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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여행-4

바람 |2004.01.22 21:07
조회 127 |추천 0

 난 이미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감싸고 아무 것도 듣지 않으려 했다. 이건 지옥이었다.

사람들이 미쳤다. 모두 이 이상한 안개마을에서 미친 것이다. 그러지 않고 저렇게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는가.

강민희의 살려달라는 외침이 계속해서 내 귓가로 들려왔으나 무서워서 도저히 일어설 수도 없었다.

 죽고 싶지 않았다. 


'이럴 수는 없다. 뭔가 잘 못 되도 한참 잘못된 거야!'


 고개를 저의며 두려움에 소리쳤으나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때 검은 옷을 입었던 그들의 말이 생각났다.

'스스로 자멸할라고... 분명 그들이 그랬어. 놔두면 스스로 자멸할 놈들! 이것을 두고 한 말인가. 정말 그들의 말처럼 되어가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죽을 수 있다는 말 아닌가!'

 


 한 동안 혼란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 나도 모르게 잠에서 깬 듯이 정신이 들어 귀를 기울여 봤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태훈의 소리도 강민희 소리도 난 조용히 일어나서 그들이 있던 곳을 내다 보았다. 그러나 그곳은 조용하고 아무도 없었다. 이태훈은 이미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난 다시 한번 주위를 세심히 살핀 후 나가보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떻게 된거지? 박상무의 시체가 여기 있어야하고 강민희 시체가 저 방안에 있어야하는데 없잖아! 이태훈이 어디가서 묻으려고 가져갔나?"


 그러나 더 이상한 것은 핏자국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잠깐 있는 사이에 이 모든 흔적을 지울 수는 없었다. 분명 피가 여기저기 사방으로 튀었었다. 무척이나 끔찍스러웠는데 그 자취가 모두 사라진 것이다.


"도대체가 말이 안돼 잖아! 내가 꿈을 꾼 건가? 아니야....절대 그건 아니야...."


 정말 알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산에 올라오기 전에 만났던 사람들을 모두 만나게 되고 그들은 또한 나와 알게 모르게 관계 있는 사람이고 그리고 모두 사라졌다. 죽어서 사라졌든 살아서 사라졌든 알 수 없는 일이다. 
이건 도깨비의 장난보다도 지나치다.

 

 혼란스러웠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은 이 안개마을을 탈출해야한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안개를 뚫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겠다. 이미 방향 감각을 잃어서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난 아무생각 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가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나무가 있는지도 모르고 달려가다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갈 수 있는 것에는 한도가 있었다.

마을의 길은 여러 군데로 나뉘어 있었으나 모두 어디로 집중되는지 알 수 없었다.  또한 길을 통해서 도망 간다면 놈들에게 잡힐 수 도 있고 빠져 나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도망치는 길은 숲으로 들어가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았다. 집들의 뒤쪽으로 늘어선 숲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숲으로 가기 위해서는 거대한 토담을 넘어야 했다. 마을은 마치 하나의 성채처럼 외곽을 모두 흙으로 높게 쌓고 있었다. 그 높게 쌓인 흙 위로 거대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수풀도 우거져 있어 올라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헤메고 있을 때 밝은 여자의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민수씨!"
 목소리에 놀라 뒤돌아보니 김미숙과 이매리가 반가운 얼굴로 달려왔다.
"헉!헉! 민수씨. 어떻게 된 거예요? 모두 어디 간 거죠?"
 의문에 찬 얼굴로 이매리가 물어왔고 김미숙이 내게 대답을 재촉하듯 쳐다봤다.
"저...."
 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들도 그들과 한패일지도 몰랐다. 같은 일행이니 이 사건의 배경에 그녀들도 한 몫하고 있다면 조심해야 했다. 난 그녀들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도대체 어디들 계셨던거죠? 초가에 갔을 땐 아무도 없던데."
 내 물음에 이매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어디 갔었야구요? 무슨 소리에요? 우린 아무리 기다려도 당신들이 돌아오지 않아 방금 찾아 나섰는데.."
난 모른척 다른 사람들에 대해 물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요?"
"뭐예요? 민수씨와 있었던거 아니예요?"
"예! 저와 같이 가던 박상무씨가 갑자기 사라져 초가집으로 돌아 가 봤더니 아무도 없더군요."
"뭐라구요? 이상하네. 민수씨와 박상무씨가 나가자 바로 강훈씨하고 태훈씨가 따라 나갔는데...우리는 둘이 있는게 무서워 사람들을 찾아 나섰던 거구요."


