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길 하면 얼빠져 있을 내 자신이 싫어 글로 전한다. 미안해하지 말고, 죄책감을 가지지 말며, 담담히 읽어주길 바란다.
나 자신이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했었다. 아니라, 네가 있었기에 난 괜찮은 남자로 보일 수 있었다. 그게 당연하다 느꼈고, 당연하게 너에게 상처가 됐다.
무언가에 열등감을 가진 난 너에게서 그걸 해소하려 했었고, 그것도 너에겐 상처가 됐다. 나보다 어린 넌 오히려 나보다 어른스러웠다. 네가 많은 생각을 끝내기까지 난 너에게 다가가지 않았고, 넌 그럴수록 멀어졌다. 이미 멀리 와버린 걸 나는 몰랐다. 시시때때로 널 몰아세우며, 때로는 널 매도하며 난 나를 해소시켰다. 잘못된 것임에도.
그렇게 했어도 내가 가진 열등감이나 감정은 해소 되는게 아님을 느꼈음에도. 계속 같은 상처를 너에게 만들어주었다.
싸울때마다 변할 수 있을 거라던 내 얕은 약속을 믿어준 너를 모질게 후벼댔다.
넌 틀린 게 아니라 달랐던 것이며, 내가 옳은 게 아니라 너가 옳다고 해준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너가 옳았던 것이 많이 보이고, 내가 틀렸던 것들이 눈에 밟힌다.
떠난 후로 좀 더 밝아진 모습이 더 힘들다. 내가 그동안 너에게 못해준 것들의 반증이어서. 자꾸 눈에 밟혀서, 미안하다고 전하는 것이 너무나 염치없음에.
언제나 못해준 쪽이 미련이 많이 남는다고들 하는데, 그러면 너는 미련이 안남을 거야. 내가 이렇게 많이 남았으니까. 넌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널 미안하게 하려고 전하는 게 아니니까.
너에게 말할 수 있음에도, 전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한 것들이 많았고, 그게 서운함으로 변했다. 내 이야기를 좀 더 해주지 않은 것이 때로는 오해로, 때로는 감정으로 나타났다.
난 이런 남자였으니까 네가 맞춰주기만을 원하며 나 자신이 이기적인 것을 모른체했다. 넌 이기적인 면이 있어도 나에겐 그러지 않았고, 난 그걸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지금은 하루가 꿈같고, 꿈이길 바라며, 꿈이 아님을 느낀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너가 옆에 있을까봐 잠을 자고 싶다. 현실임을 알기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이젠 아니다. 익숙했던 것들이 소중했던 것이다.
같이 설거지를 하며 빨래를 하고, 같이 세수하고 같이 양치하고 같이 밥을 챙겨먹었던 모든 일들이 당연하게도 소중한 것이었다. 집에 있길 좋아하는 나에 맞춰 하루 종일 누워만 있어도 좋아했던 너를, 밖에서 바람이라도 쐬는 걸 더 좋아했던 너였지만 나에게 희생한 것임을. 손톱조차 저리도록 느끼고 있다.
너에게 속죄의 편지이며, 말로써 전하지 못하는 내 독백이고, 마지막 우리의 연결고리다.
나쁘게 하기 싫다고 하는 넌 나에게 좀 더 나빠도 된다. 내가 더 나빴으니까.
넌 좋은 여자였으며 시원시원했고, 나에게 희생했다. 마지막 날 말했던, 너 같은 여자 다시 못만날 거라던 말이 맞다.
그러니까 다시 너를 잡는다. 난 이기적이며, 나쁘다. 멀어질 만큼 멀어진 거리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라도 잡는다.
글씨가 예쁘지 않아 쓰지 않았던 편지가 네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아보게 만들기를 바라며, 소원한다.
넌 이기적이지 않았고, 난 이기적이었다. 떠났어도 얼굴이라도 보고싶은 마음은 너의 이기심이 아닌 나의 이기심이었으며, 불편해하는 너를 모른체하며 떠나지 않은 나는 여전히 못돼먹었다.
그래도 원한다. 돌아와주길. 너와의 연애에 자존심을 버리지 못했던 난 지금에 와서야 모두 버려본다. 너문 늦었음을 안다. 그리고 이게 쉬운 일이였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깟 자존심이 뭐였는지 이렇게 되고 나서야 버릴 수 있었다. 내 모든 자존심은 부질없었고, 내가 느낀 열등감은 착각이었으며, 넌 소중했다. 난 어린 사랑이었고, 넌 어른스런 사랑이었다.
그러니까 단 한번만, 다시 돌아와주길 바라며 쓴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생기지 않길 바라며, 지금 연애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쓸데없는 자존심 버리고 만나길 바라며,
이제 손으로 써내려 갈거야. 내 글씨가 예쁘지 않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