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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다섯번 결혼을 했고, 다섯번째 이혼을 앞두고 있다.

인생별거없음 |2017.07.17 01:13
조회 12,850 |추천 23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엄마는 첫번째 결혼과 이혼을 했다. 

엄마의 첫번째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직접 들은게 아니라, 내가 아주 어릴적에 엄마가 지인에게 얘기하는걸 들었고 난 아직 그 기억이 생생하다. 

엄마의 첫번째 남편은 유전자적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그때는 거의 50년 전이니 대한민국의 시집살이가 보통이 아니었을 때였나보다.(엄마가 운이 안좋은 것도 있겠지만) 고약한 시집살이에 시달리다가 첫 아이를 낳았는데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시집에서는 니가 몸 간수를 제대로 못해서 그런거라며 구박을 했고 엄마는 그래도 다 그런거겠거니 하며 참다가 몇년 뒤 둘째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농아였다... 

어릴적에 들었던 기억으로는 그 첫번째 남편이 일했던 곳이 원전 지역이었고 아이들의 선천적 장애는 남편으로부터였다는걸 나를 낳고서 알게 됐다고 했다. 

두 자녀를 두고 엄마는 쫓겨나다시피 집을 나왔고 친정 식구들의 도움으로 혼자 10년 가까이 살다가 두번째 남편인 나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만나게 됐다. 엄마는 서른 일곱, 아빠는 스물 아홉이었고 여덟살 연하인 아빠를 엄마는 전혀 남자로 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빠가 엄마에게 끈질기게 구애를 해서 결국 결혼을 하게 되는데, 엄마 말로는 아빠가 엄마를 거의 납치하다시피 해서 집으로 데려가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가만히 있었던 엄마가 더 이상하게 생각되고 잘 믿어지지도 않았지만 스무살때 만난 나의 생물학적 아빠가 이 말에 별 변명이 없는걸 보니 사실인가보다 했다.)

엄마는 서른아홉에 나를 낳았고 귀한 선물이 찾아온거라며 기뻐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빠는 처음엔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들을 보이기 시작했고, 술만 마시면 개가 됐다. 같이 외출했을때 모르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면 집에 돌아와 그 남자는 누구냐, 어떤 사이냐, 왜 둘이서 그런 눈빛을 주고 받았느냐 등등 엄마를 향한 의처증이 심각했고, 폭행과 폭언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어릴때 내가 엄마 몸에 남아있는 상처를 보고 이건 왜 그러냐고 물었을때 엄마는 니 아빠가 우산으로 찔러서 이렇게 됐다고 했고 난 그때 엄마에게 그런 과거가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내가 두살때, 엄마는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에 이 집을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어느 정도 재정적으로 준비가 됐을때 엄마는 나를 데리고 집을 나왔다. 도망을 가면 찾아오고, 또 도망을 가면 찾아오고를 반복했기에 그때만큼은 정말 치밀하게 시간을 두고 준비했다고 한다. 평소엔 가지 않을 지방에 방을 구하고, 친척들에게도 말하지 않고 집을 나왔다. 아빠는 엄마와 나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매번 수포로 돌아갔고, 그때부터 엄마와 아빠의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솔직히 이건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끝났는지 나도 잘은 모른다. 내가 아는거라곤, 어릴적 엄마 책꽂이에서 본, 엄마가 법원에 제출했던걸로 보이는 종이에 쓰인 엄마의 글씨가 전부다. 거기엔 엄마가 나를 데리고 집을 나왔으나 몇일 뒤 나를 잃어버렸고 아직까지 찾지 못해 행방을 알수 없다는 내용이 써 있었다. 그렇다. 엄마는 나를 아빠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나를 실종됐다고 신고했고, 난 실종 처리 됐다. 시간이 지난 뒤 엄마와 아빠는 이혼 처리 됐고 엄마는 그렇게 두번째 이혼을 했다. 

엄마는 취직을 해서 돈을 벌었고 나는 어릴적부터 늘 혼자 놀았다. 6살에 애니메이션 전집을 보면서, 엄마가 가르쳐준대로 카세트 테잎을 작동시켜 들으며 한글을 익혔고, 다행이 옆집에 사시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를 시간이 되실때마다 봐주셨고, 가까운곳에 있던 유치원에서도 종일반에 들어가 낮에는 친구들과, 저녁에는 선생님들과 놀다가 8시 반쯤 엄마와 함께 집에 돌아왔다. 

돌아보면 초등학교 시절의 나는 애정 결핍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려고 안간힘을 썼고, 문구점에서 작은것들을 훔치거나, 친구의 필통, 다이어리, 펜 등등을 훔치는 등 지금의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수 없는 행동들을 했다. 2학년때 친구의 필통을 훔쳤다가 반 전체가 난리가 났고, 내가 그랬다는걸 걸려서 선생님께 조용히 혼이 난 뒤로는 남의것에 손대는 버릇이 사라졌던것 같다. 

엄마의 세번째 결혼은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때였던걸로 기억한다. 엄마 지인의 가족이었고, 그 아저씨에 대한 첫인상은 정말 별로였다. 청평쪽에 그 아저씨 부모님 소유의 선산이 있다고 했고, 초혼이었다. 아직 기억나는건 그 아저씨 집에 엄마와 처음 갔을때 벽에 붙어있던 비키니 달력과 빨간 비디오다. 아저씨가 갈때마다 용돈을 2만원씩 주셔서 좋았지만 생긴것도 하는 짓도 변태같아서 난 정말 싫었다. 하지만 어른들의 결혼이라는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것 같아 아무말 없이 엄마의 세번째 결혼을 지켜봤다.

처음 보는 엄마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정말이지 어색하기 짝이 없었고, 두꺼운 화장부터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 장소, 분위기, 모든것들이 이질적이고 어색하고, 싫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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