 이매리와 김미숙은 서로 쳐다보며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난 그녀들의 말에서 어느정도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그녀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난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런데...당신들은 산악회 회원들인가요?"
 내말에 두 사람은 무슨 소리냐는 듯이 쳐다봤다.
"산악회는요. 여기 미숙이는 김철민이란 사람을 찾아서 우리와 같이 온 거구요. 전 태훈씨 애인이니까 쫒아 온 건데..박상무는 김대성을 통해 태훈씨가 알게된 사람이구요. 이번에 지리산에 등산을 간다고 해서 이렇게 모인 거구요. 산악회는 무슨 소리죠?"
 난 이매리의 말에 놀라서 김미숙을 쳐다봤다.
"김철민이요?"
 내 물음에 김미숙이 놀라서 물었다.
"아세요? 철민씨를?"
"김철민씨와는 어떻게 되는 사이죠?"
 내 물음에 옆에 있던 이매리가 대신 대답했다.
"그 사람 애인이예요. 곧 결혼 할 사이인데. 몇 일 전에 다투었다나 봐요. 연락도 끊고 전화도 안받아 걱정하고 있길래 제가 데리고 왔어요. 전 태훈씨로 부터 철민씨가 지리산에 간다고 해서 같이 오면 만날 것 같아 이렇게 데리고 온 건데 이상한 마을에 갇히고 정말....미치겠네요."
"이태훈씨와 철민씨는 친구인가 보죠?"
"아니요. 친구는 아니고 그의 형 김대성의 회사에 태훈씨가 다니거든요. 그래서 서로 아는 사이죠."
 난 이매리의 말에 기가막혀 소리쳤다.
"뭐라구요? 그럼. 김철민이 김대성의 동생입니까?"
"예! 뭐가 잘 못 되었나요?"


 난 그녀들의 말을 듣고 다시한번 놀랐다.

 어떻게 김철민이 김대성의 동생이란 말인가....이건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상식에서 벗어났다.


 내 놀람에 찬 표정에 그녀들은 놀라서 물었다.
"괜찮아요?"
"철민씨와는 어떻게 알죠?"
"태훈씨는 못봤나요?"
 그녀들은 나의 답답한 심정은 생각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질문을 퍼부어 댔다. 갑자기 그녀들의 시끄러운 질문을 듣자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죽었어요!!"
 나도 모르게 소리친 것에 놀라 그녀들은 동시에 말했다.
"죽었다니요? 누가요?"]


 난 고심이 되었다. 그녀들에게 내가 본 모든 것을 말해야하는지 아님 모른 척 해야하는지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런 나를 보며 이매리가 의문에 찬 목소리로 다시 물어왔다.


"도대체 무슨 소리죠? 누가 죽었다는 거예요?"


 어차피 속일 필요도 없고, 속여서도 않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이곳을 벗어 나는게 중요했다. 그러나 그녀들은 그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강훈씨가 박상무에 의해 죽고 이태훈이가 다시 박상무를 죽였다고요. 알아요?"
"무슨 말도 안돼는 소리를 해요?"
"맞아요. 누가 누굴 죽여요?"


 그녀들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럴만도 했다. 그러나 난 더 이상 그녀들과 말씨름을 할 필요를 못 느꼈다.


"당신들이 믿든 말든 상관없어요. 어쨌든 모두 미쳤어요. 미친 박상무가 강훈을 칼로 찔러서 죽였고 강민희를 강간하려던 박상무를 다시 이태훈이 죽이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그리고 강민희도 아마 이태훈에게 죽었을 거예요. 당신들이 믿지 못하겠다면 할 수 없지만....그것 보다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내 장황한 말에 그녀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는지 입만 멍하니 벌리고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러다 이내 이매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죠? 거짓말이죠? 장난이죠?"
 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내 눈빛을 보고 무엇인가 느꼈는지 확인하듯 재차 물었다.
"정말인가요? 정말 태훈씨가 박상무씨를 죽였단 말인가요?"


 그녀들의 얼굴이 의문과 불신으로 물들더니 이내 공포로 변했다.


"우선 이 마을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이 곳은 이상한 종교집단이 있어요."
 내 말을 듣고도 그녀들은 좀체 움직일 줄 몰랐다. 넋이 빠져서 내 말을 듣지도 못한 것 같았다.


"내말 안들려요?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고요."

 

내가 소리치자 김미숙과 이매리는 동그랗게 눈을 뜨고 놀라서 쳐다봤다. 그러나 이상하게 그녀들의 눈동자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내 뒤쪽을 향해 있었다.

