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마전 제왕절개로 출산해서 이제 막 한달된 아가를 두고있는 20대 후반엄마입니다.
판에 임신과 출산에 대한 후기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제 제왕절개 후기도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어요. 글이 좀 길수도 있으니 읽기 싫으신 분들은 미리 뒤로가기 해주세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전 엄청난 쫄보 겁쟁이로 평소에 감기몸살로 병원에 가도 주사도 제대로 못맞고 졸라서 약만 받아오는 사람인데요...
어쩌다 보니 개복수술을 하게 되었네요;;
임신 중기가 지나고 나서 출산이 점점 다가오게 되었을 때 많은 산모들의 출산후기를 찾아보면서 과연 내가 자연분만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 주치의는 제가 나이도 어린편이고 키도 크고 건강하기때문에 임신 초기~중기까지는 자연분만을 권장했고 저도 막연하게 자연분만하게 되겠지..하고 생각했던것 같아요. 그러나 임신 후기때 초음파로 아기 체중을 재보면서 계속 아기가 크다...라는 말씀을 하기 시작하더라구요ㅠ
결국 출산이 몇주 남지 않았던 시점에 아가는 벌써 초음파상으로 3.9키로가 되었고 제 주치의 말로는 이정도 체중의 아가는 '나는 반드시 자연분만 하겠다!' 라는 의지가 강한 산모도 어려운데 저같이 의지가 약한? 산모는 굉장히 어려울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때부터 아..아마 제왕절개 하게 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ㅠ 전 솔직히 자분이나 제왕이나 둘다 무서워서 그냥 출산 자체가 너무 두렵고 떨렸어요ㅠ 어떤거든 상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결국 예정일 전날이 되어 내진을 해보았는데 자궁문이 열릴 기미가 전혀 안보인다..라는 의사의 말에 바로 수술 날짜 예약하고 결국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겁도 많은데 제왕절개로 출산하시게 되는 분들 계시겠지만 힘내세요! 수술 후 한달이 지난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답니다!
수술 후기는 제가 메모장에 기록해둔 것이기 때문에 음슴체인점 양해해주세요~
<수술당일>
수술 한시간 반 전에 병원 도착해서 태동검사하고 팔에 주사바늘 꽂고 항생제검사함
주사바늘 넣을때 두꺼워서 그런지 좀 뻐근한데 시간 지나면 괜찮아짐
항생제검사는 순간적으로 엄청 따끔한데 몇초지나면 바로 괜찮아짐
제왕절개 후기에 이 두 주사가 엄청나게 아프다는 후기를 봐서 너무 긴장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음;
검사 다 끝나고 걸어서 수술실로 이동
들어갈때 신랑이랑 엄마한테 손흔들고 인사하고 들어와서 갑자기 무서워져서 막 울기시작함 ㅜㅜ
마취한다고 수술대 누우라고 하는데 무서워서 누워서도 계속 울기시작. 울면 코막혀서 힘들다고 해서 마인드컨트롤하려고 심호흡 후후 함.
