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죽고싶다는 친구... 이젠 지치네요
ㅇ
|2018.08.01 03:20
조회 2,672 |추천 10
게시판 성격과 맞지 않는글 죄송합니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요.
내용이 많이 깁니다. 그래도 내 일이다 생각하시고
끝까지 꼭 좀 봐주세요..
저는 30대 초반의 나이고, 아직 미혼입니다.
저에게는 사회생활하다 만난 약 5년 정도 된 동갑내기
친구가 있습니다. 물론 그 친구도 미혼이고요.
서로 공감대나 취미 등이 잘 맞아 꽤 친해졌고,
같은 직장은 아니지만, 같은 직종에 근무하면서
가끔씩 만나 밤새 술도 마시고, 카페에서 수다도 떨고
그렇게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원래 자존감이 높고, 굉장히 호탕하고
배포도 큰 친구였어요.
나이 먹고 만난지라 간혹 서로 안 맞는 부분이 충돌해
짜증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얼마 안가 금세 풀렸고요.
근데 이 친구가 올해 초쯤부터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를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들었을 땐, 약간 놀라긴 했어도 요즘 현대인들
정신과 상담 많이들 받으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얼마 후 저에게 고백을 하더라고요.
자살시도까지 했었다고...
그때 그냥 위로와 응원의 말을 건네고 말았어야 할 일을...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제 발목이 묶인 것이.
꽁꽁 숨기던 것을 털어내고 나니 마음이 편해진 것인지
그뒤로 이 친구는 제게 매일같이 정말 서슴없이
죽고싶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근데 이게 단순한 투정 같은 '나 죽고싶어'가 아니라,
진짜 약을 먹기도 했고, 목 매려고 끈을 찾아놨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고는 하루이틀 동안 연락이 전혀
되지 않아 하루종일 애간장을 태웠던 적이 여러번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온 몸의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고,
정말 무슨일이 생긴 것 같아 회사에서 동료들 다 있는 앞에서
운 적도 있었습니다.
제 생일 다음날 만나기로 했었는데, 생일 당일부터 연락이 안 돼서 저녁 내내 친구 걱정하느라 생일을 망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때마다 잠을 못자서 수면제 먹고 자느라
연락온지 몰랐다, 아무 기억이 없다... 등의 대답을 들었고,
속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하니 다행이라는
안도의 마음이 더 컸었습니다.
그뒤로 저는 매일 그 친구의 죽고싶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때마다 온갖 위로와 희망의 말로 그 친구가 나쁜 생각을
하지 않게끔 붙잡았습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두 달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그 친구가 진짜 나쁜 결심을 한 것을 알았고,
실행 직전에 저에게 연락을해온 친구를 설득 끝에
새벽에 급히 응급실에 데리고 가 정신과에 입원을 시켰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그 친구가 치료돼서 얼른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랐습니다.
그렇게 몇 주 후 친구는 퇴원을 했습니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친구를 만났지만,
친구는 퇴원한 그 순간부터 또다시 제게 죽고싶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너무 답답했습니다. 병원에서 하나도 나아진 게 없는 것 같아
그땐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저도 일이 바쁘다보니
한동안 그 친구와 연락을 안 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도 먼저 연락을 안 해왔고, 저도 자연스레
그저 잘 지내겠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마음으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사실 지친게 너무 컸었어요.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번이랬는데, 죽고싶단 말을 매일 들으니
저까지 우울증에 걸릴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서로 연락을 안 하고 한 달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다른 지인들과 여행을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여행 첫 날, 약 한 달만에 친구에게서 먼저 연락이 오더라고요.
어디냐길래 친구들과 여행왔다 얘기했고 돌아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전화통화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그날 새벽, 자고있는데 미친듯이 전화가 오더군요.
너무 화가 나서 받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는 지난 두 달 동안도 본인이 우울해지면
밤이고 새벽이고 할 것 없이 전화를 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받아줬었고요.
