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탈(THE MASK)-3

바람 |2004.02.03 23:40
조회 336 |추천 0

 

치우의 집은 시내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사실 집이라고 말해야 할지도 의문이다.
하늘의 별이 보이는 지붕에 금새라도 무너질 것 같은 담과 벽들이 흉가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흉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용케도 이 집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집에 돈을 주며 숙박까지
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누추하지만 살만한 집이야"
"그런 것 같구나. 몇 군데만 손본다면."

 

치우의 말을 들으며 막개는 집안 곳곳을 살폈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멀쩡한 곳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거지가 어떻게 번듯한 집에서
살 수 있겠는가.
만약 번듯한 기와집에서 산다면 거지가 아닌 것이지.
막개는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너무 큰 기대를 했다고 생각했다.
치우는 막개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자신의 말에 대한 긍정으로 보고 말했다.

 

"헤헤. 막개 아저씨도 인정하는구나. 몇 일만 더 지내보면 알 거야."

 

물론 그 말을 들은 막개는 황당했지만...

 

"우선 그 상처부터 치료를 해야겠네. 자 이거 발라"
"그게 무슨 약이냐?"
"우리 거지들이 쓰는 특효약이야. 이것만 바르면 금방 상처가 아물어"

치우는 작은 종지에 든 약을 막개에게 주었다.
막개가 약 성분을 파악하기 위해 냄새를 맡자 치우가 한마디하였다.

"왜. 냄새는 맡고 그래? 다 산에서 캔 생약으로 만든거야. 안죽어! 겁많기는.."
"하하. 그래 어떤 성분이 들었나 냄새만 맡아 본 거야."
"일단 약 바르고 있어. 저녁 가지고 올게"

 

치우가 문을 열고 밖으로 사라지자 막개는 자신의 상처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피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지만 벌어진 상처에 약이 들어가자 쓰라려서
참을 수 없었다.

 

"으으으. 지독하게 아프군!"

몇 군데 더 약을 바르고 있을 때 치우가 조그만 상을 가지고 들어왔다.

"아프지? 아마 지독히 쓰라릴 걸. 후후"
놀려대는 듯한 치우의 말에 막개는 신음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약 발랐으면 돌아봐 상처를 감싸줄게"
치우는 막개가 뒤돌자 하얀 천을 이용하여 상처를 감쌌다.
"자. 다 됐다. 그렇게 천을 감고 있으니 멋있네. 후후"
"놀리는 거냐?"
"아니. 자 먹고 이제 편히 쉬어."
"고맙다."
"숙박비만 꼬박꼬박 잘 내면 돼. 잘자 막개 아저씨"

치우는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지으며 문을 열고 나갔다.
막개는 자리에 누우며 한마디했다.

"후후. 재미있는 녀석을 만났네."

 

 

막개는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소리를 들으니 치우가 누군가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있는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새벽 공기가 상쾌하게 가슴을 채워 주었다.

 

"아...자식! 그렇게 설명해 줘도 모르겠냐?"
"헤헤. 형 다시 한번만 불러 줘봐. 이번엔 잘 할게"
"어얼~씨구~씨구.. 들어간다아~아~ 작년에 왔던 각설이~이~...."

 

가만히 지켜보니 치우가 십여세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를 데려다
각설이 타령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이 또한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옷을
걸쳐 입고 있었는데 얼굴은 무척 귀여워 보였다.

 

"얼씨구~ 들어간다. 작년에~왔던 각설이.."
"아...자식! 정말 그게 아니라니깐! 음정 박자가 맞아야 할 것 아니냐"

치우는 머리를 흔들며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헤헤헤. 미안해 난 노래가 잘 않된단 말이야. 헤헤"
아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귀엽게 웃었다.
"그래. 넌 재주넘기나 해라. 그게 적성에 맞겠다"

그때 막개를 발견한 아이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 저 아저씨 누구야?"
"손님이야."
"웬 손님?"
"잔소리 말고 가서 밥이나 가져와!"
"알았어"

아이는 치우의 말에 쪼르르 부엌으로 달려갔다.
밖에 나온 막개를 보고 치우가 물었다.

