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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보이스피싱 당할 뻔함

꿀먹다뒈진푸 |2018.11.26 18:00
조회 149 |추천 1

이 이야기 카테고리를 뭐로 설정해야할지 모르겠음...

사는 얘기로 쓰고 싶은데 난 사뭇진지...세상에 이런일이나 나 억울해요에 써야하는건가?

 

여튼 내가 방금 보이스피싱 당할 뻔 했던 이야기 해주겠음

 

나는 취직하고 1년도 못채운 사회 초년생임.

 

아마 오늘 두 시 쯤이었을거임.

 

내가 택배를 2개 시켰는데 불과 몇 분 전에 택배 기사 아저씨 한 분한테 전화오기도 하고

 

하필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이번주 월~수까지 (오늘은 월요일이고 OFF 날이어서 집에 있었음)

 

화장실 공사가 들어가서 모르는 전화를 그렇게 2번 받아야 했음.

 

그래서 난 이번에 온 전화도 택배 아저씨인 줄 알고 받았음 (일반 전화였음 010-의)

 

전화를 받았더니 되게 무게 있는 남자 분이

 

 

 

[안녕하십니까. 종로 경찰서의 ㅇㅇ팀 ㅇㅇㅇ입니다.]

 

 

 

이런 식으로 전화가 온거임.

 

내가 예전에 코찔찔이 시절에 ㄴㅇㅂ 블로그에서 뭣도 모르고 저작권법 위반해서 이런 전화 온

 

적이 있었음.

 

그래서 이 전화가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웠어.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잘 못한게 있었나 싶었지.

 

그랬더니 그 묵직한 목소리로

 

 

 

[이번 대포통장 및 개인정보 유출 건으로 전화드렸습니다. 사건에 연루 된 ㅇㅇㅇ(42세, ㄴㅎ직원), ㅇㅇㅇ(38세, 어쩌구) 그 외 잔당 28명, 현재 추정되는 본인 포함의 피해자 100명 가량, 한 사람마다 전화하여 사건 조사 및 피해자 보호 동의를 받고 있습니다.]

 

 

 

뭐 대충 내 기억으로는 이렇게 말하는거임. 난 뭐 내가 피해자라고 하길래 일단 안심하면서도

 

겁이 나서 암 말도 못하고 듣고 있었음.

 

내가 암 말도 안하고 듣고 있으니 계속 다음 이야기를 진행하길래 나도 정신차리고

 

대답하기로 했음.

 

 

 

[본인은 범죄를 저지른 ㅇㅇㅇ(42세, ㄴㅎ 직원 ), ㅇㅇㅇ(38세, 어쩌구)의 이름을 아십니까]

 

"아니요"

 

[본인 외의 주변 지인, 가족이나 친구를 통해서도 들은 기억이 없습니까.]

 

"네"

 

[전혀요?]

 

"네, 전혀 들은 기억 없습니다."

 

[사실 구체적인 조사를 위해서는 직접 출두하셔야하지만 본인께서는 직접적인 피해 사례가 확인 되지 않아 비대면 피해자 보호 동의 진행을 할 수 있습니다.]

 

 

 

내 휴대폰이 녹음이 안되서 구체적으로 저게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저런 비슷한 말을 했음.

 

뭐 나를 보호해준다고 하니까 일단 어떤 말을 하려는지 듣기로 했음.

 

 

 

[저희가 대단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간단한 질문에만 응해주시면 됩니다. 동의하시게 되면 녹취를 진행할 거고, 녹취는 본인 외 담당 형사를 제외한 제 3자의 목소리가 개입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지금 댁에 계십니까?]

 

"예."

 

[혼자시고요?]

 

"네, TV 켜고 있는데 끌게요." ( 참 말도 잘들었음...)

 

[네, 그럼 녹취를 진행하도록 할까요?]

 

 

 

나는 도무지 진정이 되지를 않아서 숨을 몇 번 골랐던 것 같음.

 

이 아저씨가 되게 나를 압박하는 느낌이었음. 강압적으로 진행하려고 했달까.

 

여튼 그래서 나는 뭐 피해자 보호 동의라는 거에 녹취를 진행하기로 함.

 

목소리랑 손이 발발 떨렸음.

 

 

 

[그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본인 이름은요?]

 

"ㅇㅇㅇ입니다."

 

[네, 그럼 생년월일은 어떻게 되죠?]

 

"0000년 00월 00일입니다"

 

[네, 직업이 어떻게 되죠?]

 

"ㅇㅇㅇㅇㅇ입니다."

 

[자, 본 사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설명 드리겠습니다. (하면서 앞에 했던 말을 줄줄히 읊음)

본인은 이 사건에 대해서 아시는 바가 없으시고요?]

 

"네."

 

[본인이 최근에 개설한 계좌나 발급받은 카드가 있습니까?]

 

"아니요"

 

[본인은 은평구에서 올해 8월 19일 11:17 분,  ㅇㅇ은행,ㅇㅇ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니요. 없습니다."