그녀들의 눈이 처음에는 놀람으로 그리고 의문으로 바뀌더니 지금은 알 수 없는 공포스러움으로 물들고 있었다.


 난 그녀들의 공포에 질린 눈동자를 보고 등쪽에서 서늘한 기운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뒤돌았다.
그때 날카로운 칼날 같은 것이 내 가슴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난 놀라서 옆으로 피했지만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순간 왼팔이 불에 댄 것처럼 화끈해 지더니 피가 흘러내렸다.


"아악!!"


 소리치며 팔을 잡고 급하게 뒤로 물러났지만 어느새 다가왔는지 또다시 날카로운 칼이 배 쪽으로 깊숙히 들어왔다. 난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빼며 바닥으로 굴렀다. 아슬하게 칼은 허공을 긋고 지나갔다.
칼을 피하고 급하게 몸을 일으키며 다시 뒤로 잽싸게 피했다. 공격자와의 거리가 생기자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이태훈!"


 그는 거의 이성을 상실한 듯 보였다. 눈에 초점이 없고 얼굴이 붉은 피에 젖어서 악마와 같았다.


"히히히...네 놈이 다 봤지? 히히히히....난 살아야해.....난 살고 싶어....히히히....그러니 넌 죽어라!"


 이태훈의 실성한 듯한 말을 듣자 이매리가 놀라서 소리쳤다.
"태훈씨! 정신차려요! 어떻게 된거예요."
 이매리의 말을 듣자 이태훈은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히히. 너도 다 들었지? 기다려 모두 같이 가자!"
 그의 말에 놀란  이매리가 다시 소리쳤다.
"제발! 태훈씨 저예요! 정신 차리란 말이예요."


 그러나 이태훈은 그녀의 말을 신경도 쓰지 않고 나를 향해 야수처럼 덮쳐왔다.


"젠장!! 미치겠네!"


 덩치가 좋은 이태훈이 무섭게 덮쳐오자 나도 모르게 자세를 낮추며 발로 그의 배를 걷어찼다. 달려오던 기세 때문에 피하지 못하고 그는 나의 발을 그대로 얻어맞았다.


"컥!"


 그러나 그가 잠시 주춤하는 듯 싶더니 갑자기 칼로 내 다리를 베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난 미쳐 피하지 못하고 다리에 칼을 맞고 말았다.


"아야! 이런 죽일놈!"


 오른쪽 다리의 피부가 갈라지며 붉은 피가 옷에 베어들었다.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온 몸에 파고들었다. 그러나 살고자하는 내 본능이 아픔을 능가했다. 난 화가나 주먹으로 이태훈의 얼굴을 쳤다.


"팍!"


 둔탁한 타격 음이 들리며 오른손이 아려왔다. 그러나 내 일격에 멀리 나가떨어질 줄 알았던 이태훈은 멀쩡하게 앞에서 고개만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척이나 맷집이 좋은 놈이었다.


"히히. 끝났냐? 이젠 내 차례지?"


 이태훈은 악마처럼 웃으며 칼을 들고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의 모습에 질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피했다.


"네 놈이 도망가봐야...히히...내 손바닥 안이지...."


 자인한 웃음을 흘리며 이태훈은 칼로 나의 가슴을 찔러왔다. 도저히 피할 수 없음을 느끼고 두 손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 그러자 그는 왼쪽 주먹으로 내 옆구리를 강하게 쳤다.
"윽!"
 숨이 막힐 듯한 통증에 힘이 빠지자 이태훈은 무릎으로 내 아랫배를 올려쳤다.
"컥!"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난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히히히...."


 악마의 웃음을 지으며 칼을 높이 쳐든 이태훈을 보고 난 앞이 깜깜해 졌다. 죽음의 공포가 턱까지 차 올라 아무 소리도 낼 수도 없었다. 이대로 죽는 것이라 생각하니 모든 것이 억울하고 화가 났다. 너무 허무했다.


 이태훈의 칼이 내 심장을 향해 뻗어올 때였다.

갑자기 이매리의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뒤에서 들리며 일단의 무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음?"


 나를 향해 칼을 찌르려던 이태훈은 주위에 시커멓게 몰려오는 이상한 사람들을 보고 놀랐다.

 난 이태훈이 놀라 주춤거릴 때 재빨리 몸을 일으켜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태훈의 날카로운 칼은 피했지만 어둠의 공포는 피할 수 없어 보였다.


"아아아악!!"


