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ㅇㅎㅇ 과제하다가 잠도 깰겸 판에 들어왔는데 자존감이 낮아진 이유가 엄마/아빠 때문이라는 글들을 목격해서 글 써봐.
개인 가정사는 어떤지 자세하게 모르는 나이고 그저 자존감 때문에 힘든 그대들을 위해서 쓰는 글이니 일단 내 이야기부터 풀어볼게.
난 3남매 중 둘째야 ㅇㅇ 샌드위치 가운데가 바로 나지.
위로 있는 언니는 공부를 되게 잘해.
몇년 전에 유명한 기업에 취직도 해서 해외 출장도 많이 다니고 이번에 승진도 해서 월급도 높은 편이야. 인맥 관리를 중요시하게 생각해서 발도 넓은 편이고 아는 사람들도 많지 ㅇㅇ. 기가 되게 쎄 ㅡㅡ 고집도 장난 아니고.
아래로 있는 남동생은 지금 의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수능생! 공부도 되게 잘 하고 얘는 뭐라고 해야 하지. 만약 울 언니가 진짜 드라마나 소설이나 웹툰에 나오는 맨날 탱자탱자 놀아도 시험 잘 보고 하는 그런 부류라면 울 동생은 조금씩 조금씩 노력해서 발전하는 스타일!
말도 잘 하고 키도 크고 해서 주변 사람들한테 인기도 많아.
가운데에 있는 나는 정말로 평범하디 평범한 대학생이야. 근데 나는 우리 언니랑 남동생과는 다르게 공부도 잘 못 했고 낯도 가리는 성격이라 중고등학교 다닐 때 조용조용하게 노는 무리에 속했었어. 친구도 그리 많지 않고. 삶에 대한 목표나 욕심히 딱히 없었던? 아 그리고 자기 주장도 잘 안 하는 성격이었어. 괜히 남들 눈치를 보게 돼서 ㅠ 밖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가족들한테도 그랬었지 ㅇㅇ.
울 엄마도 기가 되게 쎈 편이셔. 몇 안 되는 내 친구들이 울 엄마 처음 봤을 때 무서워서 나한테 뭐라 그랬었어 ㅇㅇ... 고집 쎈 우리 언니랑 그에 비해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은 울 엄마는 항상 싸웠었어. 사소한 것들부터 진지한 것들까지. 그럼 나는 그 사이에 끼게 되는 거야.
남동생은 나와 언니랑 나이차가 좀 많이 나거든.
그러니 언니나 엄마나 나한테 하소연하고 화풀이할 때도 있고 그럼 나는 그런 걸 보면서 최대한 언니와 엄마 신경에 거슬리지 않게. 그렇게 사는 법을 터득했지.
별 말 않고 그냥 조용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면서 그냥 영혼 없이 대답만 하고 그런.
그리고 우리 가족이 (아빠랑 동생 빼고) 좀 직설적으로 남들 기분을 별로 신경쓰지 않고 막말하는 부류야. 예를 들자면 내가 지금은 살을 빼서 정상 체중이지만 전에는 통통을 넘어 퉁퉁이었거든. 그러면 나한테 왜 그렇게 뚱뚱하냐, 부터 시작해서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주는 발언을 하는 거지. 그러면 난 또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생각에 우울해지고.
위에 언급했듯이 나는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야 ㅠㅠ 위 아래로 다 공부를 잘 하는 편이니 많이 비교당하고 그랬었어. 특히 친구들도 공부를 잘 하는 편이었어서 친구들하고 비교당할 땐 친구고 뭐고 다 끊고 나 혼자 있고 싶고 그랬었거든. 그래서 자존감이 매우 낮았었어.
자기 주장을 내세울 줄 모르는 내가 어쩌다 한 번씩 부모님께 혼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그런 일을 했던 것인지 대답을 못 했고 부모님은 그런 나를 윽박지르곤 하셨어 왜 이렇게 대답을 못 하냐고 벙어리냐고. 정말로 답답하다고. 그리고 나는 더욱 더 내 자신을 숨기게 되었어.
그 시절에 들었던 생각은 '난 왜 이렇게 살지? 나는 그냥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나? 이렇게 살 바엔 죽는 게 낫지 않을까?' 등 부정적인 것들 밖에 없었어. 사춘기 때 특히 더 심했지.
상담을 할 만한 사람도 주변에 없었고 (친구들한테는 창피해서..) 우울증에 걸릴 지경까지 갔었어.
어린 동생한테 하소연을 할 수 있겠어 아니면 항상 일에 바빠서 집에 안 계시는 아빠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겠어? 그 때 내 다이어리에는 온갖 부정적인 말들과 욕설로 가득했었지.
졸업을 하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같은 일상이 계속 반복됐었어. 친구를 만나도 그 잠깐 반짝, 하고 즐거웠다가 다시 집에 들어가면 우울해지고. 밖이 집보다 더 좋다고 느낄 시절이었지. 근데 이렇게 살다간 진짜로 어느 날 홧김에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를 거 같은 거야. 그래서 내 성격을 조금씩 고쳐나가려고 노력했어.