 

 

 

나는 은평구가 어딘지 몰라서 검색해봤는데 서울에 있다는걸 처음 알았음...;

 

 

 

[본인이 개설하지 않았으나 돈이 오고 간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저희 쪽에서 이 계좌는 동결시켰고요...]

 

"예?"

 

[사건에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이 계좌는 저희 쪽에서 동결시켰다고요, 이해하셨습니까?]

 

"아...예."

 

 

 

나는 뭐 당당하게 말하길래 원래 사건이 터지면 이렇게 개인 통장을 막 동결 시킬 수 있구나하고 생각했음.

 

 

 

[저희 쪽에서 확인 할 수 있는 피해 정도는 여기 까지지만, 그 외에도 타 은행 계좌를 통한 피해

를 입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피해 확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현재 본인이 이용하고 있는 은행과 개설한 통장의 이용 목적, 입출이면 입출, 저축이면 저축 몇개로 말해 주시면 됩니다.]

 

 

 

나는 주로 ㄱㅁ은행을 이용하는데 그 외 통장은 엄마가 관리를 해주셔서 금액이 얼마인지 잘 몰

 

랐음.(내가 저축하기 위해 엄마한테 얼마를 주면 엄마가 엄마 돈을 더 해서 통장에 넣어주셨었

 

음.)

 

그리고 개설은 했는데 사용을 안하고 잊은 것도 있어서 대답하기가 어려웠음.

 

그 쪽에서는 100만원 이상의 오차가 생기면 그 통장이 불법이라고 여기고 동결시켜버리겠다고

 

함. 그래서 나는 엄마한테 전화해보겠다고 했음.

 

그랬더니 그 시끼가 50분에서 55분 정도에 전화를 주겠다고함.(그때가 35분이었음.)

 

그런데 끊기 전에 그 말을 하는거임.

 

 

 

[그리고 제가 아까 이 범죄자들이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예,예?"

 

 

 

나는 당황해서 얼른 끊고 엄마한테 전화하려고 했는데, 그 시끼가 나한테 그렇게 말하는거임.

 

 

 

[모르시겠어요?]

 

"아...네."

 

 

 

난 걔가 말하는게 뭐였는지 한 참뒤에 알아들어서 그때는 어리버리하게 그렇게 말했음.

 

 

 

[정말로 모르시겠어요? 아시면서 모르는 척 하시는거 아니에요?]

 

 

 

그 시끼가 나를 시험에 들게하고 있었음.

 

나는 벌벌거리면서 모른다고 정말 모르겠다고 했음.

 

 

 

[범죄자들이 잡히지 않고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처음에 말했었죠? 그런데 본인께서 주변 사람들, 가까운 부모님이나 친구들한테 이 이야기를 전하면 어떻게 되죠?]

 

 

 

나는 그 시끼가 내 대답을 유도하는게 심히 거슬렸음.

 

그 때 나는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워서 걍 모른다고만 말했음.

 

 

 

[이 사건이 입을 타고 퍼지면 저희가 범죄자들을 잡기 힘들겠죠? 이해하셨어요?]

 

 

 

그 시끼는 나한테 몇 번이나 이해했냐고 물었음.

 

그리고 엄마한테 얼른 전화해보라고 하고 끊었음.

 

그 담에 나는 엄마한테 전화해서 이런 전화가 왔는데 내 통장이 몇 개고 용도를 뭘로 개설했었는

 

지 물어봤음.

 

내가 직접 개설하기는 했는데 어느 은행은 거래 중단하고 어느 은행에 몰아 넣기도 하고 해서 잘

 

정리가 안되는거임.

 

엄마는 듣자마자 보이스피싱이라고 그런 전화 받지 말라고 어떻게하면 속냐고 나한테 뭐라고 하

 

는거임.

 

그래서 나는 무서워서 그런데 어떡하냐고 엄마야 말로 암 것도 모르면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했는데 엄마가 출근 중에 다시 차돌려서 온다고 했음. 그리고 전화는 끊김.

 

그리고 그 시끼가 44분에 전화가 왔음.

 

 

 

[어머니께 전화 해보셨습니까?]

 

"아, 네... 출근 중이셨는데 집에 오셔서 확인해주신다고 하셨어요."

 

[혹시 뭐라고 하셨습니까?]

 

"네?"

 

[어머니께 뭐라고 하면서 말하셨죠?]

 

"아, 그냥 사실대로 이야기했어요." (난 걔가 끊기 전에 했던 이야기를 이 말을 하고나서 생각났음.)

 

[하아, 제가 아까 끊기 전에 뭐라고 했죠?]

 

"어...아,죄송해요."

 

[그럼 어머니가 오시면 바로 말해주 실 수 있으십니까?]

 

"어... 좀 정리해 봐야 알 것 같아요."

 

[왜 본인이 통장관리를 안하시고... 참.]

 

 

 

난 거의 죄인 처럼 실제로 고개 숙이고 암 말도 못하고 있었음.

 

그리고 때 마침 엄마가 들어왔음.

 

우리 엄마는 성격이 불 같아서 이런 일을 절대 못 넘김.

 

그래서 나는 황급히 확인해보고 연락하겠습니다. 하고 뚝 끊었음.

