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참 모든 것이 원망스러워.
‘이별’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와닿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긴 것만 같아.
내가 널 잊을 수 있는데 걸리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걸릴까.
내가 아무렇지 않게 네가 없이 살아갈 수 있을때까지의 시간은 또 얼마나 걸릴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해도 네가 떠오르는 지금의 나에겐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간이야.
나에겐 해당되지 않는 말이지만, 새벽 2시부터 4시까지가 사람이 제일 센치한 시간이래.
이 시간을 핑계삼아 내 속 깊은곳에 있는 말들을 하나둘씩 꺼내보려해.
난 너의 웃음을 좋아했어.
네가 웃는 모습은 정말 이쁘거든.
아직도 내 머릿속에 너의 모습은 또렸해.
손 잡는건 좋아하는데 땀이 많으면 잡기 싫다며, 그래도 오빠는 괜찮다며, 때로는 장난스레 뿌리치며 웃어주던 너였지.
감정을 숨길 줄 몰라 얼굴에 다 드러나고, 항상 말을 해주는 너의 모습은 참 사랑스러워.
좋은 감정이든 나쁜감정이든 이쁘게만 느껴졌어.
나는 그러질 못해서 너에게 더 끌렸을지도 몰라.
내가 봐도 나는 참 답답한 사람이거든.
난 너의 고집을 좋아했어.
자기 소신이 있는 사람은 멋지다고 생각하게 한 사람이 바로 너였어.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펼칠 줄 알았고, 문제가 있거나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말해주는 너의 모습이 참 멋져보였어.
‘아니면 아니다. 맞으면 맞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네가 행동으로 옮기는 그런 모습이 나의 감정을 키운 것 같아.
너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
난 너의 슬픔을 좋아했어.
우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그렇게 아팠던 적은 없는 것 같아.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도, 눈 앞에서 우는 너의 모습에도 내가 다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네가 자존감이 낮아 울 때도, 난 그런 너의 모습을 좋아했어.
나에게 말하면서 울고, 또 울고, 잡은 내 손은 놓지 않은채로 내가 원망스럽다고 할 때도 난 그런 너의 모습도 좋아했어.
힘든 상황에도 나에게 말해주는 너의 용기가 아름다워보였어.
그런 내용들은 솔직히 꺼내기 힘든 아주 깊은 곳에 있는 것들이잖아.
동시에 고맙기도하고 충족감도 들었어.
‘내가 이 사람한테 이런 존재구나.’라는 생각도 들면서, 그저 옆에 있어줄 뿐이였지.
네가 널 싫어하는 모습을 나는 좋아했어.
미안한 소리지만, 그런 모습도 한없이 사랑스러울 뿐이였어.
난 너의 모든 것을 좋아했어.
그래서 그런걸까.
나는 요즘 셋이 걸어.
혼자 집에 갈 때나, 출근할 때나, 항상 셋이 걸어.
너와 내가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이 보여.
나는 옆에서 쓸쓸히 웃으면서 그렇게 셋이 걸어.
둘은 행복해보여, 웃으면서 말하고 좋아보여.
하나는 그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어.
멍하니 같이 걷기만해.
빠르게 걸어도, 느리게 걸어도 언제나 그 둘이 있어.
그렇게 집에 와도 나는 셋이 있어.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는 너의 모습이 보이고, 그런 너의 옆에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볼에 뽀뽀를 하는 내가 보여.
나는 또 멍하니 그 모습을 쫓아.
내 옷을 입고 베란다가는 쪽 길목에 깔개를 깔고 무릎을 안고 앉아있는 네가 보여.
책상 앞 의자에 앉아서 적당한 대꾸를 해주는 내가 또 보여.
침대에 앉아 눈을 옆으로 돌리면, 하얀 무민 인형이 나를 보고 있어.
‘맨날 오빠가 나한테 인형 주니까 나도 주고싶어’ 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아.
또 나는 너의 흔적들을 찾아.
첫 크리스마스 때 받았던, 조금 긴 흑색 목도리.
가방에 봉인되어 있는 시계 초침은 원망스럽게도 잘만 움직여.
그 시계 옆에 있는 반지가 보여.
안쪽에 새겨져 있는 Before Iris 우리만 아는 뜻 ‘결혼 전’.
After Iris는 이룰 수 없게 됐네.
너의 참신한 생각에 그저 감탄할 뿐이였는데, 참 그 두 단어가 슬프게 느껴져.
우리의 첫 커플 옷 회색 맨투맨, 네가 선물해준 초록색 니트와 셔츠, 조끼, 친구네서 산 커플운동화 슈퍼스타, 옷장안에 있는 할아버지가 그려진 흰 반팔 티, 종각역에서 산 털양말과 이어폰, 네가 잘 입고 다니던 내 롱가디건, 네가 만들어준 초콜렛봉투와 박스, 우리의 커플 양말들.
모든 것에 네가 있고, 네가 보여.
부질 없는 짓인걸 아는데도 나는 또 그 흔적들을 쫓아.
의식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정신을 차려보면 내가 그러고 있어.
내 모든 것들은 너의 흔적이니까.
난 아직 외롭지 않아.
그 둘과 함께여서 그런지 어딜가도 뭘해도 그 둘이 보여서, 나는 외롭지 않아.
단지, 조금만 더 아파하고 싶을 뿐이야.
조금만 더 그 둘과 같이 있고 싶을 뿐이야.
나를 이렇게까지 힘들게 한 것도 이 둘이고. 나에게 힘을 주는 것도 이 둘이야.
나는 그렇게 또 셋이 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