마취과 의사가 옆으로 돌아누워서 몸 말라고 함. 따끔하고 척추에 바늘 꽂는데 꽤 뻐근하고 불쾌하게 아픔 난 왜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바늘 여러번 찔러서 더 아팠음. 약들어갈때 기분나쁜 느낌들면서 다리저림 그리고 갑자기 이도 달달달 떨림ㅠㅠ
이때부터 엄청 실감나기 시작하고 긴장됨 마취의사가 무표정으로 무뚝뚝하게 묻는말에 대답도 안해주고 해서 더 무서웠음
그리고 나서 똑바로 누워서 팔을 수술대에 묶는데 또 패닉ㅜㅜ
소변줄 연결하는데 느낌도 거의안남 하나도안아픔 그리고 소독한다고 솜으로 몸 닦는데 그건 느낌이 나서 무서웠음.. 다리 움직이면 다리가 안움직여져서 심리적으로 더 무서울까봐 아예 움직이려고 힘도 안주고 침착하려고 노력함
수술시작하고 자꾸 온갖 끔찍한 생각이들어도 참으려고 노력해봄 그러다가 몸 흔들거리는 느낌나니까 그때부터 정신줄 놓은듯함
팔이랑 가슴이랑 너무 답답해서 답답하다고 얘기하면서 막 움직였음
진짜 미칠거같았는데 그 느낌이 정점을 찍을 정도에 선생님이 "길다~" 하면서 아기 나왔다고 말해줌 (참고로 아기는 4키로로 태어났어요..ㅋㅋ 제왕절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기 나온순간 방금전까지 미쳐버릴거같던 느낌이 사라짐. 간호사가 옆으로 아가 데려와서 입이랑 코에 이물질 제거하고 곧 신랑이 들어와서 아기 탯줄도 자르고 아가를 천에 싸서 나한테 안겨주고 셋이서 사진찍음
애기가 태동처럼 움직여서 신기했음.. 감동받은 맘에 눈물 한방울 주륵 나옴 그리고 난 잠들었는데 깨보니까 아직 수술중..
근데 약기운이 있어서 아까처럼 패닉은 안하고 깨어있었음. 그러다가 아픈게 느껴져서 선생님한테 계속 아프다고 말함. 의사가 곧 끝나니까 참으라고 해서 참았음.
한 십분 더하고나니까 수술 끝나고 배에 모래주머니 올리고 회복실로 이동.
회복실에서 자궁수축제랑 무통주사랑 수액이랑 맞는데 자궁수축제때문에 마취 안깬상태에서도 배아팠음 근데 못견딜정도는 아니고 그냥 심~~한 생리통 정도였음 (중간에 간호사가 배 누르는거 했는데 아프긴 했지만 마취 덜풀린 상태라서 막 죽을정도는 아니었음..개인차가 있는듯함)
그러더가 한 서너시간 지나고 나서 병실로 이동함
병실이동하고 나니까 어짜피 소변줄 연결해있고 아직 금식이라 아픈거 별로 느끼지도 못함 물론 힘들었는데 막 고통스럽지는 않았음
근데 밤에 잘때부터 좀마취가 깨면서 아프기 시작함 그리구 무통주사 부작용으로 배있는데가 많이 간지럽기 시작
<수술 후 첫째날>
이날은 소변줄을 뽑고 혼자 소변을 봐야하는 날이라 긴장하고 있었음. 그래도 드디어 물도 마실 수 있어서 좋았음 ㅎㅎ
점심이 지나고 간호사가 와서 소변줄을 빼줬다 좀 찌릿하고 불쾌한 느낌이 들었지만 금방 끝났음.
소변줄 빼고나서 한 두시간 후부터 소변 마렵기 시작함... 일어날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서 진짜 무서웠음
솔직하게 말하자면 제왕절개 수술과 회복과정 전체 통틀어서 수술 후 처음으로 앉을때가 제~~~~일 고통이 심했다고 생각함.
침대를 반정도 올려서 앉는 자세가 되는거부터 고통스럽기 시작. 아플까봐 미리 진통제도 맞아뒀는데 효과는 잘 모르겠음.
일단 어떻게 앉긴 앉았는데 침대 바깥쪽으로 다리를 옮기는게 너무 고통스러웠다ㅠ 땀이 막 나고 어지럽고 속도 안좋고 자리에서 일어나기 직전까지 최소 30분은 걸렸다.
오빠가 잡아주고 내가 오빠 목을 양팔로 잡고 해서 겨우겨우 일어난순간 배를 불타는 칼로 막 긋는 느낌이 심해졌다ㅠㅠ
그리고 갑자기 다리사이에서 피가 촥 나오면서 콸콸 흘러나와서 바닥에 한바가지 쏟아짐.. 자궁에 고여있던 피였다.
