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많이 길어요..
우리는 5년동안 만났어요..
둘이 백수일때부터 시작해서 전 원했던 직장을 얻었고 그친구는 원했던 곳에는 실패했지만 꽤 만족할만한 직장을 얻었어요
그러다가 저는 집안 사정상 그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그친구는 그때 자회사로 발령나서 장거리가 됐죠..
참 많이 힘들었어요..
저는 영어교육과 나왔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어머니는 결혼 시켜야 될 돈을 함부로 쓸수 없데서 임용고시 준비하다가 포기하고 서울 올라가서 잡은 회사였고 그때 그친구를 만난건데 우리집안이 많이 보수적이라 해외 출장이 잦은 저 때메 장남이 집안일을 돌보지 못한다고 저희 어머니가 친척들에게 욕을 많이 먹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회사 그만두고 집에서 도와줄 순 없으니 광주에서 선생님 하는 친구에게 의지하고 기간제 교사자리 구해서 말그대로 주경야독했죠..
그친구 정말 착한 아이였어요..
본인도 자회사 발령나서 너무 힘들면서도 더 힘들었던 절위해 힘이 되어주고 배려해주고..
결국엔 저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그친구도 본사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여기까진 해피엔딩 같죠?
이쯤 부터가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공무원 시험이 일년에 세번 있어요..
국가직 서울시 그리고 지방직..
그친구가 서울에 있으니 당연히 저는 국가직이랑 서울시에 합격을 해야하는데 안타깝게 둘은 떨어지고 지방직으로 가야하는 상황이 됐어요..
근데 하필이면 가야하는 지방이 제주도였어요..
고향이 제주도거든요..
일단 저는 제주도로 내려왔고 그친구는 본사에서 일하며 반년정도 더 먼 장거리가 됐는데 이미 장거리로 지내서 그런지 나쁘진 않게 지냈던것 같아요..
그때쯤이 우리가 만난지 4년쯤 됐을때였죠..
결혼을 생각 안 할수 없는 시기가 온거죠..
그쯤 그친구는 회사에서 나름 인정도 받고 괜찮아질 때였는데 결혼을 하려면 누군가는 직장을 옮겨야 하잖아요..
처음엔 제가 인사교류도 알아보고 그쪽서 해보려고 공부도 해봤지만 결국에 너무 어려워서 실패했어요..
그 친구도 알고 있었죠..
그쪽에서 내려와야 한단걸..
내려오게 되면 직장을 얻어야 하는데 제주도에서 서른넘은 여자가 딱히 할만한 괜찮은 직업이 없어요..
사실상 공무원 외에는 길이 없었는데 쉽지가 않잖아요..
근데 때마침 동생이 사회복지직 공무원인데 일이 너무 힘들어서 다른 직렬 알아보다가 사서직이 일도 수월하고 합격선도 낮아서 딱인데 제주도에서 자격증을 딸 수 있는곳이 없어 포기했다더라구요..
그래서 이거다 싶었죠..
근데 그렇게 하려면 결혼할때까지 시간이 넉넉지 않았어요..
사서교육원 1년에 공무원셤 공부할 시간도 필요하고..
저는 어쨌든 제주도로 내려와서 살아야 되는 상황이고 그친구는 직장이 없으면 여기서 나 말곤 의지할데가 없는데 나만 바라보고 살기엔 아까운 친구였어요..
그친구도 그걸 알았지만 그당시 직장이 좋았기 때문에 선뜻 결정을 못내리고 있었고 사서교육원 합격해놓고도 등록 못하고 시간만 흘렀죠..
결국엔 제가 결단을 내리길 재촉했고 그친구는 마지못해 직장을 그만두고 사서교육원과 시험준비를 병행하게 됐어요..
그땐 몰랐죠..
그게 끝까지 저희를 괴롭힐줄은..
돈없이 공부했던게 서러웠던 기억에 공부하라고 1천만원 해주고 기죽지말고 생활하라고 한달에 얼마씩 생활비도 보태주고 했지만 회사 그만둔 아쉬움 때문에 공부가 잘 되지 않아 속상해 했어요..
똑똑한 아이인데..
이렇게 될줄 알았다면 그랬을지도 몰랐겠지만 그랬음 저도 내려온 의미가 없었겠죠..
안정적인 환경에서 장남역할 해야 했으니깐..
여튼 그렇게 그친구가 맘 못잡고 있던 상황에서 저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쪽 부모님은 결혼에 대해 탐탁치 않아 하셨어요..
그친구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셔서 결혼시킬 돈도 없고 딸을 멀리 시집보내는 것도 싫고..
그래서였는지 제가 몇번을 뵙겠다고 해도 시큰둥 하셨고 자세한건 몰랐지만 저도 느낌상으론 집안 서정때문에 안그래도 맘잡지 못하는 애가 더욱 흔들리는게 보여서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올해 3월에 제주도로 내려오라고 했어요..
저희 어머니가 집도 한채 내어주시고 여러모로 도와주셨고 저도 여기내려 오면 그친구도 뒤돌아보지 않고 앞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합격이 중요한게 아니라 여기서 무언가를 하겠다는 의지가 생겼으면 했어요..
그런데 내려와서 매일 마주하면서 보니깐 그친구가 생각보다 자존감도 많이 낮아져 있고 피해의식도 너무 컸어요..
