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털어놓을데도 없어서 판에 와서 주절거려봐요..
3살차이 나는 여동생 있고, 사이는 썩 좋지 않았어요.동생은 대학 기숙사에 있고 저는 타지에서 일하느라 1년 중 명절이나 제사때 정도만 본가에서 얼굴보고 개인적으로는 연락도 잘 안해요. 썩 친하지도 않고 그냥 본가에서 얼굴보면 밥먹어, 상 네가 치워, 정도만 대화 나눌 정도 사이예요.
그런 동생이 n년전에 갑작스러운 신부전증으로 신장 이식이 필요하게 되었어요.초중기였다고 하는데.. 솔직히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신부전증이라는 말 외에는 진행사항같은걸 아무도 이야기 해주지 않아서 저도 잘 모를 정도예요. 동생 아프다는 말 들었을때, 친하진 않아도 갑자기 눈 앞이 하얘지면서 바로 병원 달려가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부모님은 자연스럽게 제가 이식수술을 해주길 바라셨고, 가족 친인척 중에서는 저만 검사 받았고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모든게 결정되고 이식 진행했어요. 다들 빠를 때 수술 해야 한다, 회복 빠르다더라 말만 하시지 고맙다거나, 고생이라거나.. 그런 말은 듣지도 못햇어요.모든 걱정과 관심은 아픈 동생에게 갔고, 저는 당연히 언니니까 당연하다는 생각이었어요.
다행히 수술은 잘됬고 동생은 거부반응이 없었어요. 저는 수술 전 백혈구..무슨 문제로 비장 수술도 먼저 받았고 이식수술 이후로 복부에 가스가 차서 팽창되고 병원의 복막염 오진등 여러차례 액땜을 했습니다.
제가 너무 우울한건... 가족들 모두 저의 장기 이식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어요.원래 동생과 다른 병실을 썼는데 엄마가 간병을 이유로 중간에 같은 병실에 배정 받았는데, 엄마는 오직 동생만 신경 쓰셨어요. 그럴 수 있어요, 전 수술 전에는 건강했지만 동생은 수술 전에도 아팠던 아이니까요.살짼건 똑같은데 '너는 화장실 혼자 갈 수 있지?' '밥은 너 혼자 먹을 수 있지?' 등등보다못한 이모가 제발 큰딸한테도 신경 쓰라고 했지만 엄마는 끝까지 동생만 챙기셨어요.
저는 가까운 친구 네명과 회사 상사 두분만 방문해주셨고, 동생은 같은과 친구들과 동아리 선후배 등등 수십명이 다녀갔어요.동생 방문이 올 때 마다 저는 커튼을 치고 귀를 막고 있어야 했어요. 동생의 눈물나는 투병기에 저는 없었으니까요.. 제 친구들이 동생도 고생 많았다며 동생한테 작은 꽃다발을 선물해줬는데, 동생은 자기 친구들한테 '뭐야 이거, 누가 가져온거야?'라고 하더군요.
동생도 저에게 고마워하지 않아요.그냥 '언니 덕에 살았다.' 이게 끝이예요.그리고 늘 자신이 아픈 이야기를 제게 해요. 언니는 배만 쨌지만 나는 투석도 받았고 앞으로도 계속 검사받고 관리해야 하고 이식 거부반응 확인해야 하고 등등... 동생은 자신이 받은 고통에 비하면 제 장기 하나를 잃은 건 아무것도 아니예요.
몇년이 지나고 지금도 동생은 아프고 애틋한 딸이예요.이제는 제 희생 자체가 없던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가족들은 동생을 볼때마다 부숴질까봐, 또 아플까봐 전전긍긍하며 맛있는 음식, 비싼 옷을 사주며 손에 물도 못 묻히게 해요. 저는 신데렐라, 미운오리고요.
이번 주말에 본가에 갔는데 부모님은 아직도 동생이 너무 걱정된다며, 저더러 바쁘더라도 종종 주말에 동생도 살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올라갈 때 동생 쓰라고 산 새 이불 들고 가서 동생한테 주고 오래요.
너무 우울하고 슬퍼요.만약 내가 죽으면, 내가 가족들을 원망하는 유서를 쓰고 죽으면, 그 때 우리 가족들은 저를 걱정해주고 후회해줄까요?너무 사랑하는 부모님인데, 이제는 볼 때마다 내가 죽어야 사랑해주실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안 좋은 생각만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