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회사가야지...미주씨....-
헉~~ 그런말을 이런 묘한 분위기에서 했어야 했단 말인가... 게다가 왜 귀까지 와서 속삭여?
자신이 무슨 반지의 제왕의 골룸 쯤으로 여기는지 뜨거운 입김이 귓불에 닿아 소름끼치게 말했다.
할말이 없다..
-그럼 내가 여기까지 와서 미주씨 하나 출근 못키겠어? 가자... 응?-
입도 열기 싫다. 괜한 농락을 당한 기분이랄까? 왜 저 인간앞에선 자꾸 내가 초라해지는것만 같은지..
행동 상황 등등 여러가지 요소들을 묘한 분위기로 이끌어가 놓고 무언가 기대하게끔 만들어 놓고
황당한 말로 사람 뒷통수를 치는지... 내가 정작 기분이 다운된건 뒷통수를 맞아 아파서가 아니라
기대에 대한 실망감인것 같다.
그는 나를 회사 정문에 내려주고 다시 교육받으러 갔다.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미주야.. 왜그래? 요새 얘가 자주 멍때리네..-
-아무것도 아니예요..-
-옷도 쫘악 뺴입고 ... 소개팅 꺠졌어? 그럼 언니랑 술한잔 먹을까??-
-훗훗 언니도 참.. 이번주는 금주의 주라면서요...-
-어...엉? 그랬나? 야 그래도 이 언니가 회사동생 속상한데 기분 한번 못 풀어 주겠냐..-
-강미주씨....-
회의실에서 삼식이처럼 생긴 얼굴만 뺴꼼히 내민 김이사가 날 불렀다. 복사 심부름 아니면 커피겠지..
-네.. 이사님..-
-아~~ 여기 회의 하는데 목이 타네...-
목타면 물을 섭취해주면 될일을 목이 탄다고 커피를 먹는 종족들 .. 참 이상도 하다.
-몇 잔 드리면 되요?-
-9잔.. 땡큐..-
쟁반을 들고 자판기로 향하는 나를 김이사가 다시 부른다.
-미주씨.. 저기 난 물 좀 많이 부어줘.. 알지? 내스탈~~-
줸장~~ 그 스탈 벌써 커피 시킬때마다 들어서 귀에 딱지 앉고 떨어지고 골백번은 했겠다.
쟁반가득 커피를 뽑아들고 물을 더 넣어 오라는 김이사 커피에 정수기 위에 있는 커피 스푼 담그는
여러가지 부산물이 섞여있는 그 물을 몇 스푼 넣었다. 간간이 건더기도 보이는게 커피 참 맛있겠다.
참고로 그물에 들어있는 부산물은 커피 찌꺼기.. 미숫가루 덩어리.. 유자차 찌거기..등이다.
커피를 회의실에 갖다 주고 자리에 오니 김대리가 내 핸펀을 받고 있었다.
-어.. 왜 끊지? 번호 뜨는거 보니까 임승우씨 던데...-
-그래요?? 잘못 걸었나보죠.. 모..-
-그런가. 하긴 임기사가 미주씨한테 전화할일이 없으니까..-
'얄미운 자식.. 말도 참 예쁘게 한다. 근데 왜 전화했지? 정말 잘못 눌렀나...-
알러뷰!알러뷰! 문자 도착..
『전화도 안받고 어딜간겨..오늘 몇시에 끝나?』
그였다. 평소같으면 이런문자를 보고 나한테 데이트 신청이라도 할려나 하는 생각이 들테지만
이젠 아니다. 또 날 데리고 실없는 짓하거나 교육 중에 심심해서 그런거 겠지...
잠시 후 문자하나가 또 왔다
『헐~~ 씹넹.. 날 거부하는건가? 』
거부라니.... 이상한 분위기로 이끌고 가는 그에게 빠져들지 않기 위해 곧장 답장을 보낸다.
【 거부는 무슨 거부.. 퇴근 시간은 왜?】
나도 이젠 반말로 대하기로 했다. 기분 상당히 통쾌하다. 일종의 희열인가.. 나도 이젠 그에게 엉뚱함과
동시에 버릇없음으로 승부하기로 맘 먹는 순간이다. 곧 흥분의 답장이 도착하겠지...
알러뷰!알러뷰!
'그럼 그렇지. 임승우.. 생각보다 단순한걸..-
『 반말하니까 좋다. 이따가 나랑 가볼때가 있어. 시간내. 약속있어도 안돼..』
왜 반말하는냐고 할줄 알았던 그가 반말하니까 좋다... 그는 역시 선수도 상당한 고단수다. 왠지 케이오
당한 기분이 날 엄습한다. -,.-
8.
