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들리는 샤워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일욜 아침입니다
혼자 사는 집에서 다른 사람의 샤워 소리에 눈을 뜨는 것은 신기한 체험입니다
엄마와 부랴부랴 병원으로 갑니다
아빠는...............
이제 몸에 줄을 하나 더 달고 있네요
목에 혈관주사.......
코에 장으로 연결된 호스........
소변줄.........
그리고......... 밖으로 꺼내놓은 소장에 연결된 주머니.........
아빠............
눈을 감고 누워서 무슨 생각해......??
가끔씩 손짓을 하고, 입을 달싹 거리고,........ 무슨 꿈을 꿔.....??
만약 꿈속에서 또 할머니가 보이거든.......
나중에.........아주 나중에 오시라구 해.......
아직은 너무 빠르니까...... 아빠가 60살이 넘으면 그 때 오시라구 해
아직은....... 한 알하구 동생하구 엄마한테 아빠가 많이 필요하니까
더 나중에......아주 나중에 오시라구 해
울 아빠.........
간호사가 들어와 입으로 숨쉬지 말고 코로 숨 쉬라는 말에
그 정신없는 가운데에서도 입을 꼭 다물고 코로 숨을 쉬는데......
운동해야 한다는 간호사 말에
벌써 13일 이상 밥물도 못 넘기고 주사로만 살았는데도 어그적어그적 복도를 걸어다니는데.......
아빠............
그렇게 코로 숨을 쉬어도, 그렇게 운동을 해도,
아빠는 얼마 못 산대
그러니까 힘들면 운동하지마, 힘들면 입으로 숨 쉬어......
아빠의 위에 암세포가 퍼져 위를 잘라냈지요
장에 암세포가 퍼졌다구요?
그럼 다 잘라내요
암이 퍼져 있는 장을 다 들어내요
장이 필요해요?
어차피 장은 다 없어도 되잖아
그럼 내 장의 일부를 잘라내어 갖다 붙여요
위가 필요하면 내 동생의 위의 반을 잘라 갖다 붙여요
간이 필요하면 울 엄마의 간의 반을 잘라 갖다 붙여요
왜 안 돼?
울 나라에서, 전 세계에서 한 해에 배출되는 의사가 몇 명인데
그 많은 의사 중 그거 하나 할 줄 아는 의사가 하나도 없어?
신이 있다면........
내 목숨의 반을 갖다가 아빠에게 줘요
그것이 모자라다면 내 동생의 목숨의 반을 아빠에게 줘요
울 친척들의 목숨 중 1년씩만 갖다가 울 아빠에게 줘요
그것이 안 된다면.......
적어도 60살까지만..... 환갑잔치할 때까지만 살면 안 돼?
한 알이랑 동생이 결혼해서 각자의 짝꿍이랑 한복 입고
환갑잔치상에 술 따를 때까지만 살게 하면 안 돼?
요즘 60살은 그냥 다들 사는거라서 환갑잔치도 안 한다며.......
울 엄마,아빠 환갑 때 라스베가스 보내줄려고 돈 모으는데
그 돈 써 볼때까지만 살게 하면 안 돼?
울 아빠.......
꺼내놓은 소장을 다시 집어 넣어 장끼리 연결하려면
수술을 다시 해야하는데 힘들어서 어쩌지......하구 걱정하는데.........
아빠..... 그 걱정 안 해도 돼
그 수술 하기 전에 아빠 죽을지도 모른데......
그 말 어떻게 해?
아빠.......
아주 아주 오래 더 살으라구 안 할께........
한 알 결혼할 때 작은아빠 손 잡고 식장에 들어가기 싫어
아빠가 휠체어 타고서라도 내 손 잡고 들어가서
내 짝꿍한테 넘겨줘야지
어떻게 기른 딸인데......
아빠가 새벽 4시까지 업어서 재워가며 키운 딸인데......
작은 아빠 손에 식장으로 들여 보내지 마
그러니까.............
할머니가 오시면 쫓아버리고,
한 알 결혼할때까지는 버텨.......
아무리 아파도, 포기하고 싶어도
성질 더러운 딸 성격 맞춰가며 살아 줄 남자한테
아빠 손으로 미안한 마음으로 넘겨줘야
아빠의 할 일이 끝나는거니까
그 때까지는 있어야 해
알았지?
의사건, 신이건
누군가는 우리를 도와줄거야..............
그러니까 아빠........
우리 포기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