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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엉망이야

1월 |2019.04.08 04:36
조회 124 |추천 1
두서없이 짐을 쌌다
와중에 소리가 넘어가면 깰까 싶어 조심
멍한 얼굴로
서랍을 열어 하나씩
필요한건 챙기고 남이 보지 않았으면 하는건
죄다 찢어버렸다
찢은건 저 멀리 내다 버려야지
미안해라고 한건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뜻이다
방바닥에 아직 지워지지않은 자국
고양이는 다섯시간 전부터 나를 경계한다
소리질러서 미안해
너에게 소리지른건 아니야
너도 봤잖아 네가 무서워하는 내 아빠
놀라게 해서 미안해
반려동물은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느낀다던데
나는 너무 괴로워
이겨낼 수 있을 줄 알았거든
회사 그만두고 잠도 충분히 자고
일부러 일어나서 기분 좋은 척 해보고
밥도 꾸역 꾸역 챙겨먹으면서
보통의 상태를 유지하고자 아주 힘썼어
그 언젠가의 나는
마치 요정들이 진짜 나라는 사람을 어디 숨겨두고
여기의 나는 통나무가 된것만 같았다
나는 여기 있는데 내가 여기 없었다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전에 또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만들면
내가 무사할 줄 알았다
생각이 너무 많았고
머릿속이 글자들로 가득채워져 어지러웠다
어떤때는 그 모든 것들이 빠르게 정리되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는데
스트레스를 마주하면
왜 자꾸만 손이 떨리고
정신이 반쯤 나가는 것 같다
그때부터 다시 시작이다
힘겹게 돌려놓았던 모든 것이
파도가 삼켜버린 모래성처럼 사라지는걸
왜 나를 나는 왜
무기력함에서 헤어나오려고 정말로 노력했다
이렇게 무기력한 나인데도
감사하게도 주변 사람들은 나를 너무 좋게 봐준다
인기많고 학력도 좋고 솜씨도 좋고
못하는게 대체 뭐냐고 말을 많이 한다
나는 너무도 부족한데.....
객관적으로 보면 열심히 살아온 이력같긴하다
한동안 고민하고 공부해서 길을 정하고
나 이제 하고싶은것도 말할 수 있다고
신이나서....어린애처럼...
된통 혼이 났다
정신까지 사라졌다
나는 어쩌다 살아있는 사람일뿐
더 이상 안타까운 무언가를 겪고싶지 않다
어째서 똑부러지고 활기 넘치는 나에서
이토록 어두운 사람이 될 수 있는거지
열일곱 열여덟
그래 그 때 제대로 삼켰어야 하는데
바보처럼 끌려가지 말았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대학시절 내 논문을 맡아주신 교수님은
내가 대학원에 가지 않아 실망이 크셨겠지
사실은요 저
대학원 입학하면 자취를 해야하는데
자취하면 자살할것같았어요 정말로
자취하면
아무도 없잖아요 의무적으로 얼굴 보는 사람이
혼자있는게 편했지만
일부러 사랑하는 동생과 고양이가 있는 집에서 있으려고
나한테 도움이 되니까
그런식으로라도 한번 살아보고 싶었어요 그땐
그런데요 방이 막 좁아져요
벽이 밀려와서
숨이 너무 막혀요
죄송해요 교수님
믿어주시고 많이 예뻐해주셨는데

매일 혼자 울고
한 두달 잘 버텨오다가
결국 또 무너지고
추천수1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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