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 죄송해요.
그간의 긴 얘기는 다 못합니다... 조금만 쓸게요.(근데도 엄청 길어요.) 읽어주세요..
저희 엄마는 특이한 사람이에요.
머리가 좋고 똑똑하지만 굉장히 예민하고, 자신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 여깁니다.
굽힐 줄 모르고 참을줄 몰라요. 본인이 지배하는 작은 왕국인 우리 가정 안에서 평생을 그렇게 살고 계십니다.
사회생활은 하지 않으시고요. 지금 갱년기시라 특히 더 예민하네요.
자식을 위하고 사랑하며 좋은 엄마일때도 있지만 수틀리면 정도나 선이라는 것이 없이 온갖 폭언을 일삼는 ..폭행도 약간..그런 엄마 밑에서 그렇게 이래저래 커서 성인이 된 저와 언니(둘다 이십대)는 각자 엄마와 심하게 싸우고 독립해서 살고 있었어요.
(싸운게 아니라 쫓겨났다고 할까요? 시간이 지나서 부모님께 손 내밀고 싶고 집에 가고 싶어져도 못갑니다. 엄마한테 용서받지 못해서요.)
다른 얘기는 생략하고, 그러던 와중에 냉철한 언니와 다르게 정 많은 성격인 저는 얼마 전 몇 년 만에 부모님과의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집에 가고 싶다는 제 얘기를 아빠가 엄마께 흘렸고, 놀랍게도 엄마한테 먼저 전화가 왔어요. 집에 오라고 하더라고요.
오랜만에 엄마의 얘기를 들어보니, 힘든 점이 있었습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아빠가 급격히 성욕이 늘어서 괴롭다라는 것이었는데요. 예전에 비해 과한 관계를 요구하고, 시선이며 눈빛이며 지나가는 여자를 훑는다..? 등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종합해보면 전두엽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전두엽 치매에 그런 증상이 있긴합니다. 충동 조절 안되고 등등) 이런 식의 얘기였고요.
걱정도 되었지만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어요.
설명하긴 어렵지만 엄마가 의심, 지레짐작->단정->확정->기정사실화.. 같은게 약간 있으시거든요.
엄마랑 아빠는 애정 있는 좋은 사이는 아니고요.
그냥저냥 얘기하고는 살고, 많이 싸우세요.
어릴 때부터 욕과 함께 무한 반복하여 듣고 자란 아빠에 대한 수십 수백가지의 레파토리가 있는데(여자관련, 시어머니 관련, 기타 등등 특정한 사건들에 관한)
어릴 때는 그걸 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빠가 철없고 안 좋은 사람인줄 알았어요.
근데 제가 성인이 되고, 엄마한테 말도 안되는 누명을 몇 번 써서 욕먹어보고 나니까 아, 저 레파토리들을 곧이 곧대로 다 믿으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 거짓은 아니고, 일부는 사실일 거예요. 특정 팩트 위에 여러 가지 살이 많이 붙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혼하지 않으시는 이유는 제 아래로 미성년 동생이 한 명 있고요. 아빠도 백퍼센트 잘한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엄마가 좀 많이 이상한 성격인것을 누구보다 잘 아시기에 책임감을 가지시는 겁니다. 엄마의 입장은 경제력 문제로 이혼을 못하는 것.)
많이 간추린 거지만 서론이 길었네요.
그렇게 몇 주 전 연락한 이후로 도합 몇십시간을 통화하고 얘기하며 저와 엄마의 사이는 꽤 괜찮았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태풍의 눈이었네요.) 제주도 가족 여행을 떠났습니다.
둘째날 밤에 사건이 터졌어요. 특정 포인트에서 폭발했고(아빠와의 다툼에서 비롯), 엄마는 대노해서 소리지르고 난리가 났고.. 결국 비행기표를 땡겨서 다음날 밤 항공편을 부랴부랴 예약했습니다.
그렇게 다음 날, 다들 말 없이 짐 챙겨서 숙소에서 나와서 어느 식당에 들어갔어요. 자리에 앉았는데 제가 그때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어요.
