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
별로 안 지난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한시간 전만 해도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글을 쓰고 있는지 잘 몰랐는데..
댓글 주신걸 읽어보니 제가 무슨 답을 듣고 싶어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글 쓰고 있을 때만 해도 담담 했는데..
댓글에 저도 모르게 펑펑 울었어요
조금 더 생각해보고.. 남편과 함께 글 보고..
그리고 많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38, 남편은 37, 결혼한지 8년 되어갑니다.
결혼하던 무렵 남편 회사가 어려워져 그만두고 그때부터 남편은 사업을 시작했어요
몇년간 소득은 없었고 온갖 대출만 늘어났죠
그것도 신용이 안되 은행 대출은 못 받고 이자 센 대출들로요
제가 월급 받은걸로 대출 이자 내고 월세 내고 하면 순수 생활비로 쓸 돈은 남지 않는다고 보면 되는 생활이었어요
결국 남편은 2년이 넘은 시점에 사업을 접었고 그때부터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취직을 했어요
그렇게 일년 반쯤 남편이 월급을 갖다 주니 날아갈 것 같이 행복했어요..
이렇게 꼬박꼬박 빚 갚고 하면.. 저희 인생에도 희망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빚 갚는 재미가 상상을 초월하더라구요
좋은거 입고 좋은거 먹는 것보다 대출 잔액이 줄어드는게 그렇게 좋았어요
정말 굶어죽지 않을 만큼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빚을 갚는게 일년 반이 넘어가니 끝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그 무렵 저는 참 들떠 있었어요
일끝나고 남편과 산책 하면서 앞으로의 계힉에 대해 재잘재잘 수다를 떨기도 했죠
그런데 어느날 남편이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 이야기를 꺼내려 하더군요
직감했죠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그동안 생각해왔던 일이 있는데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더 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말리기도 해보고, 화도 내보다가..
그래, 더 늙어서 이러면 정말 죽도 밥도 안될테니, 마지막이라고 하니, 저렇게 하고 싶어하니..
하면서 지켜봐주기로 마음 먹었죠..
하지만 남편이 무슨 돈으로 할 수 있었겠어요
어쩔 수 없이 또 제3금융 대출들이 이어졌어요
그때쯤 되니 저도 허리띠 졸라매고 살아봤자.. 라는 무기력 상태가 되더군요
어차피 발 동동 구르며 갚아봤자.. 어차피 내가 아껴봤자..
뭐 그런 기분이었어요
반 포기 상태로 대출을 얻고 이전과 같은 생활이 이어졌고
역시 그 일도 잘 안되어 결국은 예전과 같은 대출이자와 더 나이먹은 나만 남아 있게 되더라구요
남편이 사업을 접은게 작년 5월이었어요
7월에 취직을 했고.. 11월에 그만두더군요..
이쯤되면 예상들 하시겠지만..
네 맞아요
지금 남편은 새로운 사업을 다시 시작했어요
이번엔 친구가 자본금을 전부 대고 있구요..
저는 이제 남편이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 뭐라 하지 않아요
그럴 의욕도 없고 남편도 어찌 보면 안됐고.. 그렇거든요
작년 시월에 시댁에서 아이 얘기를 꺼내시더군요
이제 남편이 취직도 하고 했으니 너희도 2세를 준비해야지 않겠니 하시면서요
그래서 말씀드렸어요
이러저러해서 사실 빚이 있고, 원룸 월세에서 살면서 아이를 가지기란 무리라고요
그동안 남편이 시댁에 돈달라 조르고 졸라 부모님 노후자금은 거의 다 가져다 썼죠..
그렇게 도와주셨음에도 이지경으로 살고 있어 죄송하다고.. 말씀 드렸어요..
어머님 너무 가슴 아파 하셨고.. 결국 당신들 집 담보로 은행 대출을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아직도 그 돈을 저희가 내지 못하고 있어요..
남편이 7월부터 약 5개월간 일한 급여는 아직 회사로부터 못 받았구요
저는 월급이 이백 정도 되는 수준인데다가
남편이 다시 사업을 시작한걸 시부모님께 비밀로 하고 있거든요
죄송스럽지만 시부모님이 몇개월째 내주고 계세요..
이번에 구정 지나고 어머님께 전화가 왔어요
이제는 아이 계획 세워도 되지 않겠냐구요..
어머니 마음은 저도 다 이해가 가요
이제는 아들이 맘 잡고 취직한 것 같아 보이고, 우리도 이자 부담이 줄어 들었을테니 생각해봐라 하시는거죠
저는 못 낳는다고 말씀 드렸어요
나이도 이젠 너무 많고, 안되겠다구요..
다시 생각해봐라 생각해봐라 하시는거 제가 단칼에 안된다고 했어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니..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불같이 화를 내네요..
그냥 네네 하고 넘어가면 될걸 일을 크게 만든다구요..
너도 참 고집 세다.. 멍청하다.. 생각이 얕다..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제는 저도.. 지칩니다..
번듯한 가정 꾸리며 남편 월급으로 아이 키우며 살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도 부럽고..
간절기라 얇은 코트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입고 벗기 편한 패딩 하나가 전부인 것도 슬프고..
그나마도 소매 부분이 번들거려서 버스를 타면 손을 숨기고 있네요..
머리 염색. 파마.. 결혼하고서 한번 해봤어요
얼굴은 점점 누렇게 변해가고..
어느날 거울을 보니 누가 봐도 삶에 찌든 다크 서클 진한 아줌마가 서 있더군요..
밥 한 번, 빨래 한 번 안하는 남편의 모습에도 지치구요..
그래요 이런건 다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별거 아니라면 별거 아닐 수 있는 이번 통화도 그렇고..
거기다 화를 내는 남편의 모습도 그렇고..
나는 뭔가 싶은.. 이를테면 현타..? 가 오는 나날들이네요 ㅎㅎ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변화시키고 싶은지도 모르겠으나
터질 것 같은 가슴 어디에라도 쏟아내고 싶어 글 썼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모든 가정에 평화 깃들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