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완아!당장 무릎을 꿇어라!
- 황후마마,신첩이 무슨 죄가 있다고 꿇으라 하십니까?!
- 건방진 것.여봐라,가서 백건풍을 끌고 와라!
- 예!
청나라 자금성은 언제나 바람 잘 날 없었다.황후 소환운은 흔비 류완아의 대죄를 밝혀내 황후궁으로 부른 다음 무릎 꿇렸다.완아의 죄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대신들에게 뇌물을 주어 자신의 아들을 태자로 내세우려 한 것,궁밖의 사내 백건풍과 사통한 것,또 황제가 가장 아끼는 여인인 당약훤을 모함해 죽이려 한 것이었다.다행히도 약훤은 죽을 위기에서 겨우 살아나 결백을 밝혔지만 그렇다고 완아가 죄를 덜 받는 것은 아니었다.황제는 환운에게서 보고를 받고 대노하여 완아를 쏘아봤다.
황제: 너는 짐과 오랫동안 함께하며 황자를 낳았다.헌데 이렇게까지 해?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거냐?약훤의 일은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기 힘들 거다.넌 엄청난 짓을 저지른 거야.
완아: 신첩은 무고합니다,다시 조사해 주세요.황후께서 뭔가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환운: 오해?니가 잡아 뗀다고 한들 누가 믿어 주겠느냐.그때 네가 당귀인을 모함했을 때도 그랬지.
완아: (엎드리며) 폐하!폐하!
황제: 백건풍은 장형에 처하고 류 씨는..냉궁으로 보내라.그 후는 나중에 결정하겠다.
완아: 안 돼!폐하,그는 아무것도 모릅니다.살려 주세요.
완아는 건풍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결을 선택하고 말았다.황제는 그녀를 완전히 폐위시키고 시체는 친정집에 돌려보냈다.친정에게는 연좌의 죄를 묻지 않았다.그녀가 낳은 2황자를 걱정해서였으리라.황제는 참담함에 오랫동안 시름에 잠겨 지냈다.그의 애첩인 약훤은 자신은 폐하를 원망하지 않는다며 예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허나 그는 약훤이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언제나 밝고,자신을 따스하게 비춰 주는 햇살 같은 사람.황제에게 그녀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다.
완아가 죽고 나서 약훤은 다시 조금씩 옛날의 생기를 되찾아 갔다.환운은 예전에 사랑받는 그녀를 질투하며 완아처럼 괴롭혔으나 이제는 황제와도 화해하고 임신도 하게 됐다.약훤에 대한 질투를 완전히 억누르지는 못하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방해하지 않았다.황제도 환운에게 고마워하며 그녀의 보장된 장래를 약속했다.그러나 약훤은 아이가 없었다.황제는 자신에게 두 황자가 있고 황후의 아이도 태의가 황자일 것 같다 하니 너는 내게 귀여운 공주를 낳아달라며 웃었다.약훤도 바라는 바였다.
얼마 뒤 산달이 되어 환운은 아이를 낳았다.적통 출신의 3황자였다.황제는 누구보다도 기뻐하며 하얗고 포동포동한 아기를 얼른 안았다.짬밥이 달리는 약훤은 경인궁에 굳이 가보지는 않았다.죽은 수은귀비도 대황자를 낳고 떠났고 못되고 욕심 많은 흔비도 2황자를 낳았고 황후도 출산했는데 자신은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그들이 너무 부러웠던 것이다.약훤은 모후가 되겠다는 욕망 같은 것 없었다.그러나...당장 지금 황제가 환운과 함께 아이를 안고 침상에서 정답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은 그녀의 꿈이었다.얼마나 고심했던지 눈치가 느린 동기 후궁 상재 악정영도 알 정도였다.
정영: 너무 걱정하지 마.오히려 걱정할수록 더 안 생긴대.더군다나 너는 총애를 받으니 시간문제잖아.
약훤: 황후마마께서 어머니가 되셨으니...안 그러려도 해고 자꾸만 생각이 나.
정영: 류완아 같은 여인한테도 아이를 점지해주시면서 하늘은 왜 그러실까?
약훤: 정영,있잖아.그녀를 대변하고 싶은 건 아닌데,흔비는 좋은 어머니였어.겉으로는 좋은 처이기도 했고.
정영: 본인도 폐하와 황자에 대한 정은 각별했던 것 같은데 스스로 팔자를 망쳤지.그러게 왜 어리석은 짓을 해.
약훤: 정영,너는 회임하고 싶지 않아?
정영: 별로.나는 아이를 싫어하니까.
약훤: 그래도.
정영: 자식 없이도 난 살 수 있어.큰일 나는 거 아니야.
쿨한 친구 정영이 약훤은 왠지 멋있어 보였다.별것도 아닌 일로 자기가 골몰하는 거 같아서.완아의 마수에 빠져들어 연금당하고,황제의 신뢰를 잃고,죽을 뻔한 것이 결코 먼 옛일이 아니었다.그랬기에 자신과 자신의 집안을 위해 보험 하나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이다.그녀는 이제 부군 한 사람만을 믿고 사는 삶은 멍청하고 순박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황제는 점차 그녀가 예전의 당약훤이 되어가는 거 같다 느꼈지만 실상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