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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5년, 그리고 이별이네

5년 |2018.08.06 19:47
조회 687 |추천 1

너네 지역 대신 전해드립니다 올렸는데,

내려달라고 요청했더라.


내리는 꼴은 못보겠는데,

역시 네가 인맥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그 페이지 운영이 그런건지

한순간에 내려가더라 ㅎㅎ


그래서 여기도 올려보려고.





4년, 햇수로 5년. 여수부터 서울까지, 장거리로 만난 우리였다.

그리고 그 시작은 카톡이었고, 이별도 카톡이었다.

 

외로운 내가 시작한건, 고작 게임이었다. 그곳에서 너를 만났고, 나는 네가 좋았다.

 

바쁘게 아르바이트를 하던 내게 너는 내게 장문의 카톡으로 고백을 해왔다.

 

게임에서 만난 사람이라 나는 마음을 다 줘도 되는지 고민했다.

너는 내게 틈만 나면 사랑한다고 이야기 했고, 나는 많은 고민을 했었다. 사실 그 게임이, 단풍이 많은 게임이었으니까.

 

그리고 너는 나한테 서울에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함께한 모든 시간을 행복하게 보냈다.

롯데월드, 남산, 대학로, 동대문, 명동, 우리 학교..

서울에 있는 모든 것들을 너와 해본 것과 다름없었다.

모든 시간 중 너랑 소박하게 맞춘 만원짜리 커플링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그렇게 계속되는 연애, 동거, 여행, 동거, 네 친구들과의 여행, 네 총학생회 선거, 우리 부모님과의 만남, 너희 가족들과의 인사, 친구커플들과 떠난 커플여행.

 

 

너는 성욕이 왕성했고, 나는 그러지 못해서 너에게 항상 미안했다.

너의 욕구를 머리로는 알면서도 막상 몸이 움직이지 않아서, 그리고 내 과거의 기억이나 트라우마 때문인지 너를 완벽하게 받아줄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취업을 하고, 너를 만나고. 그러면서 너는 나에게 요구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갔다. 나는 그게 취업하고 피곤해하는 나를 배려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 알았어야 했다. 그게 너의 이별 신호 중 하나였다는걸.

너는 나한테 무수히 많은 이별에 대한 신호를 보냈었겠지. 하지만 나는 이것 외에는 아직도 모르겠다. 내가 둔해서일까.

 

그리고 결국 이별은 참 뜬금없게도 다가오더라.

 

2018년 6월 26일

회사 동료와 저녁을 먹다가 느닷없이 온 장문의 카톡.

너는 추억을 붙잡아 오래 가고 싶었지만 이제 나에게 미안해서 그럴 수 없다고.

이제 그만 헤어지자고. 나는 내가 미쳤나, 잘못보고 있나. 한참을 생각했다.

식당 앞에서 몇시간을 울었는지, 동료를 붙잡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너와의 통화가 끝난 후, 나는 바로 네 룸메이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헤어졌으니까 제발 도와달라고. 헤어질 수 없다고. 그럴 정도로 나는 너무 각박했다.

 

그 다음날 정신을 차렸다. 일단 네 생일선물로 사둔 물건들을 바리바리 챙기고, 옷을 예쁘게 차려입을 정신도 없이 여수행 기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여수에 도착해서 너는 나한테 말했지.

얼굴 보고싶지 않았는데 왜 왔냐고, 이렇게 말도 없이 올라오는거 싫다고.

말을 하면서도 심장에 비수가 박히는게, 나를 보고 웃어주던 사람이 모진 말을 내뱉는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빌고 빌었다. 한번만 제발 기회를 달라고, 이기적이고 나밖에 모르던 내가 나빴다고. 한달이라도 다시 만나보자고. 결국 너와 좋게 이야기가 풀리고. 친구부터 시작하기로 해서, 다시 기회를 준다고 해서 안심했다. 친구로 돌아가기로 했으니 같이 월드컵을 보고 환호하고, 맥주를 마시고.


마땅히 잘 곳이 없는 나를 위해 너는 네 옆자리를 내어줬다.

 

여태까지 연애했을 때처럼, 너는 너무 당연하게 나에게 팔베게를 해줬고, 나를 안아주었고, 잠못자는 나를 걱정해주었다. 그 순간만큼은 헤어진 줄 모르겠더라. 그래도 이게 너를 만지는 마지막인 것 같아서 나는 계속 너의 얼굴을 만졌다.

 

그러다가 뭐가 __점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정사를 나눴고 나는 네가 다시 연인사이로 돌아와 줄 거라 생각했다. 너에게 무릎베개를 하는 나를 밀쳐내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정사라는 것의 무게를 네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다음날은 너의 생일이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게 당장 없어 무작정 너희 집을 청소했다. 너의 기억속에 남아있을 내가 게으른 나로 있기 싫어서. 조금이라도 점수를 따보려는 노력이었다.

비오는 여름날씨에, 온몸을 땀에 흠뻑 적셔가며 너희 집을 청소했다. 그냥 네가 다시 돌아가자고 말해줄 것 같아서, 네가 말한 이별을 지우듯이 먼지자국들을 지워나갔다.

 

돌아온 네 룸메이트와 그 여자친구는 달라진 집을 보고 경악하고 좋아했지. 나는 너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너는 너무 덤덤하게, 고생했네. 한마디뿐이어서 나는 움찔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네 생일이니까, 네가 먹고싶은걸 먹어야 하니까. 실험실에서 내려온 너는 삼겹살이 먹고싶다고 했다. 사실 내 속 같아서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고 오히려 모든걸 게워내는 상태였지만 나는 네 비위를 맞추려 꾸역꾸역 먹었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거라곤 이런거 뿐이니까.

