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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친구가 결혼하재요

사랑해친구야 |2017.01.16 22:39
조회 21,338 |추천 2

안녕하세요. 26살 대학생여자입니다.

고민의 특성상 지인에게 털어놓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떠들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인터넷의 익명성을 빌려 판분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싶습니다.

 

하아.. 제목을 보니 저도 자작같네요 하지만 진짜고요.

중간에 ㅋㅋ ㅎㅎ 이런 거도 들어갈 거고 맞춤법도 안맞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성적 취향을 떠나 전 제 친구를 인간 대 인간으로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타당하고 논리적인 이유 없이 단지 퀴어 자체를 모독하는 댓글은 존중하지 않겠습니다.

아, 글이 길어요. 그럼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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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6살이 되면서 더이상 "나 아직 반오십도 안됐어"라는 핑계도 먹히지 않는

부모님의 눈치에 시달리는 심리학과 여대생입니다.

저에게는 친구가 된 지는 5년밖에 안되지만 불x친구(ㅋㅋㅋ죄송합니다.)라는 말이 0.1도 아깝지 않은 이성친구가 있어요.

우리는 서로 액운인가봐요^^.. 서로 친구 되고서 제가 3년 전에 반년 정도 연애한 걸 빼면 둘 다 연애경험이 없어요^^

서로 너가 내 인생에 들어오고 난 뒤로 연애운이 사라졌다 빼애액거리다가

우리 진짜 결혼할 사람 없으면 서로 해주자.. 지껄이다가

몇년 전부터 제가 버릇처럼

차라리 너가 게이였으면 좋겠다.. 그럼 너랑 결혼하면 될 텐데

이렇게 습관처럼 주절거리곤 했었는데요. 배경이 좀 길어요 저는 진짜 이성애자임

적어도 지금까지 사랑을 느낀 상대 2명 다 남자였어요(이놈 아님)

 

우리 부모님은 제가 성인이 된 후로 모든 걸 제 자율에 맡기시는데

제 결혼에 대한 주관 딱 하나만은 포기하지 않으시겠답니다.

금전/대인관계/일상생활 등 다른 것에는 제가 도움을 요청할 때만 성심성의껏 나서주실 뿐 평소에는 간섭하지 않으시지만

저를 위해서, 결혼만큼은 절대 양보하실 수 없다는 입장이십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부모님께서 만족하실 만한 남자를 데려오지 않는 이상,

'너는 졸업유/무와는 상관없이 우리가 선자리를 대주는 사람 중 하나와 결혼해야 한다'고 하시죠.

 

그 위는 어땠는지 제가 관심을 안가져봐서 잘 모르지만

선으로 결혼한 제 윗윗세대나 윗세대 친인척들은 금전적으로 불편함 없이 살아요.

가사나 육아는 도우미들이 주로 하는데 필요할 땐 부부 중 더 상황 유연한 사람이 하고..

평이한 출퇴근으로 약속된 평균수입? 이 있는 건 남자들인데

남자들도 고정수입부심 없고 아직도 와이프 얘기할 때 왕비님여왕님 이러고 시집살이x

 

저희 부모님도 저 낳고 유모 둘에 가사도우미 둘 그리고 갓난애기 예쁘다고 고모나 이모들이 서로 데려가려고 해서 사ㅇ과ㅇ쟁같은 드라마 보고

"애 낳으면 진짜 저래?"라고 하면 "난 잘 몰라"라고 하시고..

 

이 부분을 제가 설명하는 이유가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제 부모님이 저한테 선결혼 강요하는 게

제 남은 삶을 먼저 결혼한 다른 가족멤버들처럼 살기 위해선 같은 스텝을 밟아야 한다고 하세요.

'너는 너무 순진하고 이상적이라 신랑만은 우리가 골라줘야 한다'는 거예요.

 

(혹시 도둑년이라고 욕하실까봐..

부모님이 준비해두신 제 통장 3개 & 11억/2억 자가 보유(매달 월세 총 900 정도. 출산 후 11억짜리 명의이전. 2억짜리는 재건축예정인데 유산) & 제가 어릴 때부터 3억 정도 모음 & 혼수랑 예단은 자비로 따로 해주신대요. 결혼 후엔 시집&친정 양측부모님 모두 모시고 살고 싶어요)

 

그런데 저는 정말. 선결혼은 진짜진짜 싫고요 일단 결혼 자체도 정말 하기 싫거든요.ㅠㅠ

제가 글재주가 없으니 번호로 최대한 간단히 이유를 정리해볼게요.

