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소 자극적인 제목 죄송합니다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글을 올려봅니다
어렸을때 빼고는 제 앞에서 한번도 운 적이 없었던 동생 녀석이 오늘 처음으로 펑펑 울었습니다.
평소에 워낙 한결같이 밝고 긍정적이고 장난도 잘 치던 애라 이렇게까지 많이 힘들어하고 있을줄은 몰랐는데
제가 제대로 신경 못 써준 것 같아서 안쓰럽고 미안하네요
동생은 저보다 3살 어린 중학생인데
어..애가 생각이 좀 어른스럽다고 해야 하나요
뭔가 말도 잘 통하고
치고받고 싸우다가도 친구처럼 잘 지내고 그래요
근데 동생이 어렸을때부터 운동을 잘했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잘하고 본인도 좋아하는 종목이 있었는데(정확한 명칭까지는 말 못하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진로를 그쪽으로 결정할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그 종목과 연관이 있는 신체 부위가 안좋아져서
진로를 다른 쪽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다행히 관리를 잘 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수 있는 거라 해서
통증이 여전히 있긴 하지만 건강상에 큰 무리는 없이 잘 커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신체적인 치료 말고
동생이 정신적으로도 치유가 되었는지에 대해
제가 생각을 깊게 안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동생이 진로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곧바로 재활의학과 쪽 의사가 되겠다는 새 목표를 설정하고
공부에 소질도 좀 있고 본인도 노력을 해서
성적도 곧잘 받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삐딱선(?)을 타는 것 없이 지금도 그러고 있고요
덕분에 부모님도 동생에 대한 걱정없이 맞벌이를 계속하고 계시고
집안이 아주 여유있는 편은 아니지만
동생이 운동을 했을 때와 별 다름없이
밝은 분위기의 가족입니다
근데 그 밝은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던 만큼
동생이 힘들어했던 것들을
많은부분 모르고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힘들 거라고는 알고 있었습니다
엄청나게 힘들었겠죠
갑자기 그런 일이 생겨서 혼란스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저도 안쓰럽고 안타까웠는데 본인은 오죽했을까요
저였다면 그 상황을 박차고 나올 용기가 안 났을텐데, 어린 나이에 그걸 차근차근 해냈으니 대단하고 대견한 일이죠
그 과정에서 한번도 저에게나 부모님께 투정, 짜증을 부린 적도 없었고요
근데 이걸 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본인이 모든 걸 안고 살았던 거잖아요. 혼자서.
부모님은 일때문에 항상 정신없이 바쁘셨고
그걸 알아차릴 사람이 사실상 저밖에 없었는데
이제야 눈치챈 제가 멍청하게 느껴집니다
동생이 자기가 결벽증이 생긴 것 같다고 합니다
오염에 대한 공포 쪽이라고 해야 할까요
근데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균이나 지저분한 것에 대한 공포라기보단
샴푸나 바디클렌저, 손씼을 때 쓰는 액체로된 비누 등에 대한 건데
그런게 안 닦이고 남아있는 것
그게 무섭대요
무서워지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저번주 일요일 밤에 독서실을 갔다와서 샤워를 했대요
근데 너무 피곤해서 졸게 된건지
팔다리랑 발에
샴푸랑 컨디셔너랑 바디클렌저
그런게 몸에 많이 남아있는 채로 화장실에서 나왔나 봅니다
그리고 그런 게 묻어있는 줄 모르고(졸릴 때 감각 같은게 많이 둔감해지는 편이긴 합니다..
졸리거나 잠들었을 때 누가 꼬집거나 업어가도 딱히 모를 정도로..)
부엌에서 물을 마시고
방으로 돌아와서 멍한 채로 책가방을 챙기고 준비물도 챙기고
바로 잠이 들었는데
(부모님은 주무시고 계셨고 저도 그날은 피곤해서 일찍 자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봤더니(동생이 학교에서 맡은 일이 있어서 요즘 제일 일찍 일어납니다)
자기 방부터 시작해서 화장실 바닥, 거실, 부엌,여기저기에 비누거품이 마른 자국들이 남아 있었대요
미끌거리는 곳도 있고요
그래서 부모님 깨시기 전에 일단 팔다리랑 머리를 다시 헹구고
비눗기가 보이는 곳들을 닦고 학교에 갔는데
필통이랑 가방,책에도 샴푸같은게 다 묻어있었다네요
그게 이번주 월요일이었고
운 거는 어제 수요일 저녁이었습니다..
부모님은 두분 다 아직 집에 안오셔서
저랑 얘기했는데
처음엔 아..하고 중간중간에 작게 한탄을 하다가
그게 흡흡이 되고 흑흑이 되고 마지막에는 흐엉엉이 됐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근데 겁이 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샴푸나 바디 클렌저같은 게
오랜시간동안 안 닦아내고 방치하면
위험하거나 안 좋을 것 같은데
자기가 그날 여기저기에 묻히고 다닌 건 분명하고
정확히 어디까지 묻힌건지도 기억이 안나고
공부하는 책들이나 의자 책장 바닥 등에는 확실히 묻었는데
색 같은게 눈에 보이지를 않으니까 일일이 찾아서 다 닦아내지도 못하고(바닥같은 데는 최대한 닦고 옷도 세탁한 거 같긴 한데 책같은 건 빨래를 못하니까)
그것때문에 공부할 때 책을 사용할 때든 책상에 앉아있을 때든
불안하고 스트레스 받고
자기가 너무 바보같고 한심하다고 울더라고요..
