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능 끝난 고삼이에요. 인터넷에 제 얘기는 처음 올려보네요. 우선 어려운 시험 보신 다른 수험생분들 너무 수고하셨어요!
저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었어요. 예체능이라 수학은 안 보지만 국어는 항상 1~ 2등급이었고 탐구도 수능 직전까지 푸는 것마다 만점이거나 가끔 하나 틀리는 정도였어요. 처음부터 열심히 했던 건 아닌데 정말 열심히 해서 보란듯이 성공하고 싶었거든요.
저는 새학기부터 남의 남자친구를 뺏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나서 친구가 없었어요. 사실 그 남자애는 저 말고 제 친구랑 비밀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제 친구는 일부러 남들 앞에서 저한테 농담하는 척(둘이 100일 됐잖아~ 진도 어디까지 나갔잖아~ 하는 식으로..) 하면서 저를 고기방패 삼아 소문만 더 나게 만들고 자기는 제 뒤에 숨어서 잘 살더라구요. 저는 전학생이라 애초에 친구가 별로 없어서 해명할 기회도 없었고, 그나마 있는 친구라고는 이딴 것밖에 없어서 화도 제대로 못 냈어요. 그러다 결국 너랑은 못 다니겠다고 말했어요. 저도 노력해서 같은반 친구 하나는 생겼으니까요.
물론 보기 싫은 친구랑 연은 끊었지만 3월 내내 헛소문에 시달린 제 고통은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았고 알면서도 방관한 남자새끼 (저랑 친구였고 상황 다 알면서 무조건 여친말들음 꼭두각시인줄), 그냥 만만한 저 하나 잡아서 헛소문 내기 시작한 전여친, 비밀연애^^ 니까 어디서 말하지 말라고 하고 저를 이용해먹은 친구, 소문 크게 퍼지게 만들고 다닌 전여친 친구 다 잘 사는데 저만 새학기 내내 엉망이었고 소문도 안 가라앉았어요. 너무 분해서 어떻게든 그대로 돌려주고는 싶은데 학폭위를 열자니 명확한 증거도 없고 저만 귀찮을 것 같아서 공부를 했어요. 저를 무시한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수라고 생각해서 미친듯이 공부만 했어요. 처음에는 힘들고 느리고 자꾸 틀렸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같은반 안 친한 친구가 너는 왜 그렇게 열심히 사냐고 말할 정도로 노력했어요. 점점 좋아지는게 보여서 나름 즐겁길래 두세배 더 열심히 했구요.
수능 전까지 국어는 자신있는 영역이었고 문제를 풀면 시간이 많게는 25분, 설렁설렁 풀면 10분까지 남을 정도로 속도를 냈고 결과도 항상 잘 나왔으니까 안심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국어를 풀다가 시간이 부족할까 싶어 문제풀면서 마킹을 한다는 게 26번까지 마킹을 했는데 답을 밀려썼더라구요. 어디서부터 밀린건지 허둥대느라(제정신이 아니라 OMR카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잊었음.) 시간뺏기고 시간 부족할 것 같으니까 거기서 또 멘탈 털려서 잘하던 비문학 읽어도 읽어도 안 풀리고 자존심? 미련? 때문에 붙잡고 있다가 결국 다른 쉬운 문제는 읽지도 못하고 넘겼어요. 손 덜덜 떨면서 마킹하다가 종이 쳐서 5개는 마킹조차 못하고 끝나버렸어요...ㅋㅋ 다들 어려운 건 아는데 어차피 남들도 시간 똑같이 부족할텐데 그 상황에서는 그런 거 다 모르겠고 정말 머리가 하얗게 되더라구요... 아예 못 읽고 넘겨서 찍은 지문도 있어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건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가채점표 쓸 시간이 없어서 집에 와서 다시 기억나는 것만 풀고 채점을 하는데 뻘짓하기 전에 푼 26번까지는 2개밖에 오답이 없더라구요. 그 뒤에 나오는 문학부분도 마지막에 급하게 푼 6문제 다 맞았어요. 풀면 맞을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후회되기 시작하더라구요. 어쨌든 마킹못한 5문제는 다 틀렸고 지문 못 읽어서 찍은 문제는 신기할정도로 답만 피해가는 바람에 50점대가 나왔어요. 답 기억 안 나는 건 그냥 틀렸다고 했는데 그중에 몇 개 맞아봐야 겨우 60점대밖에 안 되고 그걸로는 목표하던 대학은 꿈도 못 꾸겠더라구요.
그 순간에 조금만 집중했다면, 차라리 안 풀리는 건 버리고 다른 걸 했다면 이렇게는 안 됐을텐데 후회만 남고 인터넷에 보이는 자책하지 말라는 말 수고했다는 말 전부 감사하지만 자꾸 자책하고 후회만 하게 되네요.
만약 같은 교실 친구들이 시끄러웠다거나 책상이 흔들렸거나 감독 선생님이 이상했다면 남 탓이라도 했겠지만 다른 친구들 모두 서로 배려하느라 조금도 소리 안 냈고, 선생님들도 친절하게 잘 지도해주시고 전날 다른 학생분들이 검사하고 낙서 다 지운 책상도 의자도 너무 멀쩡했어요. 저 하나를 위해서는 아니지만 어쨌든 다들 저를 배려했는데 저는 바보같이 안 하던 실수나 해놓고 남탓으로 돌릴 생각만 하고 있는게 화가 나더라구요.
역시 현실은 드라마나 영화랑은 너무 다른 것 같아요 마지막 순간에 멋지게 쨘을 기대했는데 저는 제일 구질구질하게 재수하게 됐네요ㅋㅋㅋ 넷 중에 하나는 이미 대학도 붙었대요. 정말 죽고싶고 다 때려치고 싶은데 안 그럴거예요. 그동안 해온 게 너무 아까워서라도 한 번만 더 해볼거예요. 원래는 대학 붙으면 3월에 왕따당했던 얘기 쓰고 복수 성공했다고 글 올리기가 목표였는데 이렇게 글 올리게 되네요...ㅋㅋㅋ 수능은 말아먹었지만 1년 정말 값지게 보냈으니까 만족할래요. 내년에는 대학 붙었다고 올릴게요! 새벽에 써서 두서없이 길고 지루한 신세한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