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가족들은 안녕하신가요?
제 친구는 한 사건으로 인해 사랑하는 아버지를 하늘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2월 2일 포항 P사 제철소 근무 중, 친구의 아버지는 새해부터 속수무책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기계 끼임 사고로 내장이 파열되었으나 회사방침에 의해 1시간 가량 외부 119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 사건의 경위서에는 2월 2일. '심장마비' 라는 무책임한 단어가 적혀져 있었습니다. 눈이 있다면 볼 수 있는 찢겨진 작업복과 멍, 그러나 가족들은 당연히 알았어야 할 사실을 국과수에 직접 의뢰한 부검을 통해 알게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장례가 치뤄지지 못한지 8일이 지나고 9일째가 되었습니다. 냉장고 속에 친구 아버지의 넋이 9일 째 갇혀있습니다. 그 사이 아직도 장례식장에서 맘 편히 잠 한숨 청하지 못 하시는 친구의 어머니와 가족들이 계십니다. 언제쯤 제 친구는 아버지에게 제대로 된 안녕을 빌 수 있을까요. 늦게나마 언론에도 보도가 되어있는 이 사건, 명확한 '산재'를 '산재 처리되도록 노력' 하겠다는 말로 지금껏 책임을 회피하는 P사의 행동이 유족의 가슴을 더 이상 아프게 하지 않도록 한번씩만 관심 주시기를, 여느 때처럼 약자에게 힘을 보태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친구의 글도 첨부하겠습니다.
나는 아빠의 돌아가신 모습도 보았다. 방금 전, 당시에 입고 계시던 옷의 상태를 확인하였고 사건 당일에는 정신이 없어 깊게 생각하지 못했지만 아빠 몸에 든 멍도 보았다. 아빠는 지금 지하 일층 냉장고에 있다.
당시에 국과수 직원분이 이 외상은 절대 심폐소생술로 생길 수 있는 외상이 아니라 말씀하신 것을 기억한다. 국과수 직원분은 압박의 가능성을 제시하였으나 본인은 경황이 없어서인지 들은 바 없었고, 포스코는 외상이 없었다고 했다.
그때의 나는 장례식장이 두어야 할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준비해야 했고, 식장에 올릴 꽃을 고르며 아버지의 죽음을 지인에게 직접 알려야하는 상황이였다. 그러는 중, 경찰은 우리에게 유가족 진술을 재촉하였고, 본 바, 들은 바가 없어 우리 엄마와 나는 진술을 할 수 없었다.
후에 회사와 경찰 측은 전과 달리 외상에 대해서 다른 가능성을 이야기하였다. 이동 중에 생긴 멍 아니냐는 등, 물론 모든 합리적 의심은 맞고 가능하지만 사고사에 대한 의심은 없었다.
이번 사고는 산재가 아니라고 하였다. 회사는 산재 승인 및 처리는 노동부가 하는 것이라 말하고 산재 처리에 노력을 다 하겠다는 말 뿐이고, 노동부는 그렇게 말 한 적이 없다하고, 회사 역시 그렇게 말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누가 산재가 아니라고 하였을까.
다들 그렇다. 본인 책임은 없다. 경찰이 그랬다 한 적 없고, 회사가 그랬다 한 적 없고, 노동부도 역시 그렇게 말 한 바가 없다고 한다. 경위서에 쓰여있는 것도 들은 대로 쓴 것이었다고 한다. 본인은 그렇게 전해들었다며.. 소문은 있지만 발화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위서에 의하면 아버지가 발견 된 위치에서는 산재가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산재가 충분히 발생 가능한 위치에서 발견되셨고, 기계 작동이 없었다고 하였지만 최초발견자이자 아버지가 교육시키던 인턴은 본인이 6차례 가량 작동시켰다는 첫 진술과 달리 번복하였다.
유가족 진술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사인을 밝히고자 부검으로 넘어갔다. 우리아빠는 죽어서도 또 죽었다. 부검이라니. 자연사 방향으로 흐르던 아빠의 죽음은 부검 결과 (외부충격으로 인한) 장기 파열로 인한 과다 출혈이었다.
