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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 날것 같나요

안생겨요 |2017.09.15 02:18
조회 471 |추천 0
남자분들 입장에서 잘 판단해주세요.
말 줄일께요

일년에 몇번 마라톤 대회를 가는데 집이 좀 멀어서 새벽부터 지하철을 타러 나가야해

5시반 지하철을 타러갔더니 나랑 똑같은 티셔츠 입은 마라톤 참가자가 있는 거야
워낙 낯가림이 심해 그 사람이 서 있는 줄을 지나
같은 칸 타기 부담스러워서 일부러 옆칸 줄로 갔어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쟈철을 기다렸는데
똬- 그 남자가 옆에서 옮겨서 내 앞에서 쟈철을 기다리는 게 아니겠음? 운동을 많이해서인지 어깨도 넓고 키도 크고 속으로 몸이 좋네~ 이러고 말고
눈도 안 마주치고 각자 지하철을 탐

길고 긴 서울로의 상행 쟈철에 점점 나랑 똑같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까만 새벽에 같은 티셔츠를 입은 그 남자에게 느꼈던 일종의 연대감 같은 것도 희미해질 무렵
해는 이미 다 뜨고 환승해야할 정거장이 다 온거야

수십명이 우르르 내리는데
원래 지하철 내릴 때 마지막에 내리는 편인데
이게 왠걸. 그 남자가 혼자 펑펑 자고 있네

늦게 내리는 거기 때문에 일단 그 남자 어깨만 흔들고 나는 얼른 내렸어. 그리고 그 남자가 급하게 뒤쫓아 오며 고맙다 인사를 하는 거야
근데 낯가림이 있다보니 그냥 이어폰을 끼고 대충 인사만 하고 얼른 지하철을 갈아타러 나는 내 갈길을 갔지.

환승하려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다시 줄을 스는데
어랏 어느새 그 남자가 내 뒤에 서 있는 거임
계속 모르는 체 하기도 모해
인사를 했더니
말을 걸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자연스레 낯가림도 없어지고
편하게 말하게 되었어

그리도 고마워서 밥을 사겠다는 거야
나쁘지 않았어
근데 사실 대회장에서 친구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이따 친구랑 같이 만나서 다 뛰고 밥을 먹기로 했지

대회장에서 친구랑 인사도 시키고 편의점도 가고 스트레칭도 하고. 속으로 이 남자 참 순진하고 서글서글하네 생각했어

우리는 더 긴 코스를 뛰었기 때문에 그 남자는 먼저 도착해서 오십분 가량을 우릴 기다렸어.
그남자 나 사진도 찍어 준다고 피니셔에서 기다렸데
근데 서로 못 보게 된거 같아

사람들이 워낙 많다보니
카톡이 잘 안되었는데 남자 답장이 좀 느려서
나랑 친구는 그냥 바로 버스타고 밥을 먹으로 갔어

혼잡한 곳을 벗어나니 카톡이 터지고
우리는 먼저 갔는데 일로 오시겠냐 했더니
거기까지 쫓아 오더라

친구랑 참 순박한 남자네~ ㅋㅋ 이랬지
남잔 우리한테 고기도 사고 커피도 샀어

그러고 내려오는 길에
술은 하냐, 커피는 마시냐를 묻더라고
근데 난 알콜 쓰레기라
솔직히 주량이 한 모금이다ㅡㅡ
커피는 매일 마신다
순진하게 대답했지
근데 그남자가 그럼 담에 커피 마시면 되겠다 하는거

그리도 연락할께요. 하고 헤어졌어.

그 순간 '연락할께요'란 인사말 때문이었을까
나는 왜 그 남자한테 여우짓도 안하고 웃어주지도 않았고 잘 보이려 노력도 안하고 대화에 맞장구도 안춰줬지
막막 후회가 되는 거야

그 전까지 같은 도시에 사는 취미 맞는 친구 아님 말고 이렇게 생각하고 막 대하고 막 말했던 내 자신이 너무너무 미웠어. 이불을 빵빵 걷어 찼어

집에 들어와 하루 종일 기다렸어
카톡 와라 카톡 와라

연락은 오지 않았어

삼십대 중반. 미녀도 아냐.
가만히 있어도 온 몸에 호르몬이 뿜어져 나오던 이십대가 더 이상 아냐
남자를 만날 기회 보다 사실 가뭄에 콩나기가 더 쉬웠어

이렇게 좋은 남자에게 먼저 말을 걸어야 겠다
하지만 부담스럽게 굴긴 싫었어

'등수 확인했어요?'
다음날 나는 나랑 친구의 등수를 보여주며 이렇게 카톡으로 말을 걸었어
평범한 대화
근데 대화 속에 남자의 적극성이 하나도 느꺄지지
않았어. 그날은 대화는 일단 그만큼만

내가 먼저 카톡했으니까
담에 먼저 해주겠지 기다리며...

하루하루가 참 길었어
삼일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어

못 참고 또 무심하듯 연락했지
10월에 달리기 대회 친구랑 신청했어요
같이 뛰어요

그 남자의 대답은
- ㅋㅋ 오케요
- 그럼요ㅋ

뭐 그 정도뿐
먼저 말을 걸어가기 어려웠어
오늘의 대화는 금방 끝났어



..,
이 남자 나에게 맘이 없는 건가요?
놓치기 싫어요
추천수0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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