그런데 분명 여행와있다고 이야기했는데,
제 상태는 전혀 생각지 않고 또 본인 기분에 따라
새벽에 전화를 해대는게 너무너무 화가 났습니다.
제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는 그 배려심없는 모습에요.
여러번의 진동 때문에 같이 자던 친구들까지 모두 깨서
미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무음으로 돌려놓고 다시 잤습니다.
다음날 낮에 연락했더니, 수면제를 백알을 먹고
약 기운에 전화한거라 하더군요.
저 외에도 여기저기 전화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때까진 그 친구의 상태를 모르던 주변 사람들이
그 친구의 그런 상태를 처음 알았고, 전화에 바로
달려와준 모양이더라고요.
걱정해주는 카톡을 캡쳐해 인스타에 올린 걸 보고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ㅋ
그렇게 찝찝한 마음으로 여행을 망치고
이틀 후 여행지에서 돌아오던 날,
대뜸 저에게 앞으로 연락하지 말자고 통보하더군요.
이유는, 지난 한 달 동안 연락없던 제가 서운해서랍니다.
자기는 계속 관심받고 연락해줬으면 했는데,
제가 한 달 동안 연락하지 않아 서운하다고요.
우울증 다 나으면 보자더군요.
그런데 그때 그 친구의 인스타 화면이 스쳐지나가더라고요.
제가 아니어도 이제 자신에게 관심가져주고
걱정해줄 사람들이 생겼으니 전 이제 필요없다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들이 걱정하며 했던 말과 행동 모두
제가 두 달 넘게 매일같이 했던 것이었는데 말이죠ㅋㅋ
너무 허탈하더라고요.
내가 두 달 동안 뭘 한 건가... 싶어서요.
그리고 안 그러던 친구가 응급실에서 링거 맞는 사진을 올리고,
툭하면 우울하단 내용을 게시하고. 이상했어요.
그러면 정말 안 되지만...
우울증이 다 나았는데, 사람들의 관심이 좋아서
병이 나은걸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내가 그동안 알던 친구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 쾌활하고 호탕하던 친구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은 그저 관심받고싶어하고 투정 많은 어린애가 되어버려 있었습니다.
알겠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보자고요.
저는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 이상을 생각했습니다.
우울증이란 게 그렇게 쉽게 낫는 병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진심으로 그 친구가 예전 모습을 되찾길 바랐고,
웃으면서 다시 조우하길 원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전화가 오더라고요.
그것도 새벽 1시 반에..
네, 물론 저 안 자고 있었습니다.
원래 올빼미 스타일이라 새벽 늦게 자곤 합니다.
물론 그 친구도 그걸 알아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예의와 매너라는 게 있잖아요.
제 직종이 밤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저는 최대한 밤 11시 이후에는 절대 사람들에게
카톡조차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친한 절친이라도요.
그리고 제가 평균적으로 늦게 자는 거지,
상황에 따라 12시면 잘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그런 배려를 1도 안 하고 그 시간에 전화를 한 거죠.
그리고 제가 알기로, 그 친구 그때 당시 다른 친구들과
여행가있었습니다. 인스타에서 술마시는 사진을 봤었거든요.
그러니까 한 마디로, 술 취해서 그 시간에 전화를 한겁니다ㅋ
우울증 밝힌 후로 툭하면 술 취해서 새벽에 연락해댔거든요.
저는 너무 실망해 전화도 받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인스타도 끊어버렸습니다.
저에게 연락하지 말자고 할 정도면
저는 적어도... 다시 연락할 땐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상태로
멀.쩡.한 모습으로 연락해올 줄 알았거든요.
그리고 예의없이 새벽이 아니라 낮에요^^
근데 또 술마시고 새벽에 전화했다는 게...
아 얘는 내가 만만하고 우습구나.. 싶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그 친구와의 사이가 끝날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얼마 후, 또다시 새벽 1시 반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더라고요.
