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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할부지, 이제 갓 만 스물둘된 나에게 시집 가라신다

쉘위댄스 |2004.01.26 10:51
조회 7,949 |추천 0

이번 설에도 우리 가족은 어김없이 저~~ 먼 경북 구미로 눈오는 길을 따라 엉금엉금 기어가야만 했다.

 

군대 간 동생을 제외한 아빠, 엄마, 나.. 그리고 울 강아지 ㅡ_ㅡ;;

 

이렇게 넷은 그 지독히 막힌다는 경부 고속도로를 외면하고,

 

험난한 국도를 택해 기나긴 여정을 시작했다.

 

기름이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조금 널찍한 아빠차는 지하 주차장에 버려 ㅡ_ㅡ 두고,

 

탈탈이에 가까운 엄마차로 청원에서 보은으로 넘어가는 그 꼬불꼬불한 길은

 

장농면허 4년 차인 나에게 너무나 버거운 존재로 다가왔다.

 

강아지 멀미한다고, 하나뿐인 딸자식한테는 탈탈이 차키 던져주고 나몰라라~ 하시는 울 부모님 ㅡ_ㅡ

 

원망은 않으련다.

 

장농 안에서 면허증 썩어간다고 울부짖던 것은 바로 나였으니 ㅡ_ㅡ;;

 

어찌됐든 무사히 4시간 여의 지나긴 대장정<?>을 무사히 마치고 도착한 시골집.

 

아! 참..

 

글을 읽고 계시는 혹자는 경북 구미가 무슨 시골이냐 ㅡ_ㅡ

 

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으나,

 

울 할부지댁은 구미와 선산이 통합되면서 꼽사리로 구미시에 끼게 된,

 

해평면을 일컫고 있음을 알려드리고자 하는 바이다.

 

그 통화품질 좋다는 에수케이~011 기지국이 하나도 없어,

 

작년 설에만해도 동구 밖까지 나가서야 간신히 두어개 뜨는 안테나를 부여잡고

 

목에 핏대 세워가면서 간신히  남자친구와의 밀회 ㅡ_ㅡ 를 즐길 수 있던 그 해평면 금산 1리.

 

모 야당 국회의원이 친척 상을 당해 고향에 왔다가,

 

전화가 안터져 절대 확인할 수 없는 ㅡ_ㅡ 막대한 손해를 입고,

 

엄청난 짜증과 신경질을 낸 끝에,

 

바로 그 다음 날 기지국이 들어섰다는 그 해평면 금산 1리.

 

아직도 자동차 대신 소 달구지가 정겹게 굴러가고,

 

여기저기 소똥 ㅡ_ㅡ과 개똥이 널려있는 그 해평면 금산 1리.

 

거기서만 조용히 80평생을 살아오신 울 할부지.

 

손녀가 선생된다고 엄청 좋아하시던 울 할부지.

 

돈 100원에 벌벌 떠시지만 우리 손녀 첫 대학 입학금은 당신이 낸다시며 척 하니 100만원 내어주시던 울 할부지.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이번에 임용 떨어지고 처음으로 맞는 명절.

 

죽기보다 가기 싫었지만 아빠의 엄청난 협박 ㅡ_ㅡ 과 엄마의 매서운 눈초리에 갈 수 밖에 없었던 울 할부지 댁에서

 

난 엄청난 말을 듣게 되고야 말았다. 

 

울 할부지..

 

내가 할부지 댁에서 있던 2박 3일 동안,

 

내 눈치 보시면서 그렇게 주저주저 하시다가 꺼내신 말씀.

 

"너..시집가지 않으련?"

 

"넵?? 할아부지~ 제 나이에 무슨 시집이예요??"

 

"에..니가 선생시험에 됐으면 모를까..안됐으니 얼른 시집갈 준비를 해야되지 않겠니? 여자는 시집 잘가면 그만인 것이야~ 선생 안된것이 너한테는 더 잘 된건지도 몰라."

 

" ... ㅡ_ㅡ;;;"

 

대화는 거기서 그렇게 끝이 났지만..

 

아.. 이 나이에 시집이라니..

 

내 나이 이제 스물 넷.

 

그리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생일이 늦은 관계로 이제 갓 만으로 스물 둘된 나에게..

 

시집이라니..

 

할부지..시험은 내년에도 또 볼 수 있고, 제가 마흔이 될 때까지 계속 볼 수 있는 거란 말예요~~

 

그리고 전 아직 완전한 백수도 아니예요~~ 졸업식도 안했단 말예요 ㅡ_ㅡ

 

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울 할부지,

 

이번 시험 떨어진 것으로 손녀가 선생되는 길이 영영 막힌 것으로 생각하시고는

 

당신 나름으로 그렇게 몇날 몇일을 고민하시다 나에게 말씀하신 것이리라.

 

설특집 아침마당에 4대가 모여 사는 가족이 나왔을 때,

 

아련하고도 부러운 눈빛으로,

 

증손주를 본 할아버지를 바라보던 울 할부지의 눈길이 나에겐 너무도 강렬했다.

 

어린 나이에 장가를 드셨으나, 뒤늦게서야 자식을 보시고..

 

그 자식이 불구라 서른이 훌쩍 넘을 때까지 장가를 못보내시다가

 

다행히 천생 배필을 만나 무사히 장가 보내시고..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손주를 안아보셨으니,

 

증손주에 대한 욕심을 내시는 것도 당연하시다 싶었다.

 

또 일찍 결혼하는 것이 가풍아닌 가풍인지라(6촌 오빠들은 23-4에 결혼, 언니들은 21-2에 다들 결혼함)

 

더욱 그러하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껏 나는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나에게 기대하고 힘을 실어주셨던 모든 분들 역시 다 그러한 상실감을 맛보고 계셨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척들이 비웃을거라 생각하여 할아버지 댁에 가기 싫었던 것인데,

 

그런 생각을 한 내가 옹졸하고 어리석었던 것 같다.

 

내가 백수인 건 사실이다.

 

지금 그것을 어느 누구에게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짜증나고 답답한 현실이 나의 것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만의 것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이래저래 세상탓을 해보고,

 

남의 탓으로도 돌려보지만 결국은 내 자신이 못나서 이리 된것을 알게 되고야 만다.

 

시집가는 것이 결코 백수탈출의 기회가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그 나이 그 시대의 사고방식을 가진 할아버지로서는 최선의 방법책으로 나에게 그 카드를 내미셨음이 분명하다.

 

그것은 비꼬는 것도 아니요,

 

비웃는 것도 아니요,

 

현실 도피의 수단을 제시하심도 아니었다.

 

우리 백조들의 부모님께서

 

"으이구~ 시집이나 갈 것이지!!"

 

라고 퉁명스럽게 내 뱉는 말씀에는 다 이러한 뜻이 숨어져 있는 게 아닐까..

 

할부지~~

 

이번에 떨어져서 죄송하구요~~

 

올해는 열심히 공부해서 꼭 합격할께요.

 

할부지, 그러니까 시집가라는 말씀은 3년 쯤 뒤로 미뤄주세요^-^;;

 

사랑해요 할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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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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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글은 왜 항상 앞뒤가 안맞지?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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