃이 핀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2월부터 남쪽 전남 해남 지방 및 완도 지방 등지를 중심으로 꽃이 핀다. 북쪽으로 올라오면 늦어도 5월쯤이면 꽃을 볼 수 있다.

 

 

봄에 꽃대가 올라올 때는 얇은 비늘과 같이 희거나 연분홍빛 투명한 막을 뒤집어쓰고 올라온다. 자라면서 곧 그 엷은 막이 터지는데 그 속에서 녹색의 꽃잎이 세 닢 나온다. 위로 한 개, 양 옆으로 두 개가 펴지며 가운데 부화관 사이에 암술과 수술이 달린다. 가운데 부화관 아래쪽에는 분홍색의 혈점 같은 무늬가 약간 있다. 무늬가 없는 것도 가끔 있다. 이것을 소심이라 부르는데 귀한 종류이다. 

목련나무와 감나무 석류나무 모과나무 그늘아래 팽개치듯 심었던 춘란을 낙엽을 걷어내고 보니 소박한 꽃대가 포기마다 서너 개 식 올라와 있다. 빨리 꽃이 피어 춘란의 은근하고 소담한 꽃이 보고 싶어진다. 그러나 다시금 생각해 보니 더디고 신산한 꽃피우기를 재촉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느릿느릿 시간이 간다 해도 때가 되면 거짓 없이 춘란 맑은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삶을 그대로 밀고 가련다 하고 꽃 피울 시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시간이란 상대적인 것이어서, 빠르게 사는 만큼 빨리 가고, 느리게 사는 만큼 더디 가는 게 아닐까 싶다. 어차피 꽃이야 필 터이니 내가 난 꽃이 빨리 보고 싶다고 때 아니게 피는 꽃은 아닐 것이고 또 계절을 넘기는 것은 아니니까…….

 

 

이제는 두 번 다시 분에 옮겨 키울 마음은 없다. 춘란의 꽃말은 미인이다. 그리고 춘란은 향이 없고 일경 일화이다. 손길 한번 주지 않아도 제대로 꽃대 올린 춘란이 봄처럼 상큼하고 대견스럽기만 하다.
       

                                                           김 명 수

 

                            




..




소심






복륜 소심






백화 소심






주금기화소심(朱金奇花素心)






주금화






기화(寄花)






한국춘란 홍화






한국춘란 홍화






한국춘란 자화






한국춘란 단엽종(短葉種)






한국춘란 원판소심






한국춘란 원판화 단군






한국춘란 두화(豆花)






한국춘란 두화






한국춘란 호복색화






새우란






새우란






두화소심(豆花素心)






제주한란






한국춘란 기화소심






한국춘란 설백복륜 소심






한국춘란 산채품






한국춘란 중투 소심






사초 중투






중투 복색화






제주한란






백운란 복륜






한구춘란 도홍색 복륜복색화






한국춘란 중투호






한국춘란 중에서 호피반(虎皮斑)






한국춘란 황화소심






죽백란(竹柏蘭)






夏蘭의 대표종, 玉花






부귀란 청해(靑海)






제주한란 중투






제주한란 단엽중투






대엽풍란 중투호






대엽풍란의 선천성 복륜






황화 소심






한국춘란 투구화






중국춘란 녹운






일본춘란 홍화 홍귀(紅貴)






일본춘란 만수(万壽)






대만보세 도희(桃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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