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요
ㅇㅇ
|2019.03.11 16:46
조회 1,255 |추천 6
오랜 연애가 끝나고 20대 끝자락에 누군가에게 설렐꺼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더 이상 내 인생에 설레는 감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날 여자로 봐주지도 않는 당신에게 빠지다니.
아이들을 좋아하고, 본인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정적이며 성실한 당신이 너무 멋져보였어요.
중고등학생때 했던 짝사랑처럼 당신을 동경하고 좋아해요.
당신이 있는곳이라 운동한다는 핑계로 당신 보러가고, 우연히 눈 마주치면 당황해서 피하게 되고, 당신 앞에만 서면 하고싶던 말도 우물쭈물 하게 되고, 아프다고 하면 걱정되서 이것저것 챙겨주고, 나도 바쁘고 피곤한데 그저 당신 친한 사람이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오지랖도 부리고, 예뻐보이고 싶어서 하지않던 화장도 하고, 당신이 간다고 흘려 말했던 곳이면 우연을 가장해서라도 마주칠까 나도 가보고.
그렇게 당신을 좋아하는 내 순수한 마음이 예뻐서, 당신앞에 서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는 내가 좋아서 당신을 더 좋아한거같아요.
나한테 관심 없는거 너무 잘 알아요. 그저 아는 지인에게 하는 작은 호의인것도 너무 잘 느끼고 있어요.
그래도 당신이 그동안 만났던 여자들처럼 예쁘지도 잘나지도 않은 나랑 같이 밥먹어주고 드라이브 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의도치않게 했던 그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난 집에가서 의미부여 하며 설렜어요. 굳이 내 차 문을 열어준 후에 내가 떠날때까지 손흔들어주고, 귀엽다 머리 쓰다듬어주고, 남들이랑 있을땐 항상 내가 구웠던 고기를 당신이 구워서 내 앞접시에 놓아주고, 내가 맛없다고 하는건 본인이 먹겠다며 나에겐 맛있는거만 먹으라 하고, 다쳤을땐 직접 밴드도 붙여주고. 물론 말뿐이겠지만 같이 어디로 놀러가자고 할땐 이미 뭘 입고 나갈지 무슨말을 해야할지 상상까지 했어요. 그만큼 당신한테 빠져있었나봐요.
하지만 이제 그만 해야할거같아요.
나에게 관심없는 사람에게 온 마음을 다해 에너지를 쏟기에는 내가 어리지가 않아요. 오지않는 답장을 기다리며 며칠밤낮을 핸드폰만 바라볼만큼 순진하진 않나봐요. 당신의 어장 안도 아닌, 어장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고싶어 허우적 대기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네요. 사랑하는데 자존심이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이 마지막 자존심마저 없으면, 난 이 세상에서 아무 존재가 아닐거같아서, 더 이상 회복되지 않을거 같아서, 여기서 멈춰야 할거같아요.
좋아했어요.
이젠 당신 앞에서 얼쩡거리지도, 밥먹자고 귀찮게 하지도 않을게요. 아마 평생 모르겠지만, 당신은 누군가에게 이런 사랑을 받을만큼 멋지고 가치 있는 사람이에요. 부디 좋은 사람 만나서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행복하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