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맘 놓고 맡길 어린이집 없나요] 보육교사 자격증 빌려주고… '대리 시험'까지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 2015/01/22 03:00

가-가+

어린이 학대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천 킨젤스 어린이집의 교사 양모(33)씨는 1급 보육교사 자격증 소지자였다. 그는 어떤 과정을 거쳐 보육교사 1급 자격증을 딸 수 있었을까. 그는 사이버 대학에서 2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딴 뒤 3년 현장 경험을 인정받아 1급으로 승격했다.

한 대학의 보육교사교육원 관계자는 "보육교사 이수에 필요한 17개 과목과 교양·일반 10개 과목을 인터넷 강좌로 이수하면 전문대 졸업학사와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동시에 취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육교사교육원들은 '자격증 취득하면 덤으로 대학 졸업장', '시험없이 이수만으로 취득 가능한 자격증'이라는 광고로 수강생들을 모은다. 1급 교사가 되려면 두가지 길이 있다. 전문대나 대학에서 아동·보육 관련 학과를 졸업해 3년간 현장 근무를 하거나, 보육 관련 석사 이상 학위(2급 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따서 1년 근무하면 된다. 고졸은 더 쉽다. 3급을 따서 5년 경력이면 1급 교사가 될 수 있다.

◇75만명은 '장롱 자격증'

한국보육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말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자는 103만명(원장 31만명 포함)에 달하고, 이중 현직에 있는 경우는 25만5282명(21.8%)이다. 나머지 75만명은 '장롱 면허'를 딴 셈이다.

전문가들은 "무상 보육 정책 때문에 어린이집이 대거 늘면서, 부족한 교사를 확보하려고 쉽게 보육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게 만든 결과"라며 "평생 직업보다는 생계수단으로 여겨 부실 교사가 나오고 장롱 자격증이 나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작년에 보육교사 자격증을 새로 딴 9만3402명 중 2급 교사가 72%(6만7252명)로 가장 많았고, 1급(19.7%), 3급(8.3%)순이었다. 2급 교사 중에는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절반가량이었다. 사이버 강의를 충실히 듣고 보육 교사가 되는 사람도 많지만, 일부는 인터넷으로 중간·기말고사를 치를 때 편법과 부정행위를 하는 등 부적격자를 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 대리시험 등 편법 동원

한 보육교사는 "집에서 컴퓨터 2대를 이용해 한 컴퓨터로는 시험을 치르고, 다른 컴퓨터로 답을 찾았다"고 했다. 7명이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시험을 치른 이모씨는 "한 사람이 한 과목만 집중 공부해 다른 6명의 해당 과목 시험을 대신 쳐준다"고도 했다. 컴퓨터에서 공인인증만 받으면 누가 시험을 치르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얘기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보육 교사가 되려면 학사 학위를 요구하고, 우리나라도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 이상에서 유아전공을 한 경우에만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보육 교사는 사정이 다르다. 아동·보육 관련 과목을 인터넷 강좌로 이수해도 자격을 인정해 달라는 사이버 관련 교육기관들의 요구가 많았고, 법제처에서도 "사이버 이수도 일반 수업과 동등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자격증이 남발된다"며 반대하던 복지부와 여성부의 목소리는 규제 타파와 형평성 논리에 묻혔다.

최근 잇따라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가 발생하자 정부가 CCTV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21일 대전 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CCTV를 설치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승급 교육도 허술하다. 3급에서 2급으로 승급하려면 교사 경력 3년이상인 사람이 80시간 승급 교육을 받고, 시험 점수가 80점(100점 만점)을 넘어야 한다. 그러나 합격률이 1급은 98.8%, 2급은 99%로 거의 합격해 요식행위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승급시험 기관에서 문제를 미리 알려주고, 낙제점을 받아도 그 자리에서 재시험을 치러 통과시키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실습 시간 한국 4주, 독일 1년

보육 교사들은 아동들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므로 실습 과정이 중요하다. 독일은 1년, 프랑스는 15개월 실습을 거쳐야 자격증을 준다. 한국은 어린이집·유치원에서 160시간(4주) 실습만 채운 교사들이 현장에 투입된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실습 기간으로는 교사의 인성 측정은 커녕 영유아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형성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자격증 시험을 국가고시로 전환하되, 승급 시험도 국가시험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프랑스의 경우, 보육 교사는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 양성학교에서 2년간 교육과정을 마친 뒤 국가시험을 치러야 한다. 독일은 전문대학에서 최소 2년의 학교교육을 마치고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이화여대 이기숙 교수는 "어린이집 교사도 유치원 교사처럼 2급이 되어야 정교사로 인정하고, 3급 교사는 보조 교사로 활동하게 해야 한다"며 "3급 보육 교사는 현재 2년간 경험이 있으면 2급을 주는데, 현장 실습을 포함해 5년으로 연장해 교사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