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어떠한 방식으로든 내 이야기를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그것이 말로써 전해질 수 있기를 애타게 바랬지만,
안타깝게도 예상을 비켜가지 못하고 글이다.
더 이상 시간이 지나가지 않기를 빌어왔다,
애매모호한 상태라도 널 볼 수 있는 매일이 좋았으니까.
지친 모습의 너를 보며 그냥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기도 했다.
수능이라는 무거운 짐을 덜고 나면,
혹시나 정말 혹시나
나에 대해 궁금해 할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바로 어제.
너의 디데이가 끝났다.
그리고 오늘부터
나의 디데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왔으면, 진작에 왔겠지.
내가 궁금했다면, 어떻게 해서든 말을 걸었겠지.
다 아는데.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건 희망으로 위장한 미련이겠지.
너는 나한테 아쉬울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인걸 아는데도.
별다른 교류, 상호작용 같은게 없었으니까
당신과 나는 그저 복도를 지나가며
서로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게 전부였다.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서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데,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지.
아마 그런게 많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당신이든, 나든.
전에 멋모르고 연숲에 글을 보냈는데.
이젠 그런 자신감도 솟질 않는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담담하게, 담백하게 적어보려고 했는데,
모르겠다.
200일 정도의 시간을 고작 내가
글자로 다 풀어내기 어렵겠지만,
쌓인게 있다면 하나라도 덜어내고 싶은 마음에.
펜을 들었다.
당신을 처음 본 건 작년의 가을에 열렸던 한 교내대회.
내가 처음 썼던 녹색의 포스트잇을 기억한다면
대략 예상했을 거다.
운 좋게, 예선부터 시작해서
몇 번의 리허설은 물론이고 본선까지 볼 수 있었다.
참 신기하지.
아무리 배꼽잡게 하는 웃음포인트가 있었어도
몇 번씩 보다보니 질려서 심드렁했는데.
네 차례를 왜 그렇게 손꼽아 기다렸는지.
내 취향과는 아주 거리가 먼,
쿵쿵거리는 비트와 알 수 없는 영어가사들로 꽉 찬
네가 부른 노래.
아직도 플레이리스트 맨위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걸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솔직히, 대회가 끝나고 나서
당신에 대해 잊었다.
이유모를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기는 한데,
자연스레 기억속에서 옅어졌다.
시시각각 쉬는시간마다 마주치는 사람.
오늘 학교에 오긴한건가 싶을 정도로 보기 힘든 사람.
대략 두 부류로 나뉘는 우리학교 특성상,
당신은 후자에 속했으니까.
‘Out of sight, Out of mind’
정작 필요한 지금은, 내게 예외가 적용되는 것 같지만.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아주 작은 호감.
그렇게 끝일줄 알았지.
그런데 그건 그냥 네 착각일뿐이야, 라고 말하듯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확실하게 기억에 새겼다.
지금은 아주 가끔가다 볼 수 있는
눈이 휘어지도록 웃는 모습을.
넋을 놓았다가,
가슴께에서 달랑거리던 학생증을 본 건 그 다음.
당신과 잘 어울리는 이름을
몇 번이고 속으로 곱씹어 보았다.
너의 웃음을 닮은 맑음이
고스란히 일기장에 남아있었다.
학번의 맨 앞자리가 바뀌었다.
나는 인연, 운명 이런거 되게 잘 믿는 팔랑귀다.
어쩌다보니 옆교실을 쓰게되어 마주칠 일이 잦았고,
어쩌다보니 집방향도 같다는 걸 알았다.
그 외에도 사소한 것이지만
이것저것 공통분모를 찾게되면서
그냥 문득 궁금해졌다.
봄내음에 홀려서
단순히 연애를 하고싶었던 게 아니라,
너라는 사람이 알고싶었다.
학교를 오지 않는 다른날에는
어디서 무얼할까 궁금했다.
전에는 그렇게 손꼽아 기다렸던 주말도,
가끔가다 껴 있는 평일의 휴일도
괜히 원망스러워졌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보니,
당신은 내 일상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고.
더이상 풍경 속 일부가 아니었다.
한사람에 대한 사소한 호기심인걸까, 아니면 관심일까.
스스로 자각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
여태 어지간히 쳐다보았구나 싶었다.
금세 내 마음의 형태를 눈치챈 것 같았거든.
내 딴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 힘들었다.
철판을 천장만장이라도 깔고서
밝게 웃으며 인사해볼까 수천수만번을 고민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어떠한 상상에 잠기던
당신과 내게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는 거.
말이 좋아서 학교의 선후배지,
현실은 말한다. 그건 ‘남’이라고.
그 한글자가 어찌나 밉던지. 아마 당신은 모르겠지.