-여자들은 말이지.. 다 속물이야.. 안그래?? 돈 있어야지 차있어야지 얼굴 잘나야지 ..안그래?-
-헉.. 남자들은 안그래요? 여자 얼굴 일순위고 몸매도 되야 하고 요샌 직업없는 여잔 취급도 안하잔아?-
나는 어느새 그와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가볼때가 있다던 그는 날 서울로 데려왔다.
인천에서 스물셋 평생을 살던지라 서울에 와본데라곤 롯데월드,코엑스,여의도,대학로,동대문이 다였다
그는 나를 무궁화 몇개짜리 호텔 지하에 있는 상당히 럭셔리 해보이는 bar에 데려왔다.
이름도 모르는 고급 양주에 그가 점점 취해 가고 있었다. 서울지리도 잘 모르는데 그가 취하면 난
속수무책이었다. 운전도 할줄 모르고 인천가는 길에 모르고 오로지 지하철로만 가는 방법을 아는데
시간을 보니 이미 막차는 몇 시간전에 끊겼다.
-가요~~ 집에 갈수 있겠어요?? -
대답이 없다. 여간해선 당황하지 않는 천하의 강미주.. 어쩔줄 모른다.
혼자 부축하기엔 그가 너무 취해 있었다. 나비넥타이가 돋보이는 지배인이 내 표정을 읽고 로비까지
같이 부축해 주었다. 그리고 세심히도 모범택시 문까지 열어준다. 태어나서 처음 타본다.
-어서오십쇼.. 어디로 모실까요?-
택시기사가 묻는다. 슬쩍 앞좌석을 보니 신용카드도 결제가 되는 모양이었다. 왠지 다행스럽다.
-아... 저기 아저씨 인천 가실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정확히 인천 어디로 가면 됩니까?-
-저기. 주안... 아니 잠시만요..-
주안은 우리집이다. 그의집을 난 모른다. 또 하나의 난관이 날 가로막았다.
-우선 주안으로 가주세요 주안역이요...-
-예. 그럼 출발합니다.-
택시가 부평을 지나 주안에 가까워 가는데도 그는 인사불성이었다. 택시요금을 보니 장난이 아니다.
에라.. 모르겠다. 그의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다. 어차피 그땜에 이런일 생긴것 아닌가..
-자 다왔습니다. 근데 남자분 부축하실수 있겠어요? 댁에 전화라도 하시지..-
-네?? 아... 저기 계산 해 주세요?-
그의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전표에 서명을 하고 내 핸드백 챙기고 그를 어깨에 기대게 하고 내리느라
정신없다. 오긴 왔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그를 어디가 데려다 주고 가야 할지..
-....미주야~~~..-
술취한 그의 입에서 내이름이 흘러 나온다. 미주야???
좀 정신을 차린듯 싶어 그를 흔들었다
-정신 좀 차려봐요. 집 어디야 집... 나 진짜 미치겠네...-
주위를 둘러 봤다. 온통 유흥가 뿐이다. 내가 아무리 힘이 좋은 강미주라지만 술취해 축 쳐진 남자를
부축하고 어딜 간다는건 예초부터가 잘못된 계산이었다.
순간 내눈에 간판하나가 들어온다.
로망스...모텔...
'그래 저기야.. 저기다 눕혀놓고 난 집에 가자... '
작년에 12월 31일 친구들이날 마지막 날이라고 서너명에서 들어가서 자보고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처녀가 술 취한 남자데리고 모텔에 당당히 들어가긴 쉽지 않은 일같다.
난 망설이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저... 아저씨.. 방 하나만 주세요...-
-온돌로 드리까... 침대로 드리까...-
-치...침대요..-
-자.. 302호요... 엘리베이터는 저쪽이고 3만 5천이요-
떨리는 손으로 방키를 받아들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왠지 죄짓는 기분이 들어 그를 흠뻑 때려주고 싶다
'휴우~~'
간신히 방까지 그를 끌고와 침대 눕혔다. 찜질방에 온것 같다. 한여름밤에 술 취한 남자를 부축해
움직인다는건 정말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그의 신발을 벗겨주고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그가 내손을 잡았다.그리고 나지막히 말했다
-미주야.. 가지마...-
가슴이 철렁한다. 이 사람 대체 ....
아무생각도 나지 않는다 머릿속이 새하얗다...
-가지마... -
그가 날 끌어당겼다. 그리곤 순식간에 나의 입술을 훔쳤다.
'웁...~~'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반항했지만 그의 입술은 굉장한 흡착력으로 내 입술을 마구 훔지고 있었다.
간신히 그를 밀어내자 그가 다시 날 안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날 처음 안아보는 사람이 아닌것 처럼
당연하다는 듯 내 가슴속에 손을 집어 넣었다.....
토욜에 열심히 썼는데 서버에러로 글이 날아가 버려서 더이상 쓸수없었슴다..
이해해 주시구요..
소수지만 제 글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 생각해서 끝까지 노력할께요..
다음회 제 5 화 - 오해 도 많은 기대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