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안녕하세요
여태 친구들이나 지인들한테만 썰을 풀다가
오늘 왠일로 오전에 일이 1도없어서 한번 써봐여
아니 말투를 어찌해야하지
때는 2010년, 대학을 때려치고 방황의 시절을 보내던 중 엄마의 권유로 약 2개월간 어학연수를 가게 됐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한국을 벗어난다는 생각에 마냥 신나기만 했다
그때가 아마 6월 중순쯤인가..
같은 학원에서 나 포함 13명이 출발했다
처음엔 한국을 벗어나 외국 땅을 밟는다는 생각에 모든게 신기하고 이국적인 풍경에 설레었다
내가 연수를 간 학원은 마닐라에서 약 2시간정도 떨어진 시골 동네의 약간 규모가 있는 대학 안에 설치가 되어있었는데, 학교 정문앞과 후문, 학교를 빙 둘러있는 담벼락 중간중간 약 1미터 정도 높이의 하얀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어느정도 필리핀 생활에 적응하고 나니 혼자 지프니를 타고 쇼핑몰에 가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정문 앞에서 지프니를 기다리다 그 비석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비석엔 그림이 하나 새겨져있었는데, 군인이 밀짚모자 비스무리한것을 쓰고 있는 사람을 창으로 찌르는 그림.. 뭐 이런게 세워져있나 싶었다
나중에 현지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일본과 전쟁이 있었을 때 사람이 많이 죽은 곳에 그 영혼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둔 비석이라고 했다
그래서 학교에 귀신이 많다고... 당시엔 우리나라나 필리핀이나 학교괴담은 매한가지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글을 써본지가 오래라 흐름을 못타겠어요.. 주변 동네 설명 여기다가 좀 끼워넣을게요 ㅋㅋ
90년대 초 필리핀에 피나투보화산이 터져서 제가 있던 동네에 화산재가 덮여 동네에서 오래된
건물들은 1층이 화산재에 묻힌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동네 성당이나 제가 있던 학교에
제일 오래된 건물은 지금의 1층이 예전의 2층..!! 이런식! 설명이 됐으려나..
7월 말쯤, 내 생일이었다
나이대가 다 비슷했던 우리 그룹은 13명이 모두 사이가 좋았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다같이 학교 밖으로 나가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며 맥주한잔을 하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면 왼편으로 학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 있었는데, 위에 설명했듯 1층은 화산재에 덮여있는 건물이었다. 그 건물에 들어가면 1층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아직까지 있는데 흙인지.. 시멘트인지.. 무언가로 덮여있고 철창살 같은 문을 달아 자물쇠를 채워놓았었다
기숙사가 학교 안에 있었기에 자정이 다가오는 시간에 정문으로 들어와 그 건물을 지나가는데 건물 2층에서 형광등이 반짝! 하고 팍 소리를 내며 깨지더니 누군가의 짧은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우리 중 누군가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겠거니 했다
그 전날 비가 많이 와서 누수가 생겨 깨졌겠거니 했다
그 건물을 지나쳐 기숙사로 걸어들어가는 길
가로등이 양쪽으로 쭉 서있었는데, 저 앞에서부터 깜빡거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가로등이 다 꺼져버렸다
솔직히 그땐 좀 무서웠다
그 가로등이 꺼지면 한치 앞도 안보일정도로 캄캄하니까
핸드폰을 꺼내 불빛을 비추려 하니 그새 가로등이 또 켜졌다
그런데 저 앞에, 누군가 서있었다
50미터 쯤 앞이었던것 같다
분명히 가로등이 밝아서 무엇을 입었는지, 대강의 얼굴 형태라도 보여야 할텐데
그냥 시커멓게 정말 그림자보다도 더 시커멓게 사람의 형상이었다
우리는 다같이 그 자리에 얼어붙어 그저 쳐다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가로등이 1초도 안되는 시간에 번쩍 하고 껐다 켜졌는데 사라졌다
우리들은 짜기라도 한듯이 저게 뭐냐 방금 봤느냐 하는 말도 없이 그저 일상적인 대화를 오버하며 크게 떠들며 기숙사로 돌아갔다
무서웠다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났다
2주만 참으면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비행기 안에서 궁금한걸 참지 못하는 성격인 나는 룸메 언니에게 내 생일날 보았던 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언니도 봤냐고
봤댄다 갑자기 뒤에 있던 옆방 동생이 자기도 봤댄다
13명이 다 같이 본게 맞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밤 비행기이기도 했고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
꿈을 하나 꿨는데, 내가 학교 안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아 다니는 꿈
인천 도착해서 짐을 찾으려고 레일 앞에 서서 기다리는데 그냥 무심결에 꿈 이야기를 했다
내 얘기를 들은 친구가 자기도 똑같은 꿈을 꿨댄다
이게 왠일이야.. 13명이서 다 똑같은 꿈을 꾸었다
짐을 다 찾고 나와서 다같이 이야기를 해보니
A가 꿈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정문으로 나와보니 B가 벤치 밑에서 무언가를 찾고있었다는데,
B의 꿈에서는 벤치 밑에서 무언갈 찾고있는데 A가 정문으로 나왔다는..
그런데 다들 꿈에서 뭘 그렇게 애타게 찾았는지 기억을 하지 못했는데
단 한명, 룸메 언니만이 뭘 찾고 있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열쇠
열쇠를 찾았댄다
순간 학교 안의 제일 오래된 건물..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의 철문에 달려있던 자물쇠가 생각났다
왠지 마음이 이상해졌다
무섭다기보다는 안쓰럽고 슬픈마음이랄까
우리 앞에 나타났지만 우리가 아는척을 하지 않았고, 이제서야 다들 이야기하니 꿈에 나온건가
문좀 열어달라고 답답하다고
그냥 그랬다
그 이후로는 귀신을 본다거니 느낀다거나 그런 적은 없으니
나는 머글인걸로!
오예 벌써 10시다
8시간 남았다 퇴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