엄청 고전적인 방법으로, 호감을 표현했긴 한데.
당신이 먼저 말을 거는 일은
하늘이 두쪽으로 갈라져도 없을 것 같아서
이러다가는 끝까지 말한마디도 못해보겠다 싶어
젖먹던힘까지 끌어모아 용기를 냈다.
긴장이 최고조에 오르면,
입술은 물론이고 입속까지 바짝 말라버리는 것.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네 귀에도 들릴까 걱정되는 것.
뻔하디 뻔한 말들이라고 생각했다.
글로만 읽어오던 것을, '아, 이런거구나-'
당신을 부르면서,
왜 이런말들이 빈번하게 쓰였던건지 여실히 깨달았다.
한낱 글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었으니까.
목소리를 내었고, 당신에게 닿았고,
스쳐지나가는 눈길이 아니라,
당신은 온전하게 나를 봐주었다.
비록 당신의 걸음을 따라잡느라
애써 정리했던 머리는 잔뜩 흐트러진채였고,
기껏 뿌린 섬유탈취제는 바람을 따라가버렸고,
호흡도 정돈되지 못했고.
집에와서 이불킥을 날리긴 했지만, 다 좋았다.
정류장에 단 둘만 내리는 것이 오랜만이었던 5월,
어느새 봄의 끝자락이었다.
학교에 와서 가장 많이 하는 말, 그 중 하나.
‘집에 가고싶다’ 학교탈출을 외치며
제발 집에 보내달라고 너스레를 떨었어도
줄곧 해오던 야자는 더위에 잔뜩 지쳐버렸어도
하굣길에 잠깐이라도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 하나만으로 의지를 불태웠다.
이유가 무엇이든,
당신이 야자를 하지않고 그냥 가버린 날에는
멘탈이 무너지기 일보직전 상태에 놓여도
오기로 이를 악물고 끝까지 버텨내려 노력했다.
야자실이나 도서실에서 공부를 할 때면,
당신은 내 원동력이었다.
뭐. 당신에게 마음이 있으니,
온갖 좋은 말 다 가져다 붙이고 싶은 것을 인정한다.
정말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콩깍지가 씌인것인지
모든게 다 멋있어보였음을 인정한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역시 공부하는 모습이 제일이랄까.
쉬는시간인데도 미동도 않고 공부를 하면,
얼굴을 볼 수 없으니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고,
또 본받고 싶었다.
당신은
나를 꿈꾸게 했고, 내게 또다른 목표를 세우게 했다.
당신은 학교에 와서 내가 무언가를 하는데에 있어
큰 의미가 되었다.
터놓고 말하면 그냥 네가 있어서 좋았던 거지,
학교라는 공간이.
얼마전에서야 우연히 알게된거지만,
그 토요일. 너와 내 생일의 중간에 놓여있는 날이었다.
하늘이 두쪽나도 없을 줄 알았던 일이 일어났다.
당신은 부옇게 흐리기만 한데,
‘잠깐만’ 하며 나를 불렀던 손짓만이 선명하다.
제대로 목소리를 들은건 처음인데,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당신이 아파도, 안색으로 지레짐작할 뿐
몸은 괜찮냐고 안부조차 제대로 물을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던 말은,
당신이 들은 말 그 한마디 뿐이었다.
잘못은 내가 했는데, 감히 네 앞에서 울 수가 없었다.
때늦은 후회로 차오르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내었던
나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당신과 나 사이엔 여전히 벽이 있었다.
나는 그 벽을 어떻게든 무너뜨리고 싶었고.
벽을 통과할 수 있는 문을 만드는 방법을 택하기엔
시간은 유한하고, 내 욕심은 무한했다.
조급한 마음에 월담을 택한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벽은 또 있었다.
말이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와전되어 전해져서
당신이 오해를 했다고 해도.
결국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것은 내가 했던 행동들.
내가 자초한 것이라 너무나도 견고한 벽에
나는 무력해졌다.
겨울엔 없을텐데,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두어야지.
이런 생각이었다. 못보면 손해.
생각해보면 정말 독하게 따라다녔다.
입장바꿔서 제대로 생각했다면,
내가 얼마나 부담스러웠을지 바로 알 수 있었을텐데.
여태 얼마나 폐를 끼친걸까 싶어서.
과욕이 불러온 이기심을 묻었다.
괜찮겠지 하며 쉽게 간과하고 넘어갔던
어리석은 나를 자괴감에 묻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라는 말로는 부족한 죄책감, 후회.
나는 끊임없이
원상복귀를 꾀하는 덧없는 것들을
잘라내고 또 잘라내어야 했다.
꽁꽁 감추어 둔 것들을,
억지로 끄집어내어 정면으로 마주하고 받아들였다.
