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편지쓰는 것 참 좋아하던 내가 아주 오랜만에 너에게 편지를 쓰네
우리가 헤어진지 아주 오래지나지도, 아주 조금 지나지도 않은 지금이야
나는 지금 달리는 ktx안에서 대전을 지나고 있어
ktx를 타고 시간은 많고 할일은 없으니 쓰는 것 이기도 하고, 우리의 마지막이 떠올라서 이기도 해
우리는 아주 우연히 만나게 됫지
우리가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갈께
나는 우연히 만난 너를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아주 많이 좋아하고 있었어
물론 그 사실은 나도 우리가 헤어지고 나서야 느끼게 됬지ㅋㅋ
나는 니가 잘생긴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니가 세상에서 가장 멋있다는 생각도 한적은 없는 것 같아ㅋㅋ
그래서 인지 나는 콩깍지가 씌여있지 않다고 자부했는데 아주 단단히 씌여있었어
나나 너나 둘다 어린 나이에 만났고 지금도 여전히 어리지만, 그때는 더 어렸으니 우리의 연애는 어쩌면 엉망진창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고, 울고불고, 그래놓고 조금 뒤에 다시 화해하고
나는 너를 만나게 된 뒤로 많은 것이 변했어
나는 감정이 매우 앞서는 성격인지라 이때까지는 남자친구랑 싸우게 되면 화가 먼저 올라와서 울기만 하고 아무말도 안하고 삭히는게 습관이었는데,
어느날 니가 그랬어
그렇게 삭히면 너만 아파
나는 니가 삭히는지도 모를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다 말해줘
그말은 나에게 감동이었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어
처음부터 고친다는 것이 정말 힘들고 힘들었지
화가 나기만하면 눈물부터 차올라서 처음에는 여전히 삭히기만 하다가, 사귀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싸우는 횟수도 늘어나고, 그러다보니 쌓이는게 많아지니 나도 더이상 못참겠는 부분이 생기면서
싸울 때는 아주 서로를 잡어먹을듯이 살벌했다가 화해하고는 누구보다 사이좋아서 주변에서 이상하다고 하는 그런 커플이었지ㅋㅋㅋㅋ
그덕에 내 다음 남자친구는 따박따박 잘따지는 여자친구를 얻게되어서 아주 피곤하겠지ㅋㅋㅋ
암튼 그렇게 길고도 험난했던 연애가 끝나는 것은 한순간이었어
어리석은 나는 점점 너에게 바라는게 많아져갔고,
나는 너와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 좋겠고, 같이하고 싶은 것들 투성이인데, 너는 매일 바쁘고, 피곤해하고, 나는 그것을 이해해줄 그릇이 되지못했어
그렇게 서로가 지쳐가던 중에 니 직장이 타지로 발령이 나게 되었지
그것도 꽤나 멀리
이 좁은 땅덩어리안에서 멀어봤자 얼마나 멀겠냐만은, 거리보다도 여전히 학생인 나에게는 너를 보러가는 교통비는 부담스러운 가격일만큼의 거리였고, 니가 나를 보러오기에는 여러 제약이 많은 그정도의 거리였다고 해두자
발령이 나게된 날
너는 조심스럽게 나를 불러내어 멀리 발령이 나게되었다고 한달도 남지 않았다고 차분히 말해줬어
너에게는 좋은 일이었고, 좋운 기회가 된다는 것을 머리속으로는 알고 있는데,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이 충격이었는지 나는 선뜻 축하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어
그날은 그렇게 헤어졌고
며칠동안 만나지 않으면서 너는 차분히 생각을 했겠지
가까이 있어도 보채기만 하는 나를
더 멀어지면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거 같아
그리고 너는 나한테 차분히 말했어
우리가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근데 지금은 자기가 더 바빠지게 될것이고, 나는 그것을 이해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서로가 여전히 좋을 때 지금 끝내자고
그말을 너는 내얼굴을 보고는 끝내 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 뒷모습을 보며 전화상으로 털어놓았어
나는 전화상으로 털어놓은 니가 너무 야속했고,
무엇보다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이 너의 친구들과의 만남자리였으니 더 야속했다
너의 친구들과 어울려노는 내모습이 이제 얼마나 바보같이보일까
몇시간 뒤면 헤어질 여자친구가 하하호호 웃는 모습이 다른 사람눈에 얼마나 우습게 보이게 될까
나는 어쩌면 수치스러웠어
그래서 화만 내고 전화를 끊었어
그리고 밤에 자려고 누우니 그제서야 실감이 났어
내가 원하는 것은 이게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여전히 너를 너무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지금 생각해보면 좋아함보다도 이별하기 싫은 마음이 컸어
너도 알다시피 나도 상처가 좀 있는 사람이니까
결국에 우여곡절끝에 장거리연애를 결심하고 너는 발령난 곳으로 이동을 해서 갔지
나 역시도 바빠질 것이었기 때문에 니가 발령이 나서 멀리가게된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야
니가 나와 같이 있었다고 한 들
예전보다 더 못만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지
그렇게라도 헤어지고 싶지않았어
니가 간뒤로 우리는 일주일도 채우지 못하고 헤어졌어
알고있니?
니가 간 며칠동안 나의 생일도 있었고,
여러 기념일들이 몰려있는 시기였으니
나는 너에게 서운함 투성이였어
나는 생일에 그 흔한 손편지 한통이 정말 그리웠거든
나와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니가 야속하기보다는
나와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하는 마음이 담긴 편지가 그리웠어
너의 관심이 그리웠어
나의 기대가 우습게도 너는 그흔한 편지한통은 커녕 생일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도 없었어
그제서야 알겠더라
1년 전 생일에도 니가 같이 있어주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나를 외롭게 만들지는 않았거든
정신이 바짝드는 순간이 그때였던 것 같아
그렇게 우리는 다시 헤어졌어
그리고 다시는 우리가 아는 사이도 될 수 없게 선을 그었어
내가 바라는 것에 그것이였고, 너 역시 동의했지
그 연애는 실패였어
너 때문만도 아니고, 나 때문만도 아니지
그저 어린 우리가 만나서 엉망진창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해
너와 헤어지고 한동안 힘들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 않고 웃고 떠들고,
니 얘기를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아졌어
다행스러운 일이지
좀 더 오래걸릴줄 알았거든
우리가 만난 시간에 비하면 생각보다는 빨리 괜찮아 진 것 같아
나는 이제는 너를 미워하는 사람 중에 하나야ㅋㅋ
근데 미운정같은게 있는지
가끔은 궁금하더라
니가 어떻게 사는지, 여자친구는 생겼는지
그런 것들이ㅋㅋ
너는 나를 어떤 여자로 기억하고 있을까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지 않을까?ㅋㅋ
올해가 다 끝나가는데, 너는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더라
나도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어
잘지내
그리고 다시는 너에게 편지쓰는 일은 없을꺼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