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개월 좀 안된 신혼부부예요.요즘 매일밤 남편이 잠들고 나면 거실에 나와서 혼자 서러워서 울고, 당장이라도 결혼 무르고 싶어요. 때때로는 자고 있는 신랑 이대로 목조를까, 이놈만 없으면 내 인생이 훨씬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하다가... 다시 연애때 행복했던 시절 생각만 하면 제 자신이 혐오스럽고 제 선택에 의한 결혼이었으니까 누굴 원망할 수도 없다는 생각 등등... 하루 하루 피가 말라요..
저는 학습만화나 교재삽화를 그리는 프리랜서입니다.연 수입은 적을땐 3000, 많으면 6000 가량 됩니다. 대신 책 1권 작업이 끝나야 정산을 받기 때문에 수입이 매우 불규칙하고 휴가나 휴일이 없어요. 매우 불안정 하죠.
신랑은 중소기업 사무직이고 연봉 3500 쯤 됩니다. 대신 야근수당도 어느정도 나오고 휴가등 잘 갖추어져있는 편이예요. 안정적인 편이죠.
저희 연애 4년 했어요.저는 늘 마감에 시달렸기 때문에 바쁜 저를 위해서 남편이 제 자취집에 거의 살다시피했고 거의 반동거나 다름 없었어요.그래서 서로 어떤식으로 청소하는지, 생활패턴이 어떻게 되는지, 식사는 어떻게 하는지 서로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코스트코를 데려가 준 건 남편이었고, 그 이후로 저는 냉장고에 냉동식품(볶음밥같은거)으로 채워뒀고 서랍에 깡통스프같은거 채워넣고 살았어요. 남편도 그때는 시간도 없는데 만들어 먹거나 비싸게 밖에서 사먹지 말고 집에선 그냥 이런거 데워먹어! 라고 했었고요. 연애때는 남편도 밖에서 사먹는것보다 집에서 저랑 깡통스프 데워먹고 빵찍어 먹고 볶음밥 나눠먹는거 좋아했었어요.결혼후에도 여전히 둘 다 일하느라 바쁘고, 그때처럼 냉장고에 냉동식품 채우니까 결혼 후에 첫장 보고 나서 남편이 한숨쉬면서 앞으로도 이렇게 살거냐는데 할말을 잃었어요.이제 결혼했으니까 집밥이 먹고 싶대요.시어머니가 여태까지 집 밥 갖다 해줬을땐 싫다고 저희집와서 냉동식품 먹던 사람이, 이제와서 제가 해주는 따듯한 된장찌개에 새밥, 갓 구운 고등어가 먹고 싶다고 하길래 난 밥 못해준다니까 그 이후로는 장보러 갈때마다 코스트코 카드 숨기거나 나중에 같이 가자~라는 식으로 미룸면서 피하고 코스트코 못가게 하려고 기를 써요.
결혼 후에 제가 작업실을 이용하고 있어요.같은 창작자들끼리 오피스 하나 빌려서 1/n으로 월세나 전깃세 나누면서 쓰는데 다들 집중하는 마감분위기라 저도 탄력받아서 일도 잘되고 이용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 신혼집이 시부모님댁이랑 무척 가까워서 그런지 낮시간에 제가 집에서 작업하면 갑자기 놀러오시거나 밥먹으러 오시라고 하는 등.. 사실 좀 불편했거든요.여튼 작업실 쉐어비로 한달에 15만원 가량 내는데 남편이 한달만 이용하고 그냥 집에서 작업하면 안되냐네요.집에서 일해봤자 전깃세 2-3만원 더 나오는데 뭐하러 불편하게 매일아침 화장하고 옷입고 전철타고 이동해서 밥도 밖에서 사먹고 불필요한 돈 쓰냐네요. 집에서 일하면 집밥도 먹고(저녁에 차려달라는 뜻으로도 들려요.) 가끔 청소도 하면 좋지 않냐고요.. 나는 작업실 환경이 너무 만족스럽고 좋다니까 이제는 그림그리는 남자들 다 변태들 아니냐면서 그런 오타쿠들이랑 왜 같이 일하냐고 하는데 이 때 정말 화나서 뭐라고 하니까 그 이후로는 별말 안하는데 마감 때문에 주말에도 작업실 나가려고 할때마다 안갔으면 좋겠다~ 집에서 일했으면 좋겟다~ 하면서 징징거리는데 너무 듣기 싫어요.