선을 넘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나아감이 아닌,
뒷걸음질 뿐이라는 걸.
당신의 공백을 혼자 힘겹게 버텨내야 할 날이 올테니,
시야 안에 당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기로 했다.
내 몸은 뜨겁게 쏘아대는 햇빛에 땀으로.
내 마음은 당신으로 꽉 차다 못해 흘러넘쳐서.
내 얼굴은 전하지 못한 것들이 터져버린 눈물로.
이번 여름에 드물었던 비는, 내게만 쏟아져 내린건지
나 홀로 흠뻑 젖어버렸다.
짧게 말해서 한글자로 함축하자면
‘너’였던 1학기가 끝났다.
접어보려 무던히 노력했지만,
물거품이 되어버린 여름방학이 끝났다.
당신을 볼 수 있는 날이
100일도 채 남지않은 2학기가 시작했다.
보고있어도 보고싶은 사람이 생긴 후로
시간은 내리막길에 들어선 듯
더욱 더 쏜살같이 내달렸다.
버스를 같이타게 되는 날이면
한번이라도 더 신호에 걸리길.
차가 막히길 얼마나 바랬던지.
시간에게 제발, 잠시만.
멈추기를 애원해도 가속도를 올리면 올렸지
결코 속도를 늦추지는 않았다.
가을이 시작함과 동시에,
감기를 선물받아 크게 앓았다. 발신인은 환절기.
응급실에 갔을 때 39℃를 넘나드는 고열,
멎지않는 기침으로 인한 호흡곤란에 시달려서
빠른 쾌유를 위해 입원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나는 자칭 우리학교 대표 호구라,
전염성이 없다는 검사결과를 받고나서
꿋꿋하게 학교에 발도장을 찍고,
야자까지 끝마치고 나서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곤 했다.
호구지. 조금이라도 같은 공간에 있고 싶어서,
열이 펄펄 끓어도 야자실에서 혼자 삭혀야했으니.
혹시나 걱정해주지 않을까, 하는
바보같은 마음도 있긴 있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기 싫은 마음이 제일 컸고.
시간이 약이라고, 몸이 서서히 회복되어갈 즈음.
몸이든 마음이든 아팠던 것에 대한
작은 보상이라고 해야할지.
그 외에 별로 달가워 할 수 없었던 소식이
덤으로 딸려오긴 했지만.
어쩌다보니
당신이 내 이름을 알고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모를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터라.
많이 얼떨떨했다.
순간 머리를 스쳐지나간 건,
두 번째로 내가 당신을 불렀던 날.
간만에 빗방울이 떨어졌던 그날은
내 생일 하루전날이었다.
당신이 무엇을 예상했을지는 알 순 없지만,
딱히 그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내 주제에 당신에게서 축하를 받고싶었던 것도 아니다.
생일이라고 내입으로 말하는것도 웃기잖아.
그럴 염치가 있었으면
처음부터 당신의 번호를 물어보았겠지.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당신에게 이름 세글자를 직접 말하고,
긍정의 두글자를 듣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름을 알려주면, 그리고 기억해달라고 하면.
뭐 언제 살다가 한번쯤을 불러줄 날도 있겠지 싶어서.
당신이 나에 대해 얼마나, 어디까지 알고있는지 모른다.
이름 뭐 어려운것도 아니고
일부러 학생증도 성실하게 매고다녔는데.
조금만 머리를 쓰면 손쉽게 알 수 있는거라
은근히 바라긴 했다.
설마 알고있을까? 아니, 모르는게 당연하겠지?
여태 알고있었든, 몰랐든 간에 그냥 내 생일부터는
내 이름을 알아줬으면 했다. 그뿐이었다.
누가 강제로 갖다 붙이지 않는 이상,
내가 당신 옆에 설 기회는 없을테니.
가로등 불빛에 늘어진 그림자만큼은 다정했던 밤.
걸음을 나란히 했던 짧은 시간은 내게 있어
참 애틋한 기억이 되었다.
바라보기만 하는 내가 한심스럽고,
저지른 죄는 있고. 다가가지 못하는 건 또 안타깝고.
다 내 업보라, 누굴 탓할수도 없었다.
당신은 아무렇지 않게 한 행동일텐데,
일일이 의미부여를 하게되는 내가 한심했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애써 감추려했던 속내를 몽땅 들킨 기분이었다.
당혹스러움이 앞서는데도,
눈치없는 입꼬리는 저절로 올라가서
입가를 가려야 했다.
혹시 내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 폐가 되진 않을까,
피해 다녀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시선을 들켰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나는 죄인이었다.
네 근처를 지나갈때면, 어깨가 쪼그라드는건 기본옵션
시선은 당신을 스쳐 땅으로 내려앉았다.