 

아니나 다를까 엄마가 그 번호 뭐냐고 내노라고 성을 내셨음.

 

불과 끊은지 1분도 안됬는데 상대방은 통화중이라고 했음.

 

나한테 전화한 줄 알았는데 콜키퍼도 안떠서 다른 피해자한테 전화하는건가 생각했음.

 

여튼 그래서 엄마랑 통장을 바리바리 챙겨서 은행으로 날라감.

 

창구에 있는 직원한테 이상한 전화를 받았는데 어쩌구 하면서 말하니까 보이스피싱인 것 같다고

함.

 

더 물어보고 싶었는데 대기 인원이 많아서 나왔음.

 

그리고 차 안에서 그 종로 경찰서 사이버 수사팀으로 전화 했음.

 

물론 거기서도 보이스피싱이라고 말씀해주셨음.

 

종이에 뭐 쓰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봤을 때, 내 말을 적고 계신 듯 했음.

 

요즘 들어 이런 사건 피해 전화가 많이 온다고.

 

걔네들이 막 엄청난걸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간단한 정보만 요구한다고.

 

대개 경찰,검찰,법원이라고 사칭해서 사기를 친다고 함.

 

그래서 본인들도 전화 했을 때 믿지 않아서 골치 아프다고 했음.

 

한숨을 막 쉬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다가 혹시 연락 온 전화 번호 좀 알려달라고 하셔서

 

알려드렸음.

 

지금 이런 번호들을 6개 정도 받아놨다고 하셨음.

 

직접적인 피해는 아직까지 없고 이 전화들로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고 아마 대포폰이라고 추정된

 

다고 했음. (지금은 지나간 과지만, 예전에 나는 나와 같은 번호의 대포폰이 중국에서 발견된 적

 

이 있음. 그래서 그 핸드폰으로 걔네가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300만원을 낼 뻔 했었음.)

 

전화를 끊고 나서 내 명의로 개설 됬다고 하는 해당 은행 고객 센터에 전화했음.

 

난 여기서 내 여신을 만났음... ㅠㅡㅜ

 

세 군데를 전화했는데,

 

세 분다 친 절했지만 특히 어느 은행이 정말 친절하고 세세하게 응대해주셨음.

 

2군데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이며 고객님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음.

 

근데 내가 감동 받았던 다른 한 곳은 보이스피싱 관련 상담원을 연결하니 따로 전담 팀에 전화를

 

바꿔줬음.

 

그리고 정말 놀랄만큼 내가 당했던 일들을 그대로 말하시는거임.

 

 

 

[고객님, 많이 놀라셨겠어요.

혹시 그 전화에서 경찰, 또는 검찰이나 법원을 사칭하여 어떤 사건에 연루 되었으니 피해자 동의를 위해 녹취를 요구했을 거고, 현재 고객님께서 거래하는 은행, 통장 이용 목적, 금액, 간단한 정보 등을 요구했을 겁니다. 맞나요?]

 

 

 

나는 진짜 신기해서 몇 번이나 네하고 대답했음.

 

 

 

[네, 고객님. 요즘 신종 보이스피싱 사건은 대게 이런 식의 내용으로 강압적이고 안하면 안되게끔 이야기를 만들어내요. 처음에는 시답잖은 질문을 하지만 마지막에 결국 돈을 이체하지 않으면 안되게 하더라고요. 통장 금액이나 이용목적을 물어보는건 고객님 자산이 얼마정도 있으니 이 정도를 요구해야겠다고 걔네들끼리 생각하기 위한거고요. 정말 고객님께서 도중에 전화가 중단되셔서 다행이세요. 다음 번에 전화오면 확인 후 연락한다거나하고 전화하시지 말거나, 지금 고객님 처럼 해당 은행에 전화해보시거나, 차라리 직접 출두하시겠다고 하거나 해버리세요.]

 

 

 

진짜 그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감사했음.

 

일단 나한테 필요한게 안심이었는데 계속 불안해서 동동거렸었거든.

 

근데 괜찮으니 걱정말라고 해주셨음.

 

몇 번 더 궁금한거에 질문했는데 대답도 잘해주시고...

 

(이런 일이 생기면 경찰같은데서 개인 통장을 동결 시킬 수 있는지 물어보니 불가능하다고 하셨

 

음.)

 

정말 그런 전화 남들한테 들으면 뭐 그런거에 속냐고 했을텐데

 

당사자가 되고 그렇게 당황해서 전화를 이어나가니까 진짜 아무 생각도 못하겠더라고.

 

진짜 일반 모르는 전화로도 그렇게 오는데 무섭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바보같이 대응했어.ㅜㅡㅜ

 

그래도 과정이 어쨋든 잘 해결된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보이스피싱 정말 조심하고 혹시 그런 전화 오면 확인을 먼저 하는게 제일 좋은 것같아.

 

다들 평화로운 하루 보내~!

 

 

 

추가로 엄마한테 툴툴거린거 사과하고 오늘 저녁에 갈비 뜯으려구!

 

내일 출근이당~ㅜㅡ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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