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어디서부터 적어야할지 모르겠네요
일단 반 년 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헤어진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정말 기다렸던 연락이었는데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지금 연락이 오니.. 반갑다기보다는 좀 속이 시원하다는 느낌이었어요
헤어지고 두 달 정도까지는 정말 힘들어했어요
혼자 있으면 너무 외롭고 잠 못 잘 것 같아서 매일 친구네 집 가서 잤구요
밥 안 먹어서 몸무게 5kg 정도 빠졌었구요 ㅋㅋㅋㅋㅋㅋ
기력이 없으니 아무 것도 안했어요
방청소도 원래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정말 두세 달을 한 번도 안했던 것 같아요
매일 헤다판 들어와서 글만 읽고..
하루에도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하는데 저 조울증 걸린 줄 알았어요
매일 내탓했다가 남탓했다가 또 내탓했다가 남탓했다가 하고..
너무 답답하고 슬퍼서 헤다판에 글도 몇 개 적었었는데 ㅋㅋㅋㅋㅋㅋ
지금 보니 그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느껴지면서도
이제는 힘들지 않네요
저는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저 좋다는 남자도 몇 명 있구요
그렇지만 남자친구 사귀고싶다 외롭다 이런 생각이 딱히 간절하지는 않아요
작년에 헤어졌을 때만 해도 오빠랑 만났을 때가 내 인생 최고로 예쁜 날이었다 생각했지만
저는 그때보다 지금이 더 예쁜 것 같습니다
가끔 생각은 나요
같이 갔던 곳 같이 들었던 노래.. 일 년 넘게 만났었는데 추억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추억이 희미해진 느낌입니다
헤어지고 얼마 안 됐을 때는 정말 추억들이 추억이 아니라 바로 어제 있었던 일처럼 느껴져서
더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냥 오래 전 일처럼 느껴집니다 그때 그랬었지 하는 정도?
헤어진 직후에는 왜 헤어지자고 했을까 너무너무 많이 후회했는데
지금은 헤어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나는 동안 너무 행복했지만 또 너무 힘들었기에.. 잘 헤어진 것 같아요
나를 이렇게 사랑해 줄 사람, 내가 이렇게 사랑할 사람 또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많이 힘들기도 했는데
나를 이렇게 사랑해 줄 사람, 내가 이렇게 사랑할 사람은
또 있을 것 같네요
저는 제가 잘못한 것만 생각했어요
제가 지치게 했다고 생각했고, 제가 집착했다고 생각했고, 제가 이기적이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저만 잘못한 게 아니었네요
우리는 잘못한 게 없어요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헤어지고 지금 당장은 하늘이 무너진 것 같고 세상이 망한 것 같고 죽고 싶고
다시는 그런 사람 못 만날 것 같고 당장 내 옆에 아무도 없는 것 같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고
사귀는 동안 쌓았던 추억 한 번에 사라지는 것 같아 허무하고
너무너무 힘든 거 겪어봐서 알아요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거.. 그리고 사랑은 또 옵니다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올 사람은 오고, 안 올 사람은 안 옵니다
지금은 언제라도 연락이 오면 너무너무 반가울 것 같지만
기다리다 지쳐서 잘 먹고 잘 살 때쯤 연락 올 거예요
그리고 그때는 연락 와도 반갑지 않을 거예요
살면서 내가 그런 사랑 한 번쯤은 해봤구나
나를 이렇게 사랑한 사람이 한 명쯤은 있었구나
나도 누군가에겐 잊지 못할 여자겠구나 하고 생각하렵니다
정말 특별한 인연이라 생각했겠지만..
그냥 인연이 아니었던 거죠, 헤어진 우리 모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