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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극복 팁

Dawn |2016.11.02 13:02
조회 8,303 |추천 32

근 1년 만이네요. 그리고 이곳은 여전하네요.

이별의 아픔에 사무쳐있는 분들께 전해주고픈 말이 있어 이렇게 익명의 힘을 빌려 글을 씁니다.

 

먼저 이목을 끌 수 있는 제목에 대해선 죄송합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별에 있어 팁 같은 건 없어요.

사람마다 감내할 수 있는 짐의 무게가 다르고, 저마다 겪어온 경험, 환경, 가치관이 다르기에 이별 앞에서의 팁이란 건 당장에 효력이 있을지언정 시간이 지나면 무력해지죠.

 

주변 사람들이 입 모아 말하는 슬픈 노래는 듣지 마라, 집 안에 있지 마라, 연락하지 마라 등의 조언들은 네, 맞는 말이에요. 우리를 슬픔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 해주는 무수한 조언들, 그렇지만 그들의 조언처럼 우리의 이성이 감정을 지배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별 후에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같아요. 자괴감, 박탈감, 회의감, 죄책감.

 

메마른 땅을 혼자서 걸어가는 그 느낌.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곳을 겉도는 그 느낌. 말로 형용할 수조차 없는 이 좌절감을 과연 무엇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극복할 수 있긴 한 걸까요? 그들의 조언은 잠깐 동안에 슬픔을 지우는 것밖에 되지 않아요.

 

그저 충분히 슬퍼하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충분히"라는 뜻이 마음에 와 닿지 않을 겁니다.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가 "충분히"라는 것일까. 앞으로 얼마나 슬퍼해야 하며 얼마나 힘들어해야 하는 것일까. 누군가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물어보고 싶겠지만 답은 본인이 가장 잘 알 거예요.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상대에게 주고, 이번 생에 다신 없을 그런 사람을 열렬히 사랑했다면 그만큼 이별도 힘이 들겠죠. 이렇듯 이별은 자신의 남은 마음을 모두 배출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상대를 붙잡기 위해 더 매달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상대를 잊기 위해 친구든 술이든 당장에라도 몰두할 수 있는 곳에 마음을 맡기고, 또 어떤 사람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속이 문드러져서 썩을 정도로 담아두죠. 네, 모두가 옳은 과정이에요.

 

4년 전쯤 정말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당최 무슨 정신으로 집에 왔는지 몰랐던, 그런 때가 있었어요.

 

저녁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참으며 걷는데 순간 길거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밟혔죠. 두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연인들부터 지긋이 나이를 드신 어르신들까지. 저들도 살면서 한 번쯤은 겪었을 이별을 어떻게 이겨낸 것일까, 어떻게 지금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한순간에 들면서 세상에 나만 이러고 있는 것 같은 슬픔에 결국 그 자리에서 위태하게 참아왔던 눈물이 터졌어요. 그 뒤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슬퍼했던 것 같아요.

 

한 번은 괜찮다가도 바닥으로 내리치는 우울함에 잠에서 깼던 적이 여럿이었고, 길을 걷다 그 사람의 비슷한 뒷모습이라도 보이면 발걸음을 멈춰 목메였고 그렇게 슬픔이란 슬픔은 모두 곱씹으며 지냈어요. 그러다 시간이 흘러 정말 이제서야 숨이 좀 트인다고 느낄 때쯤, 만약 그때 그 슬픔을 외면했더라면 난 지금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파고들더라고요.

 

저같은 경우에도 제가 정말 많이 매달렸던,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문자를 남기고, 손수 편지를 쓰고, 찾아가기도 하고 길이길이 남을 흑역사지만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엄청난 후회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한편에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매달리는 와중에 극도로 진저리를 쳤던 그 사람은 결국 헤어지고 7개월쯤 돼서 연락이 왔어요.

 

몇 안 되는 연애를 하면서 제가 감히 느낀 건 제가 붙잡든 붙잡지 않았든, 먼저 이별을 고했든 고하지 않았든, 차였든 차이지 않았든 다가오는 모든 결과는 정말 그랬어야만 하는 결과로 남게 된다는 거예요. 이별은 정말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절망스러운 과정이지만, 이 과정 덕분에 우리는 조금 더 성숙해져요. 사람을 보는 안목을 길러주고, 정신적으로 노련해지고, 조금 더 단단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게 만들어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언제 어디서든 우리 앞에 나타나겠죠. 지금 슬퍼하는 이 과정도 삶에 있어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한 부분일지언정 절대로 사소치 않은 소중한 부분이죠.

 

마지막으로 여기 계신 대부분에 분들이 바라는 재회. 재회를 했든 하지 못했든 저는 모두가 옳은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그저 일말의 후회를 하고 싶지 않기 위해 현재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뭐든 좋아요. 정말 그 마음이 향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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