아빠의 몸 속에서 피가 1.8리터가 출혈 되었다. 속에서 피가 나는 상황에 아빠는 119에도 신고도 못 받고 심폐소생술만 받으시다가, 사건 발생시간으로 한시간도 넘게 지나서 119와 가족에게 연락이 닿았다. 한시간동안 도대체 뭘 한걸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왜 대체 왜 한시간의 시간이 여기 끼어있는걸까. 지금 와서 기계에 협착 가능성이 제시 되었지만, 그 사고가 일어난 당시 발견자가 다른 직원분에게 먼저 알리지 않고 119에만 연락을 해 주었더라면 아빠는 살아있었을까. 사내 119가 아닌 119와 경찰에라도 연락했었더라면 살아계시지 않았을까. 다섯시 몇분에 일어난 사고가 일곱시가 넘어서야 환자가 이송되었다.
나는 연락도 심지어 그 날 휴무였던 다른 직원분께 받았다. 그 분은 왜 휴무날에 그곳에 계셨을까?
2월 2일에 일어난 사고. 그리고 2월 7일에 경찰의 재조사 결과 사고사 확정. 아빠의 외상이 5일만에 보인걸까? 의심이 들고 나서야 외상을 보고, 아버지의 작업복 상태를 보고 현장을 세 번 씩이나 방문하는게 맞는걸까. 작업복 바지는 찢어져 있었고 현장 기계에 묻어있는 기름은 아버지의 바지 후면에도 묻어 있었다. 외상이 없다고 주장하면 무조건 심장 관련 사망 사고인가. 왜 이제와서 재 수사를 해야했으며, 자연사, 심장마비 등 단정지을 때는 빠르고 신속하며 철저하게 잘 못 된 부분을 정정하는 것은 이렇게나 길게 걸리는걸까.
살면서 처음으로 우리 가족 일이 티비에 나오고 인터넷 기사에 실리고 국과수 직원분도 보았다. 국과수 직원분은 사건 당일에도 계속 외상에 대하여 설명하였다고 한다. 회사만 외상을 5일 후에 본거다. 회사만 아버지의 작업복 상태를 5일 후에 본거다. 회사만 아버지의 시신 발견 위치를 다르게 본 거고, 회사만 기계 작동이 없는 줄 알았다고 한다. 찢어진 작업복 바지 역시 뒤늦게 보고 이송 중에 배관에 걸려 찢어진거라는 회사측의 입장. 언론에 나오고 기자들이 찾아오니까 매일매일 장례식장에서 서성거리는 회사 직원. 유가족은 어떻든 산재 은폐 의혹 기사에 대해서만 피드백하는 회사.
며칠 째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장례. 아빠는 지금 냉장고에 있다. 얼마나 추울까. 회사는 최종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처리한다며 심장마비라고 한 바 없다고 한다. 그러면 본인들이 우리에게 하는 태도처럼 심장마비라고 한 바 없는 증거를 가져오던가.
경찰에서 사고사를 확정 짓고 사인을 그렇다하였는데, 몇 주가 걸릴지 모르는 부검 최종결과만을 기다리며, 회사는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않고 같은 태도로 일관하며, 아빠는 차갑게 누워있다. 발인날짜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지금 노조들은 우리 아버지의 이번 일로 개인적인 하고싶은 말과 편파적인 글을 허위사실과 왜곡 된 보도를 작성하여 배포중이다. 유가족의 동의는 물론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모르는 소속의 처음 보는 직위들이 찾아온다. 지금 나는 그 누구도 믿지 못하고 이런 상황이 너무 무섭다. 아빠는 몇번을 죽어가는걸까. 32년을 근무하던 회사에서 이런 참사가 발생하였고, 회사는 직장에서 근무시간에 순직하신 우리 아빠를 보호 해 주지 않는다.
아빠는 나보다 회사를 더 오래 봐왔고, 알았고, 청춘을 다 바쳐 일하셨고. 엄마도 아빠만을 바라보고 포항에 회사만을 보고 오셨다. 내가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 한 포항이 이제 너무 저주스럽고 무섭다. 자랑스럽게 여기던 아빠의 직장이 이제는 너무 소름끼치고 원망스럽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지옥이 완전히 끝 날 순 없겠지만. 아빠는 돌아가셨으니.. 어서 아빠라도 보내드리고 싶다. 살아생전 본인은 모르고 가족을 위해 고생만 하시다가 죽어서도 고생이라니. 내가 벌 받는 것 같다.
아빠는 내 인생의 반 이상이었다. 그 누구보다 그 어떤 대가 없이 무조건적으로 내 편이였고 나를 믿어주고 이렇게 세상에 나를 위해주는 사람은 또 없을텐데. 이제 누구에게 그런 걸 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