 

1. 신랑 외모

-저는 부모님과 남자 보는 눈이 정말 달라요. 부위별로 턱만 봐도 저는 칼턱? 매끈한 라인을 좋아하고 부모님은 복 없다고 두툼? 한.. 걸 좋아해요. 전체적으로 전 얼굴살 많은 거 극혐/부모님은 얼굴 마른 사람 극혐. 제 얼굴이 볼이 푹 패일 정도로 살이 없는데 2년째 자가지방권고 중이세요. 근데 전 진짜 오겹살같아서 싫어요ㅠㅠ전 치맛살? 이 좋아요ㅠㅠ 비단 얼굴살뿐만 아니더라도 전 흰 피부가 좋은데 부모님은 강원도순두부같다 하시고 몸매/눈매/콧볼/입매 등으로도 다 상충합니다.

진짜.. 부모님이 보기 좋다고 데려온 남자는 제가 10점 만점에 많아도 2점 줄 텐데 평생 같이 살다니요^^.. 꺄아아ㅏㅏㅏㅏㅇ......

 

2. 책임감

-결혼에 따르는 책임감이 무서워요. 저는 다른 존재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 거에 대해서 겁이 엄청나게 많거든요. 사실 지금만큼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고 과거 2번의 연애 때는 결혼을 전제로 연애할 만큼 성숙하질 못했어요. 그런데 깊게 생각할수록 답이 안보이더라고요. 그림이 구체화될수록 세밀한 부분이 보이면서 부담감이 커지고 커지고..

 

3. 출산

-저는 선천적으로 몸이 좋지 않습니다. 딱히 어디에 병이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원래 몸이 안좋아요. 커피 약속만 사나흘 연속 나가도 체력이 딸려요. 샤워 끝나면 드라이기 쓸 힘이 안나서 자연바람에 말리고 다시 자야 해요. 요리하려고 장봐오면 손질하고 지쳐서 요리는 다음날 해먹어요^^

전날 술도 안마셨는데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마디가 똑. 유행시기도 아닌데 볼거리. 먼지에 너무 예민해서 호흡기질환. 아이도 안가졌는데 뼈에 바람참 등등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결혼을 하면 배우자와 그 가족이 아이를 원할 것 같아요. 부모님도 원하시지만 지금은 제가 경악해서 말을 안꺼내시고요, 남편이 생기면ㅎㅎ... 저 진짜 제 몸 하나 캐리하기도 힘든데ㅠ

 

4. 육아

-위의 책임감과도 관련된 문제인데요. 육아도 결혼하기 싫은 이유 중 하나로 말해봤어요. 정말 제가 누군가의 삶을 제 삶의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돌본다는 게.. 정말 큰 책임이잖아요. 부모님은 다른 집처럼 유모 셋 가정부 따로 두면 된다고 하세요. 하지만 몸만 가누게 해놓는다고 다 육아인가요? 가치관 생성도 도와야 하고, 옳고 그름도 가르쳐야 하고, 적성도 함께 찾아야 하고.. 저는 엄청엄청 수동적으로 자랐거든요. 제 스스로가 올바른 방법을 접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제 아이에게 실수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요.

 

5. 사랑을 못해요

저는 이상적인 사랑을 못해요. 첫연애(17살)는 남친(19)이 정말 잘 해줬지만 제가 너무 철이 없어 투정부리고 제멋대로 해랑거리는 걸 착하게 다 받아줘서.. 좋은 기억뿐이긴 하지만 이상적인 연애같지는 않고요. 두번째 연애(23살)는 남친(24살)이 처음에는 과묵하고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처음에만 낯가리고 말이 없는 거였음ㅋㅋㅋㅋㅋㅋ알고 보니 의처증 만렙에 취미가 나 뚜드려패기였음.(ex. 아는오빠 "아까 너봤다ㅋㅋㅋ잘지내?" ㅋㅌ팝업뜬거 보고 내 코에 왕주먹 날려서 알리바바 됨;; 가라오케에서 같이 아는 형한테 시끄러우니까 귓속말로 결혼축하해 이랬는데 꼬리친다며 뺨때기 날림. 언니2명이랑 주말에 반주 했다고 쇄골 때려서 나 토함.ㅋㅋ 그외 다수) 이런 제가 어떻게 다른 사람이 의도적으로 짝지어준 사람의 사랑을 어떻게 받겠어요. 스스로 절 선택한 사람의 사랑도 제대로 못받는데요.

