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일을 마무리 했다. 누가 뭐라 해도 많이 사랑했고 내 마음이 너무도 커져서 니 마음을 다치게 한 것 같아 미안해. 내가 비를 좋아해서 너도 비가 좋아졌다고 했는데, 우린 이렇게 장맛비가 쏟아져 내리는 날 서로를 추억으로 남기기로 했어. 1년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정말 많은 추억, 슬픔, 기쁨들이 있었던 거 같아. 그래도 서로 죽일듯이 싸운 기억은 없는 걸 보면 정말 서로를 많이 아꼈나봐 우리. 중간에 겪었던 우여곡절들 속에서도 너를 믿고 기다려준 내가, 너의 버팀목이 되어준 내가 고마웠다는 너의 말 들으니 너를 힘들게는 했지만 내가 너에게 기댈 곳이 되어줬던 거 같아서 좋네. 그리고 받은 사랑만큼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말 들이니까 괜시리 씁쓸해지는 건 사실이네. 사람 마음은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마지막까지
애써 줘서 고마워. 나를 좋아해주려고 노력해줘서 고마워. 결국 이렇게 잘 안되었지만 그 정도면 됐어. 그거 아니? 너는 나에게 봄의 따뜻함부터 겨울의 시려움까지 다 느끼게 해주었던 사람이야. 1년도 채 안되는 352일이라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우습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린 알잖아 그 어느 순간들 보다 잊혀지지 않을 순간들이었다는 걸. 나를 잃어가며 너를 사랑하면 우리의 사랑이 더 깊어 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 나는 내가 성숙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에서야 알게 됐어 나는 누구보다 어렸다는 걸. 그리고 이제서야 알게 됐어 이기적인 건 나였다는 걸. 이기적이게도 너를 너무 사랑한 나를, 그래서 너를 힘들게 한 나를 용서해줘. 너의 첫사랑이자 끝사랑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우린 그냥 아픈 첫사랑, 쓰린 첫사랑 딱 그 정도로 서로의 기억에 남게 되겠지. ‘이루어질 수 없었던 첫사랑’ 딱 그 언저리겠지. 사실 나는 자신이 없어. 우리의 사랑을 추억으로만 남기는 걸 잘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밤이면 어김없이 뜰 달에도 니가 있을테고, 지금 이렇게 쏟아지는 빗 속에도 니가 있는데. 하물며 지금 내 빨랫대에 걸린 양말에도 너와의 추억이 있는데 이 모든 걸 지울 수 있을까 내가. 그래도 견뎌볼게 너를 힘들게 한 벌이라고 생각하도 무뎌져 볼게. 훗날 너의 열일곱, 열여덟을 생각하면 그 때 우리의 사랑이, 순수함이, 그리고 내가 있으면 좋겠다. 보고싶을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인 거 알지? 그래도 널 마주칠 때마다 나 괜찮은 척 할게. 내가 아파하면 너도 아파할테니까. 근데 내 표정만 봐도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았던 너라서 조금 걱정이다. 그래도 해 볼게. 찢어진 옷은 꿰매도 그 자국이 남는데, 그 옷은 더 찢어지기가 쉬운데 그걸 알면서도 계속 바느질만 해서 미안해. 그 바늘이 너에게 상처가 될 줄은 이제서야 알았네. 우리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아무리 발버둥쳐도 돌아갈 수는 없는 순간들이어서 너무 아프다. 나의 첫사랑아, 부디 건강하고 멋진 어른이 되어줘. 내가 그려왔던 미래에, 네가 그려왔던 미래에 더 이상 ‘우리’가 존재할 수는 없지만 훗날 예쁘게 날 추억해줘. 시험 잘 보고, 곧 여름방학인데 기숙학원 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근데 내가 정말 아직 어린가봐 내심 너가 나 때문에 아프길, 슬프길 바라는 마음이 없진 않아. ‘행복하게 잘 살아줘’ 라는 말도 아직은 거짓 섞인 말이야. 끝까지 어린 나라서 미안해. 비 정말 많이 온다. 장맛비 속에서 서로의 체온으로 서로를 녹여주었던 날들이 자꾸 자꾸 떠오르네. 그래도 뭐 이제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밖에 부를 수가 없다는 걸 잘 알아. 날이 춥다. 감기 조심하고. 고마웠고, 수고했고, 사랑해. 아직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으로 못하겠다. 안녕 내 첫사랑.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