 

그리고 룸메이트 커플이 영화를 보겠다고 나서고, 너는 나한테 말하더라. 서울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더 함께 있으면 친구사이로 시작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네 얼굴을 더 보고 싶던 나는, 몇 번의 때를 쓰다가 포기했다.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라면 지금 짧은 이별마저도 괜찮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면서도 네가 좋아하는 복숭아를 택배로 보내도 될까, 그런 생각들을 머릿속으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행 버스에 올라타서 몇 번이고 울었다. 옆사람이 안쓰럽게 쳐다보는 시선에 눈물을 멈추고 싶었어도 그러지 못했다.

네가 많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안울려고 안간힘을 써봐도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

 

서울로 돌아와 친구로 돌아간 우리 사이를, 다시 연인사이로 돌릴 수 있도록 나는 너에게 꾸준히 연락했다. 부담스러울걸 아니까 그렇지 않게, 밥은 먹었는지. 교수가 괴롭히지는 않는지. 그러다가 이러한 연락마저도 부담스럽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한동안 너에게 메세지를 보내지 않고 마냥 답장을 기다리다가 내가 차단된 것을 알아차렸다.

 

너의 프로필 사진을 확인했다.

새 여자친구가 생겼더라.

사진배경은 누가봐도 네 생일이더라.

 

처음에는 너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내가 뚱뚱하고 못생겨서, 성격이 나빠서, 안좋은 과거를 가져서, 가족력이 나빠서, 돈이 없어서. 그 중 그나마 나아질 수 있는 있는게 성격이랑 다이어트뿐이라 10kg을 감량했고 네 옆에 착하게 설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런데 그 사진을 보니까 미안한 마음이 다 사라지더라.

 

내가 사준 커플티를 입고, 내가 사준 시계를 차고. 그 여자와 사진을 찍은 것 자체가 소름이 돋더라. 그렇게 내가 싫어져서 카톡으로 이별통보를 했으면 그러지는 말았어야지.

차라리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말해서, 내가 미안한 마음은 안들도록, 차라리 널 원망할 수 있도록 했어야지. 너의 알량한 배려인지, 배신인지가 내 뒤통수를 더 크게 치더라.

 

솔직히 말해서 이젠 미안한 마음이 없다.

 

사실 그 여자도 알았으면 좋겠다.

네가 얼마나 무서운 남자인지.

마음을 다 주면 안되는 남자인걸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 만나고 계신 여자분, 보고 계시다면요. 몇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사람의 이별신호는 어떻게 나타날지 몰라요.


겨울부터 마음이 식었다고 했으면서 1월인 제 생일을 축하해주던 남자였어요.

취업한 회사에 찾아와 동료들에게 인사해주던 남자였어요.

설날 저희 아버지에게 몽블랑 벨트를 선물로 드리던 남자였어요.

퇴근길에 항상 통화하며 서로 안부를 나누던 남자였어요.

헤어지기 몇 주 전에만 해도 저에게 반지를 사주고 싶다던 남자였어요.

내년에 결혼하자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함께 나누던 남자였어요.


당신에게는 안 그럴지도 몰라요. 나한테만 그런 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결혼이란건 혼인신고 하기 직전까지 모르는거니까.

 

 

나는 더 좋은 남자를 만나겠지.

나는 벌써 회사를 다니고 있고, 연봉도 꽤 받고.

빚도 벌써 다 갚았고.

너와의 결혼을 위해 모아둔 주택청약은 벌써 신청을 넣고 있으니까.

 

내 전 남자친구야.

그냥, 부디 행복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잘 못 지내길 바라. 제발.

 

P.S

그리고 이 글을 다른 곳에서 본 너의 말을 전해들었어.

내려달라고 했다며, 본인도 피해자인데 나만 피해자인 척을 한다며.

내가 피해자라고 하는 건 너랑은 다른거야.

 

너는 나한테 기회를 준다고 했잖아.

내가 노력하게 해준다고 했잖아.

친구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했잖아.

새여자가 생겨서 그러는거 아니라고 했잖아.

만나는 여자가 없다고 했잖아.

내가 찾아와 비는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나한테 거짓말 한거잖아.

 

나한테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 해놓고

뒷통수 친 것들에 대한 이야기야.

 

네가 피해자?

네가 하지 말라고 한 행동들을 했다고?

하지 말라던 장난들을 한 것? 장난삼아 만지고, 괴롭히고 했던 행동들?

어린애처럼 장난감이 너무 사고 싶어서 너한테 찡찡거리면서도 결국 샀던 것들?

 

너는?

너는 그렇게 다 잘 지켰을거라고 생각하니?

네 친구에게 들었다. 친구들과 부산여행에서 헌팅술집을 가고, ‘커플링 뺄까?’ 라고 친구들에게 이야기 했다는걸.

 

이건 이해의 차이야.

그냥 솔직히 말하지 그랬어.

예전에는 참아줄만 했는데, 오래 사귀니 질려서 못참아주겠다고.

 

참 웃긴다. 이걸 복수라고 말하는 네가.

지금 내가 말하는 것 중에 하나라도 거짓말이 있니?

 

니가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는 해명을 한번이라도 들어보고 싶다.

최종적으로 나 먹버당한거랑 다름없잖아?

 

연락하고 싶다면, 해봐.

난 아직 차단 안했으니까. 변명 한번 들어보자.

 

나는 네가 착한남자로 남아있는 꼬라지 절대 못봐주겠으니까.


이건 복수가 아니야. 사실을 말하는거잖니?

복수라고 생각한 순간부터, 네가 네 잘못을 알고 있다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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