아주 잠시 머물다가는 눈길조차,
눈이 있으니 당연한 거지 생각하면서도
쉽사리 넘기질 못하고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맴돌았다.
같은 버스를 타고 하교하는걸 좋아했으면서도,
이전과는 다르게 머뭇거리게 되었다.
늘 보는 무표정이어도,
유난히 피곤함이 묻어나오는 것 같으면
정말 사소한 것 하나에도
갖가지 불안함들이 삽시간에 불어났다.
내가 뭘 또 잘못 하지는 않았을까.
당신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속이 타들어갔다.
굳게 잠긴 자물쇠만이 유일하게
내가 알 수 있는 너였다.
왔다갔다 헷갈리게 하는 것도 아니고
꿋꿋하게 마이웨이를 걷는 사람이라.
내가 하는 행동을 기억해준 것에 기뻐해야 할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절당한 것에 슬퍼해야 할지.
아마 처음부터 부담스럽다고 말했는데,
그걸 무시했던 내 잘못이겠지.
수능이 다가오니, 고3선배들을
응원하는 편지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제일먼저 알았고,
편지지에 핫팩에 초콜릿까지 다 사놓고서는
한달을 고민했다. 줘도 되는걸까. 내가.
내 머릿속엔 두려움이 너무나도 컸다.
싫어하면 어쩌지.
이것만으로 또 부담을 주는거면 어떡하지.
정작 편지는 편지를 수합하는 마지막 날 새벽에서야
부랴부랴 썼다.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응원의 목적에 어긋나지 않게 정갈하게 쓰려고
연습장만 몇번을 찢었는지 모른다.
혹시나 실례가 되는 말을 할까봐 걱정스러웠다.
내 번호? 사심가득한말? 당연히 남기고 싶었다.
무엇하나 쉽사리 하지못하는 나를
다른친구들과 비교하며 한없이 깎아내렸다.
편지를 전달한다는 그 당일날 하루종일
아침부터 그 하루가 끝날때까지
입 밖으로 나오는 건 한숨, 탄식 이런것뿐이었다.
점심시간에 나누어준다 했으니,
그전까지는 혹시 또 괜한 짓을 한 건 아닐까.
아직 늦지않았으니 선생님께 가서 빼달라고 할까.
점심시간이 지나고 웃는모습을 봤는데도
안심하지 못하고 걱정걱정걱정.
울어서 눈이 퉁퉁부어버린 나는
걱정인형이 아니고 걱정사람이었다.
그로부터 2주일이 흘렀는데,
내 편지를 받고 무슨 반응을 보였는지 몰라
여태 마음 졸이고 있다.
참 서 있어도 서 있는 것 같지 않고,
웃긴 일이 있어도 웃을수가 없었다.
나는 너를 보기만해도 힘을, 위안을 얻는데.
너는 상반되게 나로 인해 부담과 짜증을 느낄까봐.
네게 또 괜한 부담을 준 게 아닐까
불안의 독방에 갇힌 죄수 신세였다.
모순덩어리.
바로 ‘너를 생각해서, 배려해서’라는
어줍잖고 비겁한 변명 뒤에 숨어버린 나.
온갖 감정들은 한 데 뒤섞였고,
나는 나 자신을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상처입혔다.
아마 너를 보면, 한 순간에 다 아물어버릴지도 모르지.
겨울방학식 전까지는 그래도 등교를 하니까.
같은 공간, 학교 어딘가에 있을텐데
시간이 엇갈려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발을 동동 구르고 싶다.
하지만 아닌체 해야지.
빨리 털어내버려야 하는게 맞겠지.
머리로는 다 알고 있다.
안본지 이틀밖에 지나지않았는데.
당신 얼굴이 기억나지않는다.
수없이 많이 봤던 뒷모습, 그 걸음걸이조차.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나오고 싶어하는
‘보고싶다’라는 말을 꾸역꾸역 밀어넣고.
네가 있는 것을 당연시 여겼던 일상이 아닌
텅 빈 공허감에 익숙해져야하는데.
나의 내일에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만약에, 아주만약에.
이 글을 혹시라도 보게 된다면, 알려줬으면 좋겠다.
내가 알지 못하는, 너의 이야기들을.
혹시 떠오르는 아이가 있다면, 연락해줘.
내게 먼저 연락해올 사람이 아닌걸 알아.
그러니까 내가 용기를 낼 수 있게,
다음주에. 혹시 잠깐이라도 마주칠 수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네 미소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숨가쁘게 달려왔을 날들.
꼭 안아주며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난 그럴수가 없네
11월과 12월, 2016년의 남은 너의 19살
응원할게.
안녕, 나의 목표.
안녕, 나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