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왜 태어나게 하셨냐고, 그냥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저처럼 가정불화에 시달리는 사람들 많겠죠 전 21살 대학생이에요. 지금도 아빠의 호통에 귀막고 눈물만 흘리다가 조언이라도 듣고 싶어 글 남겨요..
제가 유치원생일때부터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아빠가 밥상 다 엎고 깨진 그릇을 엄마가 치우는 모습도, 엄마랑 몸싸움하는 모습도.. 차라리 그땐 어려서 좋은거였어요.
엄마가 아빠를 정말 싫어하고, 포기하게 된건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어요. 사실 전 엄마 마음이 이해가 가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며 살까 싶을 정도로 아빠가 많이 가부장적이시거든요. 예를 들면 엄마(아내)는 매 끼니를 다 차려줘야 한다는 그런거요.
2주 전 주말이었어요. 엄마가 피곤하셔서 점심때까지 주무시고 계셨는데 아빠가 계속 깨우면서 밥 차려달라고 하는거에요. 차려줬더니 반찬이 이게 뭐냐고 호통.. 지켜보는 제가 너무 화가 나서 그러면 직접 차려먹으면 되지 않느냐, 아빠가 차려먹을거 아니면 그냥 먹어라. 라고 이야길 했더니 숟가락을 던지면서 꼴보기 싫으니까 빨리 먹고 가버려라. 어른이 이야기하면 가만히 듣고나 있을 것이지 건방진 새끼가. 라고 하는거에요.. 방에 들어와서 엉엉 울었어요. 생각해보면 초등학생때부터 고등학생때까지 밥상에서 아빠가 절 안울린 적이 없었네요.
저희 아빠는 공부를 계속 해야하는 직업이에요. 그런데 금,토요일만 되면 친구들이랑 술먹고, 당구치고 새벽 3-4시에 귀가해요 심할땐 다음날 아침. 더욱 짜증나는건 그렇게 놀때마다 술값을 자기가 낸다는 거에요 심할땐 한번에 30만원씩.. 그런데 엄마가 한달에 한두번 있을까말까한 모임에 나가면 11시부터 들어올때까지 계속 전화하고, 여자들이 세상무서운 줄 모른다, 지금 시간까지 놀면 사람들이 술집 여자로 생각한다 등등 성차별적인 발언까지 하죠. 엄마가 나가서 노는 날은 제가 불똥받이에요.
이제는 그런게 익숙해질법도 한데.. 차라리 무뎌지고 무뎌져서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돼요.
또 마냥 엄마 편을 들 수도 없어요. 왜냐하면 엄마가 아빠랑 사이가 틀어지고 나서 가정에 많이 소홀해졌어요. 여름에 부엌에 날파리 꼬이는 건 기본, 냉장고엔 도대체 몇년전에 넣어둔건지 모르겠는 것들이 가득하고, 집 밥을 잘 안해줘서 주로 햇반 사먹거나 배달시켜먹는지는 좀 오래됐어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엄마가 바람폈던걸 제가 알고 있어요. 저한테 고등학생 남동생이 있는데 걘 모를거에요. 그리고 그냥 영영 몰랐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밉기도 하지만, 저는 엄마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어요. 이런 애증이라는 감정을 동생은 안느꼈으면 좋겠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짜증나는 건, 바람이라는 너무 큰 잘못을 했음에도 엄마를 많이 사랑한다는 것. 사랑받는 느낌을 준 적도 없는 아빠가 나에게 사랑을 바라는 것. 두가지에요. 엄마는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하신 게 맞지만 저에게 엄만 그냥 엄마에요. 무슨 느낌인지 혹시 아실까요? 엄만 저와 동생에게 정말 최선을 다하세요. 아빠 때문에 힘들지만 저랑 동생 두고는 절대로 아무데도 안간다고 하셨거든요.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남들 다 가는 주말 나들이 한번 같이 안가준 아빠, 요리하는 모습을 내 21년 동안 딱 두번 보여준 아빠, 엄마 아빠 사이가 나빠지는데도 보고만 있었다고 내 탓 하는 아빠는 주신 사랑에 비해 저에게 너무 많은 걸 원해요. 다른 집 딸은 아빠 힘내라고 편지도 써주는데 넌 뭐하냐고? 아빠는 언제 한번이라도 내게 따뜻했던 적이 있나요? 차라리 그냥 포기를 해주세요. 전 얼굴에 철판 깔고도 그런짓 못하겠으니까.
쓰다보니 글이 엄청 길어졌네요. 혹시 끝까지 읽으신 분이 있다면 제 이야길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와 같은 사람들, 더한 사람들 많겠죠. 이럴땐 어떡해야하죠? 집을 나가고 싶은 마음만 크고 가진건 없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것 같은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