 뒤쪽에서 김미숙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난 비명소리에 놀라 뒤돌아보고 전기에 감전된 듯이 모든 머리카락이 일어서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 이상한 검은 옷을 입은 교도들이 수 십 명 아니...수 백 명은 되는 듯이 온통 주위에 넘쳐 났다. 그러나 난 다시 한번 그들의 얼굴을 보고는 앞이 깜깜해 지는 것 같았다.

지금 여기에 몰려드는 것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검은 도포를 입고 검은 띠를 머리에 맨 것은 똑같았으나 그들의 얼굴은 괴물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이 아닌 죽음의 그림자를 품고 있는 시체의 얼굴이었다.

살이 썩어 들어가 온갖 악취를 풍기며 회색빛 멍한 시선으로 우리를 주시하며 걸어오는 것은 분명 살아있는 시체 좀비와 같아 보였다.

 

어떤 놈은 얼굴이 한 쪽이 완전히 썩어서 하얀 해골이 들어 났고 ,어떤 놈은 아예 눈이 없어 빈 공동만 있는 놈도 있었다. 그런 놈들이 점점 우리를 포위하며 천천히 다가왔다.

이매리와 김미숙의 비명소리가 가슴을 차갑게 만들었고, 이태훈의 실성에 찬 괴성이 날 미치게 만들었다.


"크크...히히히....다 죽여! 이 미친 것들 다 죽여!"


 이태훈은 칼을 들고 자신에게 덮쳐오는 시체들을 공격했다.

그의 칼에 한 놈이 머리가 잘려나가며 검은 피를 뿌렸다. 한 놈을 쉽게 해치우자 그에 용기를 얻은 이태훈은 나는 듯이 다시 그 옆의 놈에게 달려들어 칼로 가슴을 찔렀다.


 "살려줘요!"


 김미숙의 외침에 놀란 난 그녀를 덮쳐 가는 검은 녀석을 향해 달려가며 발로 걷어찼다.


"퍽!"
 푹 꺼지는 듯한 느낌이 발에 전해오며 녀석이 멀리 바닥으로 쳐박 혔다.
"괜찮아요?"
 내 물음에 김미숙은 크게 눈을 뜨고 소리쳤다.
" 뒤쪽이요!"
 숨 돌리 사이도 없이 덮쳐오는 또 다른 시체를 향해 난 있는 힘껏 턱을 올려쳤다.
"팍!"
 수박 깨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녀석의 턱이 박살 나며 내 주먹이 얼굴에 박혀 들어갔다.
"엇!"
 난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 빨리 주먹을 녀석의 얼굴에서 빼냈으나, 손에는 온통 검은 피와 머리 속의 부유물이 묻어있어서 속이 메스꺼웠다.

의외로 녀석들의 신체는 무척이나 나약한 것 같았다. 정말로 무덤 속에 오래 묵혀있다 나 온 놈들이어서 칼슘이 부족한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한 일이었다.

 놈들의 수는 갈수록 많아졌고 우리는 점점 뒤로 밀려났다.


" 뒤쪽으로 피해요! 저 아래 집으로 들어가요!"


 내가 김미숙과 이매리에게 소리치자 그녀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그런데 이태훈은 나의 말을 듣고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놈들이 몰려오는 쪽으로 달려가며 칼을 마구 휘둘러댔다.


"하하하!! 다 죽어!...다...."


 난 그의 광기에 찬 행동을 보며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없다. 나라도 얼른 피하자!"


 내가 막 아래쪽 집으로 달려 할 때 이태훈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아아아!!"


 공포와 고통에 찬 그의 비명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시커먼 놈들에게 덮여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내가 그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놈들은 그에게 마치 식인종처럼 달려들어 물어 뜯어댔다. 그 처참한 모습에 난 치를 떨며 아래쪽으로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아래쪽에서도 시커먼 놈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미 초가 쪽으로 피했던 김미숙과 이매리는 공포에 질려서 놈들에게 쫒기고 있었다. 위와 아래 양쪽에서 협공하듯이 놈들이 밀고 오자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좌측과 우측은 거대한 토담으로 막혀서 올라간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아! 이대로 개죽음을 당해야 하나! 어디로 ....제발!"


 거의 포기하는 심정으로 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몽둥이를 하나 집어들고 달려나가며 포위망을 뚫을 생각이었다.

그때 이매리와 김미숙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아아....살려줘요!"


 소리가 나는 곳을 보니 수많은 놈들에게 이미 잡혀서 온 몸이 피로 물들고 있었다.


"이건 악몽이다.....이건 지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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