그 이유는 그 날 아침에 혹시 엄마가 좀 누그러져서 낮에 동생이 가고 싶어하는 계곡을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제가 이렇게 엄마를 모르네요.)
그런데 숙소에서 나와서 차에서 계속 씩씩대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엄마를 보고 계곡은 글렀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식당에 들어가 앉았을 때, 자리에 앉으니 안그래도 짧은 바지가 너무 올라가길래 어차피 계곡도 안갈거고 가족 여행인데 이건 좀 아니다 싶고 옷이 불편하기도 해서 조용히 차키를 받아서 혼자 차로가서 캐리어에서 옷을 꺼내서 갈아입고 있었어요.
근데 갑자기 엄마가 차로 오더니 저한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라구요.
왜 짧은 바지 입었냐고, 니 아빠 발정난거 모르냐고. 니가 젊은 애니까 그런 거 입을 순 있지만 니 아빠 요즘 이상하다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그걸 입냐고, 아까 숙소에서 너가 수그렸을 때 니 다리 쳐다보더라 라고 하며 등등 엄청난 욕을 먹었습니다.
짧은 바지 입은게 경솔했을 수 있죠. 근데 저도 뭔가 실수인걸 깨닫고 안그래도 먼저 옷갈아입고 있는데 그런 욕을 듣게 되어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그렇게 엄마는 차에서 식사하지 않고 혼자 있었어요. 저는 눈물 닦고 들어가서 먹는둥 마는둥 하고 나왔고...
네. 그렇게 바로 공항으로 가서 아무것도 안하며 말없이 밤까지 있었습니다.
그 과정도 말도 못해요..계속 성질 부리고..검색대에서 직원에게 짜증부리고 욕도 내뱉고.. 나머지 가족들은 일단 집까지는 가야한다는 생각에 다들 엄마 눈치만 봤습니다. 여차하면 비행기 예약이고 뭐고 마음대로 행동하실 어마어마한 사람이라..
그렇게 집에 왔는데요. 전 솔직히 엄마가 저한테 그렇게 화나있는줄 몰랐어요. 전 여행 내내 엄마 비위 맞췄고 시녀 노릇하고 온마음을 다했거든요. 그 짧은 바지 입은거 실수가 있었지만..
집에 와서 제가 무슨 말을 들었게요? 술집 작부같은 년이래요. 몸이나 팔라고 하더라고요.
짧은 바지 입은거 저 실순거 알거든요.
근데 그 하나의 일이 어떻게 확대되었는지 아세요?
저는 엄마의 고통을 즐기고 일부러 엿을 먹이는 년이 되었어요..
아빠 성욕이 과해져서 힘들다고 본인 자존심도 없이 다 말했는데 제가 일부러 엄마 엿을 먹일려고 짧은 바지를 입었다네요.
그렇게 해서 막 아빠가 더 흥분해서 자기한테 더 들이대거나 바람이라도 피우면 니가 책임질거냐면서..
..저희 아빠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근데요. 여기까지도 괜찮아요.
엄마가 아빠를 정말 성적인 부분에서 이상하게 여겨서 나를 보호해주려고 경고하고 조언했는데 제가 그 말을 무시하고 개념없이 입어서 열받은거면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았어요.
어쨌든 제 걱정에서 비롯된거니까요.
술집 작부 소리 듣고 제가 기막히고 상처 받아서 엉엉 울면서 짐 그대로 싸들고 제 독립한 집으로 갔는데요.
다음 날 전화가 왔어요.
둘째 날 차에서 내릴 때 아빠가 차에서 제쪽 뒷문을 열어준 것에 대해 얘기해보랍니다.
엥 뭔소리지 황당해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점심먹으러 내릴 때, 제가 아빠운전석 뒷자리에 탔었는데요.
아빠가 먼저 내렸길래 제가 차문 열기 귀찮아서 창문을 똑똑 쳤더니 아빠가 열어줬던게 기억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말했죠.
제가 열어달라고 해서 열어준거라고.
제 말 당연히 안 듣습니다.
제가 그날 짧은 치마를 입어서 아빠가 혹해서 차문을 열어주는, 과잉 친절을 보인거랍니다.