오빠가 피를 청소해주고 나서 힘을 내서 일어났다 이악물고 달팽이 속도로 화장실로 감.. 변기에 겨우 앉아서 소변보기 성공! 생각보다 시원했음.
소변보고 나니까 이따가 아가보러 갈때 앉았다 일어났다를 또 할 자신이 없어져서 바로 아가보러 가자고 함. 입원실 위층 복도 끝에 신생아실이 있어서... 가는데 또 삼십분이 걸렸다.
아기를 처음 본 순간 너무 감격스럽고 벅차올라서 눈물이 흘렀다. 아기가 눈뜬걸 처음 봤는데 너무 예뻐서 행복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올때는 기분이 좋아져서 고통을 좀 덜느낀것같다.
그리고 나서 한번 더 소변보러 갔었는데 역시 고통스러웠지만 아까보다는 나아져서 좋았다.
근데 세번째 소변보러 간 순간.... 태어나서 겪어본적 없는 고통..
누가 진짜 배를 흉기로 계속 찌르는 느낌인데 숨을 쉬기도 힘들고 소리지르기도 힘들어서 덜덜 떨고 서서 눈물만 흘림. 하..
결국 화장실 가는것 포기하고 소변통에다가 소변보고 자리에 누워있었다 진짜 너무 고통스러웠다 차라리 죽고싶었음. 제왕절개 고통은 할부라더니 이게 무슨 할부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ㅠ
무통주사 아무리 눌러도 고통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날밤에 다시 한번 아가를 보러 가고싶어서 어떻게 어떻게 엘리베이터 앞까지는 갔는데 거기서 또다시 한발짝도 움직일수없어서 간호사 불러서 휠체어 타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날밤은 진짜 지옥같았다 잠도 한숨도 못자고 계속 다음 진통제 맞을 수 있는 시간만 기다렸는데 효과는 없었다.
등이 젖어있었는데 혹시 무통주사 바늘이 척추에서 빠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인할 수가 없었다 ㅠㅠ
<수술 후 둘째날>
전날 아파서 한숨도 못자고 아침을 맞음. 너무 아팠음.. 인터넷에 찾아봐도 아팠다고능 하지만 나정도의 고통은 아닌것 같아 혹시 수술부위가 이상해졌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침에 의사선생님이 회진하면서 확인해보니 바늘이 빠져있는것 같다고함.. 간호사 불러서 확인해보니 어제밤부터 무통 바늘이 빠져서 안들어가고있었음..ㅡㅡ
수술 후 고통을 쌩으로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척추 바늘 정리해주고 수액에 무통 연결해서 새로 맞기시작함.
몇 시간 지나니 살거같았다. 여전히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참을 수 있을만큼의 고통이었다
<수술 후 셋째날>
이날은 통증이 그나마 줄어들은 느낌. 그래도 침대에서 혼자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ㅠ
처음으로 혼자 화장실을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입맛이 돌기 시작 ㅎㅎ
수액을 계속 맞고 있어서 모유 수유를 할 수 없었는데 가슴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셋째날이면 이미 수액을 다 떼어버리고 모유수유도 하고있는 상태. 기운내려고 계속 운동하고 결국 오후에 수액바늘 다 뗐다.
그리고 저녁에 처음으로 모유수유하러 갔다! 드디어 아가를 창밖으로 보는 것이 아닌 내손으로 안아서 볼 수 있었다 ㅠㅠ
수술 당일 그리고 삼일 정도 지나고 나면 너무 힘든 고통은 사라지지만 일주일간은 걸을때도 허리를 펼 수 없고 일단 모든 물건이 손닿는 곳에 있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어요ㅠ 자연분만, 제왕절개 둘다 힘들고 장단점이 있겠지요ㅠㅠ 세상의 모든 엄마는 위대하단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같은 겁쟁이도 개복수술을 하고 이제 아가를 돌보고 있답니다.. 모두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