"막개 아저씨 상처는 괜찮아?"
"그 약 좋은데."
"그럼! 우리 거지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약이지"

 

치우가 어제 막개에게 준 약은 정말 거지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명약이다.
대부분의 거지가 그렇듯 구걸을 한다는 것은 쉬운게 아니다.
마음 좋은 사람을 만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성질이 더러운 사람을 만나면
두둘겨 맞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 거지들은 산에 올라 상처에 좋은
약초들을 캐어서 그 진액을 짜서 연고를 만든다. 어제 막개가 바른 약이 그것이다.

 

"형. 밥먹어."

부엌에 들어갔던 아이가 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방으로 들어오는 아이를 보며 치우가 말했다.

"그래. 먹고 또 출근해야지. 참! 초개야 인사해라 막개 아저씨다"
초개라 불린 아이는 막개를 신기한 듯 처다보더니 고개를 꾸벅했다.
"초개라고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부탁은 내가 해야지 신세를 지고 있으니"
"헤헤. 치우형하고는 어떻게 아세요? 형이 아무나 여기 데려오지 않는데."

초개가 막개를 보며 묻자 치우가 대꾸했다.

"많은 것을 알려하지마라. 다친다!"
"헤헤헤"

 

초개가 맑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자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
막개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얼마 만에 가져보는 여유있는 웃음인지 모른다. 최근에는 불안의 연속이었다.

알수 없는 집단에게 쫒기며 쉴 수가 없었다. 그의 실력은 동대륙에서도 알아주는
것이었으나 집요하게 덤벼드는 그들을 막기에는 힘이들었다. 가슴에 상처까지
낼 정도로 그들의 실력은 무서웠다.
막개는 아직도 그들의 정체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불안이 가시지 않았지만 치우와 초개의 밝은 모습에서 자신도 모르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탐스러운 함박눈이 온 거리를 하얗게 뒤덮어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그칠 줄 몰랐다.

 

"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데도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아 항상"

 

치우는 태동로 거리에 나와있었다. 오늘은 구걸을 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
오늘이 초개의 생일이라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음식을 사러 나온 것이다.
거리를 헤메며 구걸하던 초개를 데려와 같이 있은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초개를 만날 때만 해도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아이였는데 그새 많이 컸다고
생각되었다. 이제는 마치 친동생 같아 없으면 허전할 것 같다.

치우가 태동로로 나갈 때 초개는 같이 가자고 때를 쓰며 쫒아 왔다.

 

"형. 나도 같이가"
"안돼! 오늘은 집에 있어."
"에이. 나도 잘 할 수 있어. 내가 재주를 넘을게"
초개는 치우가 구걸을하기 위해 태동로로 가는 줄 알았다.
"알아. 그런데 오늘은 눈이 많이 오니까 넌 집에서 쉬어"
"싫어. 싫단말이야!"
입을 삐죽이 내밀며 때를 쓰는 초개를 보며 치우는 웃음이 나왔다.
"네가 나오면 막개 아저씨가 심심하잖아. 네가 돌봐줘야지"
"막개 아저씨하고 있음. 내가 더 심심해 뭐"
"하하. 그래도 오늘은 안되니까 집에서 있어. 그럼 좋은 선물 사다 줄게"
"치! 알았어"

치우는 초개를 놀래켜 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나왔다.
"다 너 생일잔치 해 주려는 거야. 임마! 후후"


치우는 중얼거리며 태동로 안쪽에 있는 태평루로 들어갔다.
치우가 들어오자점원이 소리쳤다.

 

"어서오세요. 뭘..."

손님이 와서 안내를 하고자 인사를 했는데 그 몰골이 거지상이라 점원은
벌레씹은 인상이 되었다.
치우가 구걸하기 위해 들어온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봐! 이렇게 가게까지 들어오면 어떻해? 손님들이 싫어하잖아"
"예? 그게 아니라..."
"냄새나니까 빨리나가...얼른!"