새벽 1시 반에 뭐 알람맞춰놓고 전화하는 것도 아니고ㅋㅋ
그때 설거지 중이라 부재중을 몇 분 있다 봤습니다.
그리고 그 번호로 문자 한 통이 와있더라고요.
oo병원 응급실인데 ooo님 보호자 연락바란다고요.
순간 철렁 하긴 했는데, 좀 이상했습니다.
보통 응급실이면 병원전화로 연락을 하는데
저에게 전화온 번호는 핸드폰 번호였거든요.
그리고 보통 보호자면 직계가족에게 연락을 할 텐데,
왜 나한테 하지? 싶더라고요.
그 친구 폰을 뒤져보든 그 친구에게 보호자 번호를 물어보든
분명 부모님한테 연락이 갈 텐데 말이죠.
그 친구의 자작이란 생각이 불현듯 들더군요...
그러면 안 되지만 이상한점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혹시 스팸인가? 싶은 생각도 들어 일단 답신하지 않은 채 넘겼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 후.. 바로 며칠전입니다.
자고있는데, 새벽 3시 반에 전화가 오더군요.
모르는 번호로.. 전화와 문자가 계속 반복해서 왔습니다.
잠결에 언뜻 보니, 넌 행복해. 나 좀 말려줘. 내 유서 부탁해
이런 내용이더군요....
하아... 그 친구였습니다.
거기다 더 웃긴건, 이전에 응급실이라고 문자왔던 그 번호더라고요.
전화 무음으로 해놓고 다시 잤습니다.
솔직히 잠이 금방 다시 들진 않았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심장이 쿵쾅거렸거든요.
근데 날이 밝고 아무 소식이 없는 걸 보니 괜찮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고 (친구 어머니가 제 번호를 아세요. 무슨일이 있었으면 어머니번호로 연락이 왔었을 거예요)
그 자리에서 바로 새벽에 연락왔던 그 번호를 차단했습니다.
아니, 그 새로이 걱정해주던 사람들은 어쩌고
또다시 나한테 이러지? 그 사람들도 나처럼 이젠 지쳐서
안 받아주나? 그래서 다시 나한테 이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솔직히 너무 한 마디 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제발 그만 좀 하라고.. 내 발목 좀 그만 잡으라고.
하지만 차마 할 수가 없더라고요...
혹시나 제 말에 상처나 충격받아 나쁜마음 먹을까봐요.
그럼 전 평생을 두고두고 후회할테니까요...
제가 친구번호 차단한 그날
다른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번 울렸다 끊긴적이 있습니다.
아마 친구가 제가 자기를 차단한 건지 시험하고싶어서
다른 번호로 전화해본 게 아닌가 싶어요.
이건 단지 제 추측입니다.
이제 정말 끝이라고는 생각하는데..
만약 친구에게서 또다시 연락이 오면 그땐 전 어떡해야할까요?
차마 모진말은 못하겠어요.. 위에 얘기한 것처럼
그러다 친구가 저때문에 나쁜 선택을 할까봐서요.
그래서 지금도 아무말 안 하고 그냥 차단만 했거든요.
정말 저 얘기를 더 들어주다간 제가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그 친구를 붙잡던 그 두 달 동안도 제가 피폐해지고,
이러다 저도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았거든요.
또 연락오면 그때도 그냥 말없이 차단하는 게 맞을까요..?
처음부터 그 친구가 잘못될까봐 다 받아주던 제가
잘못이었나봅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이 글을 보고있다면-
미안해. 그렇게 차단하는게 나한텐 최선이었어.
널 향한 내 화를, 분노를, 서운함과 답답함을 너에게 전하지 않은 채 차단한 것이 널 위한 내 마지막 배려야.
부디 꼭 나아서 씩씩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그럼 너에게 가졌던 서운함 다 털어버릴게.
참 좋은 친구였는데... 진심으로 잘 지내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