남편은 여자가 예쁘게 꾸미는게 다 공짜라고 생각하나봐요.연애때 남편은 제 외모를 자랑스러워했어요. 아무래도 만화가라는 직업이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직업이다 보니 솔직히 건강을 헤치기 쉬워요. 저도 20대 초반에는 과체중과 디스크로 고민하다가 나중에 정신차리고 운동하면서 살빼고 지금 남편 만나면서 예쁘게 꾸미기 시작한거였어요.신행때 면세점에서 마침 떨어진 화장품들 구매하는데 남편이 로드샵이나 이런데 보면 3-4천원짜리 화장품들 많은데 뭐하러 이렇게 비싼거 사냐고 놀라더라고요. 그 때 파운데이션이랑 섀도우 팔레트 샀었는데 나중에 제가 백화점에서 스킨이랑 선크림 사온거 영수증 보더니 대체 화장품에 얼마를 쓰는 거냐고 화내더라고요. 몇만원짜리 서너개만 쓰면 되는거지 전부 다 이렇게 비싼거 쓰냐면서 제 화장대에 화장품 하나하나 가리키면서 이건 얼마야? 이건 얼마주고 산거야? 이러는데 진짜 스킨병으로 남편 머리 치고 싶었어요;저 기초랑 파운데이션 정도만 백화점 브랜드 쓰고 색조계열은 거의 로드샵 이용해요. 기초도 남들이 경악할정도로 비싼거 안쓰고 프리메라나 크리니크 써요. 남편한테 여자들 보통 이 정도 쓰고, 또 한번 사면 3-4개월은 거뜬히 쓴다. 네가 말하는 저렴한 로드샵 화장품도 나쁜건 아니지만 각자 피부타입에 맞는걸 써야 한다 등등 설명했더니 또 한동안 궁시렁 궁시렁...
화장품 이후에는 제가 미용실 가는거나 헬스 다니는것도 마음에 안들어하네요.헬스는 아무래도 신혼집 때문에 이사해서 새로 등록하려고 이번달에 집 근처나 작업실 근처 헬스장 알아보는데 남편한테 이야기 하니 한숨쉬면서 그냥 저녁에 자기랑 같이 아파트 단지 몇바퀴 돌면 안되냐네요...그때 터져서 진짜 나한테 왜 이러냐, 내가 돈 쓰는게 그렇게 싫냐, 넌 내가 예쁜게 좋지만 예뻐지려고 돈 쓰는건 싫냐 등등 막 뭐라고 퍼부우니까 한숨쉬면서 시어머니는 저만큼 돈 쓰지도 않으시고 또 제가 사치가 심한 것 같다고 자기도 불만이 많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대요.
웃긴건 저희가 6개월에 30만원하는 헬스장도 벌벌 떨 정도로 궁핍하지 않아요.집도 양가에서 풍족하게 지원해주셔서 대출없이 샀어요. 그러고도 돈이 좀 남아서 혼수하고도 약간 저축해놓은 상태고요. 자녀 계획은 2-3년 후에 갖기로 합의해놓았거요.
솔직히 남편 말이 맞을 수도 있죠. 결혼까지 한 제가 너무 저 자신을 위해 돈을 쓰고 그런걸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제 자신을 위해 투자했던 것들을 결혼했다는 이유로 남편을 위해 포기하자니 결혼 자체가 너무 후회되고 미칠 것 같아요..미혼일때 내 모든걸 이미 봐왔던 남자여서, 이대로 계속 지속될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벌고 화장품 하나 살때마다 남편 허락 받아야 하고 외출 준비 때마다 나 보면서 한숨쉬는 남편 보니 정말 정이 뚝뚝 떨어져요. 인생에서 저 남자를 지우고 다시 혼자 살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제가 미혼이었을때, 기혼이던 친구들이 신혼때는 '너도 결혼해~'라면서 종용하다가 1년 좀 지날즘에면 절대 결혼하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그 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 알 거 같아요.. 진짜 너무 요즘 하루하루 우울하고 결혼이 후회되요... 당장이라도 이혼하고 싶은데.. 저희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믿는 부모님 생각 때문에 마음이 찢어질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