일단 내가 말했듯이 나는 퉁퉁이었어. 툭하면 들었던 소리가 살 좀 빼라, 허벅지가 왜 이렇게 두껍냐 등등이었지. 거울을 보면 왜 이렇게 뚱뚱하지, 라는 생각밖에 안 들고 어떤 옷을 입어도 옷태가 살지 않아 나가는 것도 피했었어. 진짜 뻔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자존감 회복을 위해서 살을 빼기 시작했지 ㅇㅇ 내 자신도 좀 더 가꾸고. 살이 빠지면 빠질 수록 자신감도 늘고 꾸미고 나가서 예쁘다는 소리 한 번을 못 들어 본 내가 처음으로 예쁘다는 소리를 들은 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살 빼라는 소리도 안 들어서 스트레스도 안 받고.
그 다음은 내 주장을 뚜렷하게 말하는 연습을 하는 거였어. 오래 걸리기도 오래 걸렸을 뿐만이 아니라 이 과정에선 엄마와 의견 충돌도 잦아서 많이 다투기도 했어. 그런데 서서히 익숙해지시더라. 가끔은 내 의견에 동의도 하시고. 그러면서 엄마와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진 거 같아.
집 안에서 내 의견을 말하는 게 가능해지니까 밖에서도 되더라.
알바할 때 나를 깐보고 차별해서 괴롭히고 막말하는 매니저한테도, 나를 은근 돌려까던 친구 아닌 친구한테도.
최근엔 엄마와 대화를 하다가 내가 하고 싶은 게 생겨서 짜 놓은 장기 계획을 말씀드리는데 엄마가 그러시는 거야. 지금 그렇게 짜 놓은 계획이 니 성격 상 며칠 가기나 할 거 같냐고. 그래서 그랬지,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그런 말 하는 거 자체가 계획을 실천할 의욕을 떨어뜨리는 거라고. 그랬더니 아무런 말씀 안 하시더라.
그리고 울 엄마가 좀 많이 보수적이신데다가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라셨어. 울 엄마 밑으로 삼촌들 3분이나 계셔 ㄸㄹ 그래서 그러신지 남동생을 특히나 더 많이 챙기셨지.
맛있는 걸 하셔도 남동생 먼저 주시고 그 다음날 먹으려고 남겨 놓은 내 몫을 남동생한테 그냥 주시는 둥, 나는 그냥 그래 뭐 그런갑다, 하고 넘어갔고.
동생도 엄마가 챙겨주시는 걸 당연하게 받아드리고 엄마한테 밥 차려달라, 과일 깎아달라, 수저 달라 등.
내 의견을 똑바로 말하는 연습 중 동생한테도 뭐라고 많이 했었어. 너는 손이 없냐 발이 없냐부터 시작해서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엄마한테 그런 사소한 걸 해달라고 하는 거냐, 나중에 엄마가 돌아가시게 되면 누구한테 투정 부릴 거냐, 그렇게 살다간 너랑 결혼한다는 여자 한 명도 없을거다 등등. 그러니까 동생도 천천히 바뀌더라.
동생한테 무조건 이거는 남자가 하는 거 아니다, 라고 하시던 엄마한테도 자꾸 그렇게 애기취급 하지 말라고 말해보고 나한테 누나니까 동생 밥 차려주라고 하면 그럼 나 동생 할 거라고 쟤가 애도 아니고 지 혼자 밥도 못 차려먹는 모지리냐고 화도 내고 그랬었어. 엄마도 이제는 그렇게 안 하시고.
이러면서 느꼈던 건 나 자신을 숨기면 절대로 안 된다는 거였어. 그러면 나만 손해니까.
그렇다고 무조건 네 주장만 밀고 우기란 말은 아니야. 싸우란 말도 아니고.
네 의견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찾지 못 하고 무작정 내가 옳은 거야! 하고 우기면 그건 자존감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성격만 버리는 거라고 생각해.
일단 천천히 주변을 둘러봐. 그리고 네 자존감이 낮아진 이유를 찾아.
부모님이 원인이다? 친구들이 원인이다? 뭐가 됐든 그 원인이 어떤 상황으로부터 왜 제공되었는지 찬찬히 되짚어봐.
그리고 그 어긋난 걸 제대로 고쳐나가면 되는 거야.
그리고 너 자신을 사랑하길 바래. 그게 자존감을 높이는 첫번째 단계야. 되게 뻔한 말이지만 어떠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건 우린 모두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잖아. 만약 네 주변 사람들이 널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너가 네 자신을 사랑해줘.
한 번 살고 가는 인생 자학하며 스스로를 탓하고 마음 속에 미움 가득 담고 살기엔 너무 아깝잖아.
이야기하는 재주가 없어서 되게 횡설수설하며 쓴 거 같은데 그래도 긴 글 읽어줘서 너무 고마워!
그럼 나는 올림픽이 끝나서 아쉬운 이 마음을 과제로 달래러 이만...
우리 모두 꽃길만 걷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