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도 안나고 막 엄청 슬프진 않은데 계속 아릿아릿하네요.
끝이라서 다행이에요.
글로 정리를 하면서 마음을 다시 정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글이 길어질 것 같은데 양해해주세요.
편의상 말은 편하게 할게요.
1년 8개월을 사겼다.
그 동안 너무 행복했고,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신의 모든 점을, 단점마저도 작게 포장해서 사랑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잘 맞는 게 아니라 내가 너무 잘 맞춰줘서였나보다.
주말은 항상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어하던 집돌이었던 삼십대 중반의 당신과
집순이이긴 하지만 세상 궁금한 것도 많고 가끔씩 바깥 구경도 하고 전시도 보고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어했던 이십대 중후반의 나는 사실 맞지 않았다.
참 웃기다. 집착도 서운함도 그다지 토로하지 않고 당신에게 바라는 점도 많이 없었던 내가
그래도 100일과 1주년 기념일은 챙기고싶다고 할 때 당신은 많은 기대를 하게 하고 가슴을 부풀게 만들어놓곤 그저 흐지부지 넘어갔었지.
8개월 쯤 사겼을 때였나. 딱 한 번, 크게 화를 냈었다.
굳이 기대하지도 않았던 걸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면서 기대를 하게 하고 결국 약속을 지켜야 할
시점에 또다시 흐지부지 넘어가려는 당신에게 화를 냈었다.
그 다음 날 연락이 두절됐고 당신은 내게 전화로 이별을 고했지.
그럼 그 때, 울면서 잡다가 결국 포기하면서 정리를 하고 있는 내게
헤어지자고 한 지 5분만에 헤어지잔 말 취소할 테니 받아줄래 따위의 말을 하면 안됐었다.
그 후 6개월이 지났을 때, 집 안에서의 데이트로 지루해하던 내게
당신은 두번째로 이별을 통보했다.
1주년은 챙기고 싶었다고 서운해하고, 2달 간 집에서만 데이트하기 싫다고 서운해하는 내게
답답해진다면서 차갑게 잘라냈다.
난 그 때 왜 미련하게 한 달 동안 세 번이나 찾아가고 연락해서 붙잡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한 달만의 재회에 설레였고, 또 다시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난 달라지려고 했다. 가고싶었던 여행도 혼자 가겠다고 했고,
당신도 나름의 노력을 했던 것인지 내 여행에 기꺼이 따라오겠다고 했다.
재회 후 집에서의 데이트에 지루하다고 얘기한 적도 없다. 당신이 혼자 폰게임을 하고,
잠이 오면 자고, 밥 먹으면서도 야구를 보고 있어도 당신에게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러다 서운함이 밀려올 때 즈음엔, 게임을 하고 있는 당신의 품에 파고들어 나를 봐달라는
눈빛을 보냈을 뿐이다.
그 전의 연애에서 배워왔던 것이 나름 많기에
난 당신을 답답하게 구속한 적도 없고 서운한 걸 뾰족하게 표출하지도 않았다.
다만 내 잘못은, 당신의 결에서 방치되어 있으면서 언제나 대기 상태로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어느 순간 나는 당신의 곁에서 말라갔다.
이게 권태기인 건가 싶었다.
평일 하루의 연락은 10분도 채 안되었고, 난 굳이 어떤 말을 꺼내고 싶지도 않았다.
한창 서로 사랑에 대한 얘기를 속삭일 때
난 오래 사귀어 편해지더라도 일말의 설렘이 없으면 안된다고 했고
당신은 사랑은 결국 편해지는 거고 권태기가 올 때쯤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음이 없는데 어떻게 노력하냐고 묻던 내게 당신은
사랑이 노력없이 될 것 같냐는 명언을 남겼다.
그 한 마디의 말만 믿었다.
서운함이 밀리고 밀려와 마음을 가득 채운 지난 주말에도
난 그 원인을 내게서 찾고는 많은 것을 준비했다.
술을 잘 못마시던 당신이 술에 취해 하루 종일 연락이 안되고 있을 때도
난 내 말라 비틀어져가는 감정을 일으키려 많은 준비를 했다.
그래, 내 마음이 지금 너무 아프고 지친다면 당신 또한 그렇게 느낄테고 힘들겠지.
그러니 어떻게든 스스로 서운함을 걷어내고 밝아져야지, 하는 마음으로
집을 대청소하고 숙취가 있을 당신을 위해 약을 사놓고 떨어졌다고 하던 생필품을 챙겨놓았다.
집에 오고 있다는 당신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이미 그 전에도 두 번이나 들은 목소리였다.
우산을 쓰고 마중나간 내게 당신은 바로 이별통보를 했다.
이번엔 다른 여자한테 마음이 간단다.
그 여자를 좋아하는 지 아닌지 확신은 안서는데 확인을 해보고 싶고,
그 전에 너와 헤어져야 너한테 덜 상처 줄 거라고 했다.
마지막으로는 그래도 나쁘게 헤어진 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개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5일이 지났다.
그 동안 이상하게 눈물이 안났다.
지난 번 헤어졌을 때처럼 보고싶어 죽을 지경도 아니다.
마음은 아직 당신을 보고싶어하고 당신이 나를 사랑했을 때의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머리는 너무나 차갑게도 이제 진짜 끝이라고 한다.
사랑에 설렘이 다가 아니라고 하던 당신은 설렘을 향해 떠났고
난 사랑은 노력해야한다는 당신의 말을 끝까지 지켰다.
이제 당신한테 서운하고 미워서 슬픈 게 아니다.
그냥 당신이라는 행복했던 기억을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더럽게 만들어버린 당신에 대해 실망할 뿐이다.
같이 있을 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함께 할 때의 난 계속 당신의 눈치를 살피고 내 스스로를 작게 만들었지만
헤어지고 난 후의 내 자존감은 조금씩 커져가고 있다.
말라비틀어진 스펀지였던 내가 조금씩 물이 채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언젠간 당신에게 연락이 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연락이 안왔으면 좋겠다.
그저 이렇게, 당신이 멀리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당신은 너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