그런 그친구를 보면서 조급해졌어요..
합격을 해서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어야 눈치보지 않고 본인 집안도 돌볼 수 있고 자존감도 회복할 것이며, 과거에 대한 미련도 버릴 수 있다고 말이죠..
돌이켜보면 이게 가장 큰 실수였어요..
그와중에도 그쪽 부모님이 자꾸 보고싶다, 결혼도 하기전에 내려갔냐 올라오면 안되냐...
시험이 코앞인데 자꾸 흔들리게 하는게 싫었어요..
한번 올라가겠다는 애를 시험 끝나고 가라고 붙잡았죠..
그것도 실수였어요..
결국 예상대로 시험에는 낙방했죠..
결과야 예상했던 바이고 내년에 합격하면 되니깐...
결혼준비도 하고 결혼 후에 다시 천천히 공부해서 내년엔 꼭 합격했음 했어요..
다행히 제 어머니가 그친구를 딸처럼 아끼셨어요..
시험 뒤로 미뤄뒀던 상견례에서도 이쁜 딸 보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몸만보내라고 하셨고 공부하느라 피부 상했는데 결혼식때 제일 이뻐야 한다며 피부관리 끊어서 손잡고 매주 데려가셨어요..
나중에 파혼하고 나서야 알았지만 그친구네 힘든거 아니깐 웨딩샵이며 사진이며 예물까지 비용 다 준비해두시고 사돈쪽 헤어메이크업도 다 본인돈 내서 예약해두시고..
근데 그럴수록 그친구는 작아져만 갔나봐요..
본인은 합격도 못하고 집도 못살고..
힘들었을텐데 보듬어주지 못했어요..
근데 저는 그걸 다 끝나고야 알겠더라구요..
어느순간부터는 공부열심히 하라는 말만 해도 애가 까칠해져서...
싸우는 날이 많아졌죠..
저도 좋아서 다니는 직장도 아니라 정신과 진료 받았을 만큼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컸어요..
그친구는 제가 잔소리 할때마다, 열심히 하라고 얘기할때마다 본인이 제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놓는 감정쓰레기통이 되었다 했어요..
전 단지 그친구가 이곳에서의 삶의 의미를 찾고 열심히 살아가길 원했을 뿐인데..
저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이었고 그친구는 감성적이고 과거에 살았어요..
싸움이 잦아졌고 헤어지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제가 무슨 얘길하든 논리를 내세워 자신을 조종한다는 지경에 이르렀죠..
저도 어느순간 부터는 싸우면 한동안 그친구와 말을 안했어요..
미안하다 해도, 화해해보려 애교를 부려도 또 싸우기 싫어서, 내 감정쓰레기를 그친구에게 버린다는 소리가 듣기싫어 저혼자 풀릴때 까진 모른척 했죠..
저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이었고 그친구는 감성적이고 과거에 살았어요..
싸움이 잦아졌고 헤어지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제가 무슨 얘길하든 논리를 내세워 자신을 조종한다는 지경에 이르렀죠..
저도 어느순간 부터는 싸우면 한동안 그친구와 말을 안했어요..
미안하다 해도, 화해해보려 애교를 부려도 또 싸우기 싫어서, 내 감정쓰레기를 그친구에게 버린다는 소리가 듣기싫어 저혼자 풀릴때 까진 모른척 했죠..
저는 너무 화가났어요..
아무리 그랬어도 어머니한테 그렇게 얘기했다는게...
딸처럼 아껴 하시던 어머니가 너무 속상해 하셨어요..
어머니는 저만 욕하시고 얼른가서 빌라고 하시고..
저는 그런 어머니 보면서 그친구에 대한 배신감이 들었어요..
저는 비는 대신에 니네 부모님한테는 얘기하고 그 얘기 했냐 따졌죠..
순하고 착했던 아이 입에서 온갖 욕이 다 나왔어요..
제 동생이 자기가 당한 만큼 당해야하고 니네 엄마 불쌍한줄 알면 자기네 엄마 불쌍한줄 알라고..
너무 흥분한것 같아서 본가에 하루 가있을테니 가라앉히고 다시 얘기하자 했죠..
집에가자마자 가족들 얼굴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다음날 되자마자 어머니가 계속 다시가서 잡으라고 착하고 불쌍한 애라고..
저도 이미 지칠대로 지쳤지만 전화했죠..
근데 올라간다네요..
얘기하자 했죠..
그리고 어머니 보고는 미안하다고 얘기해달라 했죠..
그걸로 더 나빠졌어요..
그친구는 결혼을 우리 둘이서 하는 거라 생각했고 저는 가족모두가 하는거라 생각했고..
아무리 힘들어도 지금 풀지못하고 올라가면 희망이 없다 생각했어요..
그쪽 부모님은 우리 어머니 처럼 안하실 테니깐...
혹시 몰라서 저녁에 가봤는데 이미 올라갔더라구요..
집에는 그친구가 그간 적어놨던 편지가 있었는데 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어요..
그때 저도 정리가 되더군요..
함께라면 서로 행복할 수 없겠구나..
힘들겠지만 지금이라도 놓아주어야 하겠구나..
마음 단단히 먹어야 겠구나..
.그래요 너무 했어요..
그래도 끝나야 한다면 악역은 있어야 해요..
전 그게 저였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