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부입니다. 익명의 힘을 빌려 조언을 구하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예랑은 저보다 두 살 많고요, 저는 서른, 예랑은 서른둘입니다.
연애는 2년했고요. 그런데, 제가 요즘 고민이 생겼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전형적인 시집살이를 경험하신 분입니다. 심지어 전 아버지가 안 계십니다. 10년전에 돌아가셨는데 아직도 엄만 아버지만 생각하면 이를 가십니다. 그래서 항상 저한테 말씀하십니다.
넌 절대로 '우리아들, 우리아들' 하는 집안에는 시집가지 말라고.
그런데 저희 예비시모가 딱 그런 분입니다. 뵐 때마다 예랑을 아이고 '우리아들' 이라고 칭하시고,
항상 입만 열었다 하면 아들 칭찬만 하십니다. 제가 들은 것만 해도 어마어마해요. 이번에 인사 드리러 갔는데 진수성찬을 차려 놓으셨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나중에 예랑한테
"어머니 뭘 이렇게 많이 차리셨대? 나 때문에 너무 무리하신거 아니야?"라고 물었는데,
예랑 왈...원래 자기 집에선 그렇게 먹는게 일상이랍니다. 기본 찬가지가 거의 열다섯은 돼 보이던데..
더 찝찝한 건...예비시부께서 좀..무뚝뚝하세요. 어머니께서 밥을 차렸는데 그냥 숟가락 들고 드시기만 하시더라고요 아무 말없이. 국 다 드시고 나서 진짜 국그릇 들고 '국!'딱 한마디 하시는거 보고 놀랐습니다. 어머닌 대뜸 일어나서 국그릇 들고 주방 가시고요...
결혼 결정 내리기 전에는 제가 붙임성도 적어서 굳이 예비시부모님 댁에 자주 인사 드리러 가고 그럴 필요성을 못 느껴서 이번에 그런 모습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 전 좀 흠칫했어요 솔직히 저는 결혼하고 일 그만둘 생각도 없고 맞벌이하면서 밥 꼬박꼬박 정성들여 챙겨줄 자신이 없는데..어머니가 진수성찬 차려주는게 일상인 예비신랑이 투정을 안 부릴수가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저를 마음에 안 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이고 그러진 않으세요.
인사갈 때마다 웃으면서 맞아주시고 그러시거든요
예랑도 지금이야 저한테 결혼하면 손에 물 안 묻힌다 고생 안시킨다 그러죠..근데 가정환경이 무시할게 못되잖아요...
딱 보고 느낌이 오더라고요..아 우리 예비시어머니,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남편 때문에 아들만 보고사셨구나.
그 전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긴 부분들인데 정작 결혼을 앞두고 나니 하나둘씩 보이는게 많아지더군요..제가 너무 아둔했던건지.
주변에서 결혼하기 전엔 잘해주시다가, 결혼하자마자 이것저것 마음에 안든다고 시집살이시키시는 시어머니 경험담이 한둘이 아니라 너무 불안해요..
어떤 분들은 이제 가족될 사인데 너무 못 믿는거 아니냐 욕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거든요..솔직히 내 남편될 사람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내 남편될 사람의 부모님이 어떻게 제게 그렇게 쉽게 소중한 존재가 되겠어요 결국 남의 부모는 남의 부모잖아요 그건 예랑도 마찬가지일거고.
이번에 접한 부분들을 생각하니 혹여나 말로만 듣고 티비에서만 보던 사연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결혼이 망설여지는데..어떻게 생각하세요?
자기일은 자기가 더 모르고 남들이 봐야 안다고 전 도저히 판단을 못 내리겠거든요..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만약 결혼하면 고생길 열리는건지, 아니면 제가 너무 과민반응인건지 조언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