점원은 치우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문밖으로 밀어냈다.
자신은 음식을 사기 위해 들어갔는데 이렇게 쫒겨 나자 치우는 화가 났다.

"뭐하는거야?"
치우를 내 쫒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던 점원이 치우의 고함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 거지새끼가 어디서 소리를 질러!"

치우는 항상 자신이 거지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부끄럽게 여긴 적이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지가 아닌 손님으로 가게를 들어갔는데 이렇게 멸시를 당하자
화가 났다.

"뭐야? 너 거지 맛좀 볼래?"

치우가 사납게 말하자 점원은 더욱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이 쬐그만 놈이 그래 너 잘 걸렸다."

점원에 비해 치우는 나이도 어리고 덩치도 작았다. 점원이 소리치며 치우의 멱살을
잡자 치우는 금새 숨이 막혀왔다.

"요놈아! 너 눈오는 날에  먼지나게 맞아봐라!"

 

치우는 점원의 바위같은 주먹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와 박히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맞고만 있을 치우가 아니었다.
산전수전 겪어보지 않은 게 없는 그였다.

 

"아이고! 사람죽네! 이 사람이 저를 죽이려고 합니다. 아이고!!"

 

점원은 다시 주먹을 들어 때리려하다 치우의 고함 소리에 사람들이 모이자
손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잠시 틈이 보이자 치우는 발을 들어 점원의
낭심을 걷어 차 버렸다.

 

"아이쿠!!"

 

점원이 몸을 웅크린채 쓰러지자 치우는 딴청을 피우며 점원에게 말했다.

"아저씨! 갑자기 왜그래요? 어디 아파요?"
"으으...너.."
"왜 그래요? 어제 밤에 너무 무리하셨어요?"

 

사람들은 치우가 점원의 낭심을 걷어차는 것을 다 지켜보았다.
그런데도 치우가 어뚱한 소리를 해대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하하"


사람들이 웃어대자 점원의 얼굴은 금새 빨개졌다.

"아...그러길래 제가 일주일에 한번만 힘쓰라고 했잖아요. 가진 것은 쥐의 그것만
 한데 하루 종일 힘쓰니 그것이 버티겠어요?"

 

사람들은 치우의 말에 배꼽을 잡았다.

 

"하하하. 저 꼬마놈 말하는 것 좀 봐!"

 

점원은 통증이 가시지 않아 계속해서 식은땀을 흘렀다. 무슨 말인가 하고 싶어도
말이 잘 나오지 않아 답답하기만 했다.

 

"너...너.....이..거지새끼.."

점원이 더듬거리며 말하자 치우는 귀를 가져가 듣는 척하며 말했다.

"뭐라구요? 쥐의 그것보다 더 작다고요?"

치우의 익살에 사람들은 이제 눈 바닥을 뒹굴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쥐의 것보다 작데...하하하"
"호호호"

점원의 얼굴은 흑빛이 되어서 치우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아저씨 미안해요. 제가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겠네요."

 

치우는 더 있어봐야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뒤돌아서 가려던 치우가 다시 점원을 돌아보며 말했다.

 

"참! 그 곳이 아프면 엉덩이를 차면 낳는데요."

 

치우는 그 말을 하며 길게 내 뻗어있던 점원의 엉덩이를 힘껏 발로 찼다.

 

"으으악! 너...이...새....끼....아아"

 

 점원은 치우의 발길질에 개 거품을 물으며 기절하고 말았다.
그런 점원을 보며 치우가 미안하다는 듯이 한마디했다.

 

"아이고 미안해라. 제가 그만 엉덩인줄 알고 아저씨의 쥐보다 작은 것을
 찼네요. 헤헤 죄송해요. 그럼 안녕"


"하하하하"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치우는 그곳에서 빠져 나왔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