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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때 수업중 울었던 일

ㅇㅇㅇ |2018.03.11 15:30
조회 776 |추천 9

안녕하세요. 21살 여대생입니다.
몇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생생히 떠오르는 고3때 있던 일 입니다.



당시 저희 학교 영어 수업 방식은 초반은 선생님이 영어 지문등을 해석하는 위주로 진행했고, 후반은 번호순으로 하루 2~3명씩 각자 나와 자신에게 정해진 영어 지문을 읽고 독해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당연히 학생들은 각자 맡은 지문을 미리 독해 해와서 발표를 했고 영어 발음이 조금 잘못된 경우에만 선생님이 올바른 발음으로 읽어 주셨습니다.



저는 당시 영어를 많이 못했었고 자신감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발표 몇주 전부터 지문에 나와있는 영단어 뜻 하나하나 인터넷에 검색해 적어놓고 혹시라도 발음이 잘못될까 영어 발음 또한 지문 밑에 빼곡히 적어놓았습니다. 제가 너무 어려워하니 다른 친구들도 독해하는데 많이 도와줬습니다. 발표할때 말할 독해 내용도 깔끔하게 다듬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정리한 내용을 다시 공책에 옮겨 적고 저는 발표날만 덜덜 떨며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제 발표날이 되고, 쭈뼛쭈뼛 교탁 앞으로 가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조심조심 영어를 읽고 정리해온 독해 내용을 발표하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멈추라 했습니다.

"너 답안지 배꼈니? 왜이렇게 독해가 매끄러워. 다시 해봐."

전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앞서 발표한 친구들과 똑같이 정리를 해 발표한 것인데 갑자기 저렇게 나오시니 어찌할바를 모르겠더라구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습니다. 저는 더듬더듬 다시 영어를 읽었습니다.
그러자

"왜 이렇게 더듬어. 준비 하나도 안하고 나왔어? 고3인 애가 이정도도 못해? 다른애들 한것처럼 하란말이야. 다시 해."

선생님은 갑자기 언성을 높이시며 화를 내셨습니다. 선생님도 분명 제가 정리해온 노트를 슬쩍 보셨는데도 그렇게 말하시니 정말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자리에서 벌벌 떠는 저를 보고 안쓰러웠는지 제 독해를 도와준 친구들이 선생님께 말했습니다.

"선생님, ㅇㅇ이가 영어를 잘 못해서 저희가 저렇게 하라고 도와준거에요. 스스로 단어도 찾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선생님은 친구들 앞으로 걸어가시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말하셨습니다.

"그건 너네 일이고, 난 ㅇㅇ이한테 말하고 있는건데? 쟤는 벙어리니 스스로 말도 못해?"

거리가 좀 떨어져 있었지만 전 똑똑히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나더군요. 반 친구들 앞에서 울기 싫어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리곤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다시 해."

전 도저히 다시 할 엄두가 나지않아 고개만 숙이고 있었습니다.

"다시 하라고."

계속 다시 하라는 말 뿐이어서 전 파르르 떨며 매인 목소리로 지문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채 두 단어 읽기도 전에

"다시 해"

라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읽지 않아도 다시 하라 하고 읽어도 한문장을 읽기도 전에 다시 하라고 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어느부분이 잘못되었다 이렇게 하면 된다 라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결국 교탁에 서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고 입술은 너무 깨물어 피가 조금 났습니다. 앞에서 친구들이 조용한 목소리로 "그냥 들어와" 라며 말해주었지만 선생님은
"누가 들어가랬어. 네가 맡은 지문 끝내고 가야지."
라며 울고있는 저를 몇분동안 교탁앞에 세워뒀습니다. 그리곤 계속 다시 하라 했습니다. 애들이 저를 쳐다보는 시선과 선생님의 압박으로 인해 살면서 가장 큰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결국 시간이 좀더 흐른 뒤에야 선생님은
"됐다. 들어가있어."라 했고 그제서야 전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제 뒤에 다른 친구가 발표를 했는데 선생님은 묵묵히 그 친구의 발표를 듣기만 했습니다. 저와 같은 매끄러운 독해의 발표였는데도 말이죠. 앉아있는동안 혹시 선생님께 예의없이 군적이 있는지, 잘못한게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수업중에 잔적도 존적도 없었고, 워낙 조용한 성격이라 그렇게 튀는 행동을 한적도 없었습니다.



수업을 마치는 종이 치고, 쉬는시간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반을 나가시는 도중 저에게 다가와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이게 울 일은 아니지 않나?"




이후 그 선생님 수업에선 언제나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복도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도망다니기 바빴습니다.



졸업을 한 후에도 자주 생각나곤 합니다. 영어를 못하는 것이 죄 인걸까요. 그때 제가 발표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했던걸까요... 아님 눈물이 많은것이 문제였던 걸까요. 문득 떠올라 주저리주저리 적어 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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