그럴거면 둘이 여행가지 왜 자기를 개밥에 도토리 만드냐는 얘기까지 들었어요...
저랑 아빠? 무슨 그런 살가운 사이도 아닙니다.
대화도 별로 안해요.
기억도 안나는 차 문 사건에 그렇게 의미 부여를 하는 걸 보고
아 엄마 진짜 심각하구나, 망상증이 맞구나 하는 생각을 확실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에는 그냥 그런 것 같다 정도였거든요.
그리고 점심먹으러 들어가서도 아빠가 하필이면 제 옆자리에 앉은게 이상하다네요.
제가 짧은 치마를 입어서 굳이 제 옆에 앉은거랍니다.
그때 제가 동생을 이리와 하고 불렀다는데, 너도 그때 뭔가 이상해서 동생을 부른거 아니냐고 합니다.
정작 동생 부른거 저는 기억도 안나요....
셋째날에는 갑자기 엄마도 아무 말도 없었는데 왜 갑자기 더운 차에 가서 울며불며 혼자 옷을 갈아입었냐며, 도대체 뭔 이상한걸 느껴서 그런거냐고 바른대로 말하랍니다...
내가 언제 울며불며 옷을 갈아입으러 갔냐, 아니지 않냐, 조용히 갈아입고 있는데 엄마가 와서 폭언을 해서 그때부터 운거다,
그리고 갈아입은 이유는 위에 쓴대로 말했는데 아무것도 안 믿고 안 들어요 제 말을.
첫째날 밤에 숙소에서, 집에서 입는 고무줄 바지(무릎살짝 위) 입고 소파에 아빠랑 앉아서 지도보며 계획짠 것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짧은 옷 입고 둘이 착 붙어서 여행계획을 짰다나..
결론적으로 저는 더러운 년이고 술집 작부고 몸이나 팔래요.
저도 성격이 다혈질이어서
커오면서 엄마 성격에 맞붙어 대들다가 늘 패배하고 우리집에서 제일 싸가지 없는 년, 하극상으로 찍혀있었는데요.
근데 저런 얘기 듣는 순간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어요.
화도 안나고, 그저 충격을 받아서 꺽꺽대고 울기만 했어요.
아빠나, 전해들은 언니는
뭘 그렇게 우냐고.. 니 엄마 하루이틀이냐, 엄마는 아픈 사람이다. 동생 위해서 참고 살아야한다(엄마가 동생은 아직 어려서 그런가, 걔 하나 보고 끼고 사십니다) 하네요.
저는.. 엄마 그런건 알았지만 이번거는 좀 달라서요.
예의가 없든, 싸가지가 없든, 성질이 더럽든, 하극상이든, 이런 말 듣는 식의 갈등은 괜찮은데요. 시간이 지나고 사과드리고 하면 그래도 풀릴 수 있는 사안이잖아요.
이번일은.. 전 무슨 거의 아빠랑 붙어먹는 급의 딸이 되었네요.
위에다 썼었죠.. 저희 엄마의 어떤 생각은 시간이 지날 수록 기정 사실이 되어버린다고..
너무 두렵습니다. 불화의 가정이지만 그래도 멀리살면서 가끔은 얼굴보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는데.. 동생도 제가 워낙 예뻐해서요.. 뒤죽박죽.. 그냥 글 써보았습니다.
저는 나와있지만.. 집에 있는 아빠는 어떤 말을 듣고있을지.. 동생도 그런 소리 들으면 뭘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되고요.
글로 설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엄마가 겉으로 보기에 이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성적일때는 무섭게 이성적이기도 하고..
옳은 말 하실 때도 많고..저희 어릴 때 아플 때 밤새워 간호도 해주고 식사며 교육이며 정말 최선과 책임을 다 해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희생적인 어머니상?스타일은 물론 아니셨지만..하 어찌할지 모르겠네요.
아빠의 성욕문제?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딸한테 그런 마음 품거나 외도를 하실 분 절대 아닙니다. .. 엄마 말마따나 전두엽에 문제가 생긴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떡해야 하죠 저. 너무 힘드네요. 다 제 탓 같아요. 죽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