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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프십니다

엄마딸 |2019.02.10 03:23
조회 370 |추천 1

마음 추스리려 일기장에 써봤던 글이라 존댓말이 아닌 점 죄송합니다.

2016년 10월 4일. 1004. 천사의날. 친한 친구의 생일이라 기쁘기만 하면 되는 날인 줄 알았던 날. 억장이 무너지듯 울었다라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다시한번 엄마에게 잘하자라고 다짐하며 폰 메모장에도 그어떤 설명도 없이 '엄마에게 잘하기' 라고 남겨두었던 날
유독 그쯔음에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이상한 일이라기 보다는 겪기 싫었던 일들이라고 해야하나. 건망증이 심해져 몇년 째 우울증 치료를 받고있는 엄마가,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 짐이 될 수는 없다며 아프지 않고 건강해야 한다고 혼자서 외롭게 집앞 호수를 돌며 매일같이 운동도 꼬박꼬박하시던 엄마가, 홀로 외출을 한 후에 집을 찾지못했다고 했다. 타지에서 일을 하던터였고 그날도 어김없이 바빴기에 몇번이고 걸려오는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한숨 돌리며 식사를 하러 식당에 내려가면서 이사람은 도대체 누구길래 나를 이렇게 애타게 찾을까 하며 부재중이 남겨진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낯선 아저씨였고 다짜고짜 우리집 아파트 주소를 말씀하시며 거기사는 사람이 맞냐고 물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맞는데 무슨일이시냐며 물었고 대답을 듣자마자 눈물이 미친듯이 솓구쳤다. 아저씨 옆에 계시는 분이 그집 사는 아줌마라는데 아파트 단지안에서 집을 못찾겠다고 방황하고 계신다고 그 아저씨는 전해주셨다. 엄마였다. 무슨 생각으로 밥을 식판에 담았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동료들과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데 눈물이 계속흘러 젓가락으로 괜한 밥만 비벼대며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들썩들썩 거렸던 기억만 난다. 밥이 중요한게 아니였다. Ktx를 타고도 족히 3시간은 걸리는데.. 그냥 집으로 가고싶었다. 너무나도.
바로 아빠한테 전화해서 얼른집에 가보라고.. 엄마가 집에 못들어가고 있다고.. 연락을 한후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서 뭘하나라는 생각으로 울컥거리는 마음을 다 잡아가며 일을 마쳤던거 같은데..
퇴근하는길에 아빠랑 한 통화는 내마음을 더 미어지게 했다. 엄마가 이런적이 처음이 아니라서 다른 주민분이 집에 데려다 준 적도 있고 아빠가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은적도 있다고 했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일이 아닌거 같았다.
증상이 이상하거나 심해지면 언제든 외래진료를 앞당겨 보라는 엄마 주치의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났고, 기억이 정확히 나지는 않지만 다음날이 쉬는날이여서 바로 고향에 내려가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그날이 바로 시월 사일 이였다.
장기적인 치료에도 우울증이 개선되지않아 병원만 3번 옮겼을 때였다. 이전병원에서 혹시 몰라서 진단목적의 영상도 많이 찍고 치매 유전자? 검사 까지 받았었는데 엄마는 치매유전자가 하나도 없고 촬영한 시티상에서도 뇌는 깨끗하다고 하시며 우울증이 개선되면 건망증도 개선될 것이라고 하셨던 두번째 병원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너무나 굳게 믿고있었다.
그 믿음은 아주 쉽게 깨져버렸다. 유리파편이 아주 심하게 훼손될 때 가루조각처럼 되듯이 내 마음도 그런 유리조각 처럼 부서지고 또 부서지는 순간이였다. 의사선생님은 그간의 얘기를 침착히 들어주셨고 최근에 찍은 CT사진을 보여주시며 너무 이르지만.. 56살의 나이로는 너무나 빠른편이지만.. 많이 속상하겠지만 이라고 하시며 엄마가 조기치매라고 말씀하셨다. 무슨생각을 가지고 울기 시작한지는 모르겠다. 겁이 났고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나 무서웠고 본인의 병명이 치매라고 하는데도 아무것도 모르고 옆에 있는 엄마가 너무 불쌍했다. 진료를 다보고 나왔는데도 나는 더, 더욱더 서러워서 병원 한복판에서 엉엉 울어버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엄마가 울기 시작했다. 난 태어나서 엄마가 우는걸 딱 한번 봤는데, 그것도 방안에 숨어서 웅크리고 우는 모습을 몰래본게 다인데, 엄마가 내앞에서 아이마냥 울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머지 퉁명하게 "엄마는 왜우는데" 라며 짜증을 냈다. 그렇게 해서는 안됬었는데.. 엄마도 울 수 있는 사람인데.. 제일 답답하고 제일 안쓰러운건 엄마자신인데.. 하지만 예상치 못한 엄마의 대답이 내 심장 안쪽을 찌르고 또 찔렀다. 쿠욱- 하고 깊게. 날카롭게. 차갑게. "니가 우니까 나도 눈물이 난다이가."..
본인이, 본인 신세가 안쓰럽고 처량해서 눈물을 흘린게 아니셨다. 나 때문이였다. 내가 울어서였다. 조금 전까지 엄마가 치매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 앞날을 조금이라도 걱정했던 내가 너무 너무 밉고 싫었다. 그때 눈물을 꾹 참으며 휴대폰 메모에 썻던 글이다. '엄마에게 잘하기'
그로부터 벌써 시간이 꽤 지난 지금, 엄마는 눈에 띄게 더 안좋아지고 있다. 보통의 치매환자 연령보다는 나이가 어린 탓에 진행이 빠를 수 있다고 했다. 집안에서도 화장실을 잘 못찾으시고 혼자 밖에 나가는 일은 상상 할 수 없다. 아직까지 아버지의 이름은 기억하시지만 하나뿐인 외동딸인 내이름은 성을 알려주기 전까지는 거의다 모르겠다라고 하신다. 하지만 모르겠다라고 하시면서 방긋웃는 엄마가 이렇게라도 내 옆에 계셔주는 엄마가 나는 좋다. 잘 하자. 잘 해야만 한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내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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