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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우리가, 인연이 아닐 수 있어

6년 |2018.04.12 23:33
조회 7,329 |추천 33

6년 만났고 올 10월 결혼 날짜, 식장 다 잡았었고 양가 집안, 친척들께도 다 인사드렸고,
서로의 부모님께 아들딸 같은 존재였고

6년간 주변 사람들이 숱한 이별을 겪어내는 것을 마치 남 일인듯 지켜보고 안타까워하며

당연히 우리에겐 비껴갈, 감히 없을 일이라고.

당신과 함께 살아갈 평생의 삶을 올해 3월 초까지만 해도 행복하게 그렸었는데.

봄바람 불던 어느 잔인했던 3월의 저녁.
공허한 눈빛, 텅 빈 표정으로 찾아와 결혼과 내 손 모두를 놓고 떠나버린 당신에게.

어려운 일이 닥치면 요령 피지 않고 미련하다시피 정석으로 돌파하는 사람이었고 인격적으로 배울 점이 많아 남편감으로서도 내심 존경했었고.

연애 초반 자존감이 바닥이었던 날 6년간 변함없는 사랑으로 자존감이 충만한 사람으로 만들어줬고.

그렇기에 이리도 무책임하게 나와 우리 가족을 한순간 등진 당신의 모습이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아 난 매달렸고

결국 당신은, 당신을 오래 힘들게 한 끝이 불투명한 일 때문에 우울증 같다는 얘길 나중에서야 털어놓았어.

아무것도 안 바랄 테니 옆에서 돕게만 해달란 나를 좋은 사람 만나라며 모질게 끊어냈고.

마지막으로 상황이 나아진다면 다시 볼 수 있냐는 절박한 내 물음에 "된다면" 이란 마지막 말을 남기고 간 당신에게.

그래. 내가 옆에 있는게 당신이 더 힘들다면.

내가 옆에 있어 니가 잠겨 죽을 것 같다면

차라리 내가 썰물인 듯 빠져나갈게.

썰물이 된 나는 하루하루 말라죽고 있지만.

다들 그래. 어찌됐든 나 자신이 우선이라고.
떠나간 사람 때문에 내가 망가지는 건 내 손해라고.

나도 알아. 머리로는.

그런데, 당신은 나를 마르지 않게 채워주는 비였고

지금 내 삶은 비가 없는 가뭄인데

어떻게 내가 말라죽지 않을 수 있겠어.

어떻게, 우리가 인연이 아닐 수 있겠어.



+)



매일 눈 뜨면 산산조각 나는 마음을 간신히 그러모아 움켜쥔 피 흐르는 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저와 같은 많은 분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그 피는 지혈되겠죠.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같은 아픔을 가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힘내요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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