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디 물어볼 곳이 없어서 익명을 빌려 조언을 좀 구하고 싶습니다.
남편의 입장이 이해가 가긴 하는데 저도 욕심이 좀 나서요.
실제 이런 경우를 겪으신 분들은 어찌 대처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결혼한 지 5년차입니다.
남편과는 딱히 자녀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한 적 없습니다.
그냥 자연적으로 닿으면 낳자, 남녀 구별 없이 두 명 정도 어떻겠냐 이런 식으로 몇 번 주고받은 게 다입니다.
둘만의 생활도 만족스러웠고 욕심 같은 건 없었는데 아이가 들어섰습니다.
전 초반엔 조금 얼떨떨했는데 남편이 많이 좋아했습니다. 시일이 좀 지나고 나니 신기하기도 하고 저도 아이가 많이 소중해졌고요.
지금은 그냥 마냥 예쁩니다. 아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보고 있기만 해도 예뻐요.
남편 역시 아이를 엄청 좋아합니다. 같이 놀아주고 먹여주고 씻겨주고 원체 챙겨주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잘 돌봐요.
그래서 터울 없이 둘째를 낳지 않아도 좋을까 은연 중에 생각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남편이 할 얘기가 있다며 말을 건네왔습니다.
둘째를 낳고 싶지 않대요.
내가 답만 해주면 정관수술을 받아오고 싶대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라 잠시 입을 닫았는데 오해하지 말라며 얘기를 꺼내옵니다.
아이가 예쁘답니다. 정말 예쁘고 소중한데 솔직히 말해 출산이 그런 건 줄 알았다면 반대했을 거래요. 두 번은 못 겪겠대요.
저 임신 기간 중 유별나긴 했어요. 임신 증상이 사람마다 다 다른데 입덧, 토덧, 구토, 빈혈이 막바지까지 이어졌거든요. 링거도 맞고 입원도 하고 본래 몸무게도 못 넘어서 마지막엔 병원에서 살았어요. 사실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 이러다 죽는 건가 내가 죽는 거구나 별 생각 다 했어요. 가끔 뭐가 먹혀도 잠깐 눈 돌리면 또 토하고 허리는 끊어질 거 같고.
그런데요. 지나고 나니까 괜찮아요. 못된 말인데 애 가지지 말 걸, 막 이런 생각도 했는데요. 낳으니까 예뻐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감각이 무뎌지니까 애 또 가지고 싶어요. 둘째 낳고 싶은데.
남편이 많이 고생했어요. 저 때문에 집에선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도 못 하고 힘들어하고. 제일 속상했던 건 제가 먹고 싶다는 음식 고생해서 구해왔는데 한 입 먹고 토할 때. 진짜 미안했어요. 못 먹으면 실망하는 눈초리가 아직도 눈에 남아요. 어쩌다 타이밍이 맞아 몇 입 먹으면 엄청 좋아하고요.
아이는 혼자만 낳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물론 신체적인 건 여자쪽에 대부분 몰리긴 했지만 남편도 많이 힘들었을 거라 생각해요. 마음 고생도 심했겠죠.
그래서 나는 괜찮은데, 난 둘째 더 낳고 해도 좋은데 이 말이 차마 안 나왔어요. 조금만 생각 좀 해볼게요 하고 넘어왔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남편도 힘든 거잖아요.
머릿속은 이해하는데 은연중에 조금 욕심이 생겨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언을 좀 부탁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