 

 

위의 이유들로..

그럼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은 우리집 기준에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차라리 결혼하지 않겠다.

이렇게 주장하기도 있지만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고요.

그래서 정말 친한 친구랑 결혼하면 차라리 소울메이트? 로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결혼하고 시간 지나면 정? 의리? 로 사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그렇다면 애초부터 탄탄한 partnership을 기반으로 시작하는 관계일 뿐이고

생판 모르는 남보다는ㅜㅜ친구가ㅜㅜ서로의 지난날들도 알고.. 추한 면모도 알고ㅋㅋㅜ단점도 알고.. 하.. 하지만 서로 이성적인 감정은 아니니까 각자 인생에서 사랑은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너가 게이면 좋겠다ㅜ"라고 했던 거예요.. 이성애자면 아무리 친구여도 결혼생활을 영위하기 어색할 것 같았고, 혹여 다른 여자와 혼외자식이라도 만들면 가족관계/재산분리가 곤란해지잖아요.

 

마침 제 친구도 재력/학력 빠지는 곳 없고 외모도 약간 아이돌스타일이라..

어쨌든 결국 제겐 ㄱㅊ있는 언니일 뿐이지만ㅜㅜㅋㅋ

 

아무튼 이 얘기를 또 했는데,

친구가 진짜 자기랑 결혼할 거냐고 물어요. 당연하지ㅠㅠㅋㅋㅋ 이랬는데

해달래요. 결혼하재요. 자기 게이래요.

너 지금 나 속이면 진짜 너 나쁜 거라고 영원히 쫓아다니면서 못살게 근데 죽지도 못하게 할 거라고 협박했어요. 나 지금 결혼때문에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 나야말로 얼마나 죽고 싶은지 너도 알고 있지 않냐, 내가 오죽하면 그런 소리까지 했겠냐. 너가 지금 이런 걸로 나 속이면 진짜 너 인간은 됐고 물벼룩이다..

 

그런데 거짓말 아니래요. 자기 퀴어 맞대요. 결혼하면 1. 원하는 생활 제공 2. 이성생활 터치 x 3. 취미와는 별개로 어떤 문제에서도 항상 가정을 우선시하겠음 4. 언제나 친정을 먼저 챙기겠다 그러니까 자기랑 결혼하재요.

 

이게.. 어느 순간 차라리 다행이다 싶고;;;;; 모르겠어요 저는 진짜 결혼하기 싫거든요?^^ 제가 진짜 저 방법이 엄지척 방법이다 싶어서 내놓은 방법이 아니라;; 차라리 이게 낫겠다 싶어서 내놓은 것이니만큼 저것도 최악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전. 어떻게 보면 반어적이라고 볼 수도 있죠..ㅋㅋ

 

그런데 저는 전혀 예상치 못하고 말한 거지만, 제 친구는 제가 저렇게 말할 때마다 희망을 가졌을 거잖아요.. 자기도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면서 마음 편하게 살 가능성이 좀더 높아졌을 거라고ㅜㅜ..(절대 밝히지 않겠대요..) 그랬는데 이제와서 야장난이지;; 이럴 수도 없고.

어느 순간에는 정말 선봐서 가느니 결혼해도 안해도 평생 볼, 저와 손에 꼽게 튼튼한 신뢰관계를 가지고 있는 메이트랑 함께하는 게 낫다 싶을 때도 있고..

 

친구는 오늘 여행갔는데 출국 전 남편기다리고있어 이러고 갔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 현명한 조언 부탁드려요..

추천수2
반대수55
베플ㅇㅇ|2017.01.17 06:07
그집 형편은 어떤가요? 님 집안에는 그 결혼이 가림막이 될 수 있지만 그집에서는 보통의 며느리라고 생각하고 효도를 바랄텐데 판에서 보는 고부갈등이라도 생기면 그런 거 다 감당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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