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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만 둘이다 다행이다

ㅇㅇ |2017.12.08 21:19
조회 613 |추천 5
나는 일녀 일남의 장녀고 남편은 일남 일녀의 장남이다. 첫아이를 가졌을 때, 우린 둘 다 딸을 원했지만 아들이라고 했다. 엄청난 난산 끝에 첫아들을 낳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 쟤가 아들이라서 다행이다. 이런 고통은 겪지 않아도 되니까.' 였다. 

나만을 의지하는 작디 작은 아기를 그야말로 피와 살을 갈아서 키웠다. 외국에서 일가친척 친구 하나없이 주중에 출장을 자주 가야하는 남편과 둘이 키뤘다. 사람들은 내게 둘째는 딸을 낳아야 할텐데, 엄마한테는 딸이 필요한데, 하면서 딸 낳기를 종용했다. 나도 둘째는 내심 딸이기를 바랬다. 그런데 둘째도 아들. 우린 아들하나 딸하나인 가족 구성이 당연하다고 내심 생각했던것 같다. 당황스러웠다. 

이번는 짧지만 강렬한 진통끝에 둘째를 낳았다. 그게 오년 전일이다. 남편은 그사이에 승진을 했다. 나는 아이들을 기르면서 내 사업을 했다. 남편은 회사에 매여 있으니 시간 융통이 가능한 내가 자연스레 아이들을 다 돌보게 되었다. 남편도 가급적  일찍들어와서 아이들을 목욕시켜주고 자기 전에 책도 읽어주지만 그뿐이다. 그외에 모든 일은 자연스레 내 차지가 되어버렸다. 나도 남편만큼 돈을 벌지만, 사업을 더 크게 벌리거나 그 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할 짬은 없다. 내가 손을 놓으면 아무것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게 명명백백하니까. 남편과 이 상황의 불공평함에 대해 얘기해보았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 어쩌겠어. 당신이 자궁을 가지고 태어난 탓이지."

이제 나는 차라리 아들만 둘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 육체와 인생을 갈아넣어서 키우고 있는 나의 소중한 아이들이 내가 겪은 불합리함을 겪어야 한다면 나는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아이를 가진다 하더라도  적어도 임신과 산고는 겪지 않아도 될것이다. 딸에게 자동적으로 기대되는 늙은 부모 심신케어하기도 이 아이들은 의무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겠지. 내가 내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이 아이들은 나보다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겠지. 그거면 되는거다. 그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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