눈이 완전 마카롱이 될때까지..
그리고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들, 이 샴푸 묻은 것 말고도 불안한 것들을 다 얘기했습니다
그 부위가 다시 원래처럼 괜찮아질 수 있을까,
통증은 언제쯤이면 사라질까, 공부하는 데에 지장이 안될 정도로 통증을 줄일 수 있을까,
등등
이렇게 한참을 얘기했는데
얘기가 끝나고 나니까
처음엔 동생이 울 때 조금 놀랐었는데
이렇게까지 깊게 고민하고있던 걸 모르고 혼자 내버려뒀다는게 미안하고
힘든데도 잘 버티고 있었던게 고마워서 오히려 제가 눈물이 날뻔 했네요
네..
아무튼 이제는 알게 됐으니
저도 신경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챙겨줄건 챙겨주고 도와줄건 도와줄수 있게 됐는데
그 샴푸랑 클렌저 문제
그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곳에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글이 길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상황을 다 설명한 건
혹시 동생이 오랫동안 쌓아왔던 걱정과 스트레스가
결벽증의 형태로 나타나는 게 아닐까 싶어서였는데요
음..책이나 가구에 좀 많이 묻은 샴푸, 바디클렌저를
오랜 시간 닦아내지 않을(닦아내지 못 할) 경우에
문제가 생길까요?
독성 성분으로 변한다던지..
그리고 그거를 만졌을 때 피부나 몸에 문제가 생길까요?
동생은
일상 생활에 널려있지만 큰 위험은 되지 못하는 세균들,
그런 것들과는 다르게
샴푸랑 클렌저 같은 건 화학성분이 위험한 물질로 변할 수 있을까봐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자기는
묽은 거를 묻히고 다닌게 아니라 원액에 가까운 걸 묻히고 다녔으니 더 위험 한 것 아니냐고..
또 그게 자기가 만지는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한테까지 피해가 가는것도 걱정된다고 하더라구요
책 (필기구 침대 책상 등등)에 묻은 샴푸/클렌저>>자기가 만지고 사용할때마다 자기 피부에 묻음.>>잘못하면 다른 사람의 피부에도 묻게 됨.
이걸 막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누가 어깨동무하려는거 피하고
자기 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친구들과의 접촉도 알게모르게 다 피했다네요..
그러면서 자기가 지금 손발은 씻었는데 아직 샤워를 안 해서 위험하다고..
그러고 보니 얘가 얘기하는 내내 멀찍이 떨어져 있더라구요..ㅡㅡ
그래서 간지럽히려고 가까이 가니까
어색하게 웃고 주춤거리면서 뒤로 피합니다..
반대로 제 팔 잡아보라고 하니까
좀 머뭇거리더니 잡긴 잡았는데
그러고서 약간 슬프게(?)하는 말이
나 손은 씻었으니까ㅎ..
아 원래 이러던 애가 아닌데
이게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어제 이렇게 동생이랑 얘기를 좀 더 하다가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서
바디클렌저같은 걸 제 손가락에다가 묻히고
씻을 때 안 씻겨나가게 방수 골무같은거 끼우고(신기하긴 한데 약국에서 팔더라구요)
지금부터 한 1주일정도 묵혀두고 어떻게 되는지 볼까,
그러면서 화장실 가서 바디클렌저 손가락에 짜내려고 자세잡는데
눈커지면서 다시 울려고 하길래..
네..그것도 일단 관뒀습니다
아 그리고
비눗기 같은게 다 안 씻겨진 것 같다는 불안 때문에
손이든 몸이든 씻을 때 시간이 평소보다 오래 걸리고
손은 좀 건조해진 것 같다고 합니다
얘기가 많이 길어졌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종합하면
동생도 이것 때문에 죽을수도 있을 거라는 걱정까지는 안하는데
피부에 안좋고 몸에 안좋은 걸
빨래를 할 수 없는 책들과
일일이 찾아내서 닦아내지 못하는 집 구석구석에 묻혀놓았으니
그걸 만지거나 사용할때마다
옷, 몸 등등 어딘가에 항상 묻히고 다닌다는게 꺼림칙하고
그걸 만진 자기로 인해
그게 또 다른 물건, 다른 책, 다른 가구, 다른 사람한테까지 묻는 수 있다는 게 걱정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공부하는 책들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계속해서 써야 하니까요
(문제집, 인강교재, 자기가 정리한 필기, 등등 대학갈때까지 (어쩌면 그 이후까지도) 사용하게 될 것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위험하지 않다. 괜찮다.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이거를 확인시켜 주는게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을까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부모님께 말씀을 드려야 될텐데
동생이 상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데
부모님 괜히 걱정하시게 되는 건 싫다고
안 할수 있으면 안 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말씀드리는 수밖에 없겠지만..
상담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샴푸나 바디 클렌저를 오랬동안 냅두고 그걸 만져도
그냥 공중에 돌아다니는 세균 수준으로
유해하지 않은 건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을까요?
제가 뭘 하면 될까요?
학교에서 폰으로 빠르게 적느라
오타도 나고 글도 의식의 흐름대로 적은 것 같은데..
성격좋고 잘생긴 동생자식이
하루빨리 바디클렌저와 샴푸의 불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책 만지고 공부하면서 걱정 안해도 됐으면 좋겠고
몸도 빨리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셨던 분들이나
무엇이든 조언해주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사진이 없으면 글이 묻힐 수 있다고 해서
같이 한장 올릴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