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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의 연애 끝에 끄적여본다

중학교 2학년때, 우리 학교 남자애들 중 가장 인기쟁이였던 너에게 반해버렸고
난 그저 너를 좋아하는 수많은 여자애들 중 하나에 불과했지.
그러나 나의 계속 된 노력에 내가 널 짝사랑한지 딱 1년만에 너에게 고백을 받았어.
나는 네가 첫사랑이었고, 너도 내가 첫사랑이었지.
엄한 너희 부모님과 교내연애 금지였던 학교 규정 때문에
우리는 비밀연애를 해야 했어.
기념일 선물도 가방에 숨겨 들어갈 정도로 작은 것들만 해주고말야.
몰래 만나다 너희 부모님께 들켰던 그 순간은 정말 괴로웠지.

우리는 고등학교 원서 1지망에 같은 학교를 썼고
기적같이 우린 1지망에 함께 붙었어.
30명가량의 지원자 중 4명이 합격했는데, 그 넷 중에 둘이 우리였던거지.
그날 만큼은 교내연애 금지였던 학교 안에서, 애들 앞에서 껴안으며 신나했지.
애들은 우리가 정말 운명이라며 신기해했어.

고등학교 3년, 매일 나는 너와 등하교를 했고
우리는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 선배들 후배들이 다 알만한, 고등학교에서 부러움을 받는 장수커플이 되었지.
고3때 몰래 독서실을 빠져나와 너와 메이즈러너를 보러 가기도 했고, 공부한다는 핑계로 도서관에 가서 네가 싸온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사소하지만 정말 즐거웠어.

우린 같은 대학교를 썼고, 수시 발표하는 날 너와 난 학교 컴퓨터 앞에 나란히 앉아 동시에 결과를 확인했어.
넌 합격, 난 저멀리 오지도 않을 예비번호.
넌 결국 1지망이던 그 학교를 갔고, 난 힘들었던 수능을 치르고 정시 2차에서야 겨우 힘들게 대학을 갔지.
하지만 난 수능이 끝나고 며칠 후 너에게 차였어.
내 수능공부에 방해될까봐 이별을 미루었다고 하던 너..

난 문과고 넌 이과였는데, 너와 같은 이과 여자아이 중에 연대 간호학과 붙은 그 아일 좋아하던 너.
나랑 사귀면서도 그 아이 얘기를 하던 너.
난 그게 네가 나에게서 멀어진 이유로 알았고, 몇달동안 눈물로 널 붙잡다가 너무 비참해서 놓아버렸어.
너네 집 앞 계단에서 쭈그리고 앉아 몇시간을 울기도 했지만,
넌 그런 날 문틈으로 슬쩍 보곤 그냥 문을 닫아버렸지.
눈물로 매달리는 내게 넌 이 세상 험하고 거친 모든 말들을 내뱉었어.
난 결국 많이 다치고 다쳐서 네게서 멀어질 수 밖에 없었어.
너 없인 못살것 같았던 나였고, 너가 전부였고, 너보다 내가 더 널 좋아했었기에 난 헤어진 후 그 고통을 견디기가 더 힘들었을거야.

이번 해의 수능이 지났으니 우리가 헤어진지 일년이 넘었구나.
너와 같은 교회에 다니기에 너의 소식은 궁금하지 않아도 잘 들리지만,
그렇다고 널 못잊은건 아닌데 4년간의 추억이 아까워서 너와 찍은 수천장의 사진들과 선물들은 모두 그대로란다. 사실 정리하기도 귀찮지만..

하지만 난 더이상의 미련은 눈곱만치도 없어.
널 몇달동안 잡을대로 잡았고, 더는 흘릴 눈물도 없거든.
넌 그 연대 간호학과 다니는 아이와 잘되었는지 어찌됐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난 지금 남자친구를 사귀어 어제 100일이었단다. 너와 헤어지고 10개월 만에 첫 연애야.
난 지금 많이 사랑받고 있고 매일매일이 너무 행복해.
내가 꽃 받아보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불렀지만 4년동안 그 흔한 꽃 한송이 꺾어다주지 않던 너와 다르게, 꽃과 함께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이쁘다며 내 남친은 거의 만날때마다 꽃을 사들고 온단다.
난 이 친구랑 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

학창시절부터 여자애들에게 인기쟁이였던 너이니까
나보다 더 좋은, 잘 맞는 여자 만날 수 있을거야.
너와의 끝이 너무나도 비참하고 안좋았지만
난 네 행복을 빌어줄게.
근데 실은 좀 후회했으면 해. 네가 그렇게까지 나에게 못되게 굴었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한단다.
난 지금 더 좋은 여자가 되었어. 지금의 남자친구가 날 더 소중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겠지?

어쩌다 갑자기 처음으로 이 곳에 글을 남기게 되었네.
넌 지금 날 어떻게 생각하니? 미안한 아이? 철없던 전여자친구?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헤어졌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우리 사이였기에, 너에게 오랜만에 글 남겨본다.

행복하렴, 대신 나보다는 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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