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라도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공감해주실 분이 있으실까 하여 적어봅니다...
저는 30대 후반의 직장인입니다. 자세한 사정은 적기 곤란하지만... 부모님은 미국에 계시고 저는 한국에서 살아왔습니다. 몇년 전 결혼을 했고.. 아이를 갖게 된 기쁨도 잠시.. 아내와 사별을 했습니다.. 그 후로 장모님과 아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저와 아내는 패키지여행에서 만났습니다. 한참 어린 동생이라 귀엽게만 여겼었는데 (8살 차이입니다) 한국에 와서도 연락이 이어지고... 그러다 아내의 고백으로 사귀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여자 경험도 별로 없고 오로지 일에만 집중해온 타입이라... 항상 곁에 있어준 그녀와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미안하게도 관계의 주도는 그녀가 다 했고 저는 따라만 간 것 같습니다... 프로포즈 조차도...) 어리지만, 결혼관이 제대로 잡혀있고 빨리 가정을 이루고 싶어하는 아내의 모습에 저도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그녀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간 날 처음 장모님을 뵀습니다.
아내의 부친이 어릴때 돌아가셨다는 얘기는 익히 알고 있었고 혼자 힘들게 딸을 키우셨을 장모님을 생각해서 몸에 좋은 건강식품, 한우, 그리고 꽃 한바구니를 사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솔직히 장모님의 첫인상은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머님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너무 젊고 청초한 느낌의 여성분이셔서... 상상했던 모습과 너무 달라서 놀랐습니다. 장모님이 어릴때 결혼해서 아내를 낳았다는 얘긴 들었지만 식사자리 내내 그 나이가 가늠이 안돼서 계산하느라 정신이 멍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지금의 아내를 낳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친은...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아내를 임신하신 장모님을 버리고 도망갔으며 장모님은 그 남자를 죽었다 생각하고 절대 찾을 생각도 없이 아내를 키워오셨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습니다.
장모님의 친정이 부유한 편이라 다행히 아내는 경제적으로는 고생 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장모님의 친정 부모님은 임신한 딸에게 아이를 낳도록 격려해주셨다고 합니다... 정말 좋으신 분들입니다. 아내가 어떻게 잘 성장할 수 있었는지 느껴지더군요.)
언제나 긍정적이고 밝고 매사 심플한 아내 덕분에 늘 마음이 편했고, 나이는 어려도 인생을 함께할 좋은 파트너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장모님을 뵙고 나서부터 이상하게 마음에 불편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제 나이가 33살이었고, 아내는 25살... 장모님은 갓 40대 초반이신 점이... 액면가로는 제 또래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습니다.
이래저래 결혼 준비가 늦어지자 아내는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고...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아내 모습에 죄책감이 들었고 결국은 결혼하게 됐습니다. 장모님도 아내의 특별한 가정사때문에 제가 망설인다고 생각하셨는지 자리를 마련해 저를 설득하셨습니다. 자신과 딸의 인생은 완전히 별개라고... 독립적인 아이고, 결혼을 한 후에 두 사람만의 가정을 만들라며. 본인에 관한 어떤 판단도 결혼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부드럽게 말씀하셨지만 그 안에 단호함과 신뢰가 가는 카리스마가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저희 부부와 거리를 두고 살아가시겠다는 뜻이었고... 묘하게 안심이 됐습니다.
... 하지만 사람이 뭔가 마음이 불편하고 내키지 않을때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요... 아내가 아이를 낳고... 사고로... 제 곁을 떠난 후... 이 모든 것이 다 제 탓이라는 자책감에 너무 많이 괴로웠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아직 자세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떠난 후, 장모님이 집으로 들어오셔서 아이를 봐주며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혼자 있고 싶었지만 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고... 감사하면서도 불편하고 기댈 수 있어 다행이면서도 불편하고...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돼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전 일을 더 만들어서라도 집에 잘 들어가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내와의 이별, 아이... 그리고 장모님과의 동거... 그 모든 생각을 회피하고 싶었습니다.
무엇이 문제냐고 하실 수 있겠지만... 저희 아파트에서는 저와 장모님을 부부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나이 많은 어르신 같은 느낌도 아니고 솔직히 제가 친하게 지내는 누나가 장모님과 동갑입니다. 심지어 더 어려보이시고, 성격도 스타일도... 젊습니다. 친구처럼 지내자? 말이 쉽지... 전 장모님을 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어떻게 대해야할지... 말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든 것이 불편합니다.
주변에 이런 얘길 하기도 어렵고...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누군가의 조언을... 공감을... 좀 듣고 싶어 답답한 마음을 주저리주저리 두서없이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