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때가 온 것 같다. 물론 포퓰리즘 정권의 정책과 대출의 힘으로 작지만 작은 아파트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인생 첫 아파트 생활인데 너무너무 기대되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쓰레기는 어떻게 버려야하지? 관리비는 얼마나 나올까? 층간소음 문제는 없을까?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308호! 이제 나의 집으로 입주한다. 깨끗하게 청소 후 비닐과 각종 쓰레기를 들고 관리실에서 쓰레기 버리는 방법을 배우고 관리비는 자동결제 등록하면 할인해준다니깐 당장 등록!
'별 거 없었네 역시. 아파트 사는 이유가 있었구만 다들!'
안방, 작은방, 욕실, 거실 청소 후 기진맥진해서 침대도 없는 바닥에 누웠다. 금세 잠들 줄 알았는데 어색함 탓인 지 눈은 말똥말똥 했다, 바닥에 귀 한 쪽을 붙인 체로 멍 때리기 시작.
사각사각, 스르륵 바닥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린다. 바퀴벌레가 걸어가는 소리인가 파이프에 물이 흐르는 소리인가 오만 상상을 했지만 잠들기에 방해될 정도의 소음이 아니었기 때문에 금방 깊이 잠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귀를 대고있는 바닥이 아닌 천장에서 쿵쿵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도대체 몇 시인데 이렇게 시끄러운가?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층간소음? 처음 겪어보니 왜 싸우는지 바로 이해가 된다. 첫 날이니깐 참고 다시 잠을 청하려고 했는데 소음이 끝이 나질 않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딩동딩동’
새벽에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려니 나도 조금은 미안한 맘이 생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미리미리 해결을 해놔야 뉴스에 나오는 사연처럼 싸우거나 서로 죽이는 일까지 생기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맘을 굳게 먹었다.
“저기요. 새벽에 너무 시끄러워서 이렇게 잠이 깨서 올라왔습니다. 좀 조용히 해주세요”
“Oh I`m sorry”
금발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키 큰 외국인이 나와 사과를 했다. 그는 나의 한국말을 다 이해한 듯 싶었지만 사과를 할 때는 영어로 했다. 어쨌든 사과를 받았으니 다시 방으로 돌아와 한결 조용해진 방에서 다시 잠을 청했다.
“쿵쿵쿵, 계십니까?”
아이고, 새벽에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아침부터 또 누군가 집으로 찾아왔다. 문을 열고 나갔더니 경비아저씨와 경찰 두 분이 문 앞에 서있었다.
“이거 보세요. 이사온 지 한 달 가까이 됐는데 짐도 아직 정리 안했고 집도 엉망이죠?”
“안녕하십니까 서부경찰서 형사입니다. 신고가 들어와서 집을 좀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경찰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형사는 방으로 들이닥쳤다. 나는 아직 비몽사몽인 상태로 상황을 파악중이었다.
'경찰은 왜 갑자기 온 거고 그보다 이사온 지 한달이 다 되었다고?'
이 경비 아저씨가 사람을 착각하고 집도 잘못 찾아온 게 분명하다.
“저···.. 형사님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을 착각하신 것 같은데 저는 어제 이사를 와서 아직 좀도 못 풀고 이제부터 정리를 하려고 하는데요”
“무슨 소리야 총각! 자네가 이사온 지 3주가 훨씬 지났어. 그리고 새벽마다 왜 자꾸 그렇게 빈 집에서 난리를 치는거야? 내가 무서워서 며 칠 지켜만 보다가 신고했는데!”
‘아······이 아저씨 무슨말을 하는거야 진짜’
“뭔가 착각하신 거 같은데 저 308호고 어제 이삿짐 넣고 이제 겨우 하루 지났습니다.”
“아 이 사람아! 308호인거 나도 잘 알고 3주 하고 3일전에 이사하고 그날부터 매일 새벽마다 408호 올라가서 난리쳤잖아”
“일단 신고가 들어왔고 수상한 점이 있으니 서에가서 확인해보시죠”
무슨일인지 여전히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순순히 협조하고 경찰서까지 따라가서 CCTV 확인을 위해 앉았다.
‘아니! 뭐야 저건 나잖아?’
“이것봐요! 지금 3주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새벽 3시 20분 경에 윗집에 올라가서 혼잣말하고 이상하 손짓하다가 내려오잖아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세요? 혹시 몽유병 진단을 받으신 적 있으신가요?”
“아니요. 저도 지금 당황스럽니다. 무슨 상황인지······.”
아무리 눈을 씻고 확인해도 화면 속 사람은 내가 맞았다. 아무도 없는 허공에 말을 하고 인사를 하는 것 처럼 허리를 숙이고 다시 집으로 내려오는 일을 3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CCTV에 찍혔다.
난 살면서 몽유병을 경험해본 적도 없다. 아니 셜령 몽유병이 생겼다고 해도 3주 전에 이사를 온 것은 무엇이고 CCTV에 찍힌 내 모습에 혼란스러웠다.
“일단 본인이 기억을 하지 못하고 피해자나 피해물품도 없고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아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셔도 좋지만 병원을 가서 확인해보시고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주의해주십쇼.”
“네······.알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계속 생각했다. 새벽에 계속 들린 소음은 무엇이며, 내가 만난 외국인은 누구이고, 내가 이사온 지 3주나 되었다는 증거나 나오니 조금 소름이 돋았다.
그렇게 의문을 풀지 못하고 다시 새벽이 되었다. 걱정되어 잠들 지 못한 것도 있지만 혹시나 또 소음이 들리면 다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쿵쿵 쿵쿵쿵”
예상대로 오늘도 소음이 들렸다. 겁이 났지만 그래도 내가 이상한 건지 확인해보기 위해 바로 뛰어올라갔다. 초인종을 누르고 혹시나 있을 공격에 바로 피할 수 있도록 자세를 낮추고 그 외국인이 나오길 기다렸다.
곧바로 문이 열리고 이상한 물체가 아니 생명체가 걸어나왔다. 사람인지 동물인지도 알 수 없는 형체에 무척이나 놀랐지만 곧바로 따라 나오는 외국인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들 누구십니끼! Who are you?”
“미안합니다. 우리의 실수입니다. 제가 다 해결해드리겠습니다.”
“뭐야 한국말 할 줄 알아? 그리고 무슨 말이야 뭐가 실수고 뭘 해결한다는 말이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기억을 지웠어야 하는데 실수했습니다. 지금 바로 처리해드리겠
습니다.”
'뭐? 기억을 지워?'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무슨말이지 그리고 거기있는 이상한 생물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내 상황을 알고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무언가 안심이 되었고 다리에 힘이 살짝 풀렸다.
드디어 새로운 집에서 맞는 첫 아침이다. 설레는 맘에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고, 침대도 없이 맨 바닥에서 잠들었지만 뭔가 개운한 느낌이 있어 상쾌한 아침이었다. 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위해 아파트를 나서며 경비 아저씨께 인사도 나눴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308호 새로 이사 온 사람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이고 젊은 총각이 혼자 이사왔구만. 볼일 보고 경비실 잠깐 들러요. 주차등록이나 인적사항 좀 적게.”
“네 알았습니다.”
경비 아저씨의 첫 인상이 인자하시고 든든하다. 앞으로 새집에서의 생활이 기대가 된다.
-새벽 3시 408호-
“이제 걔네들한테 발소리 좀 조심하라고 해. 지구중력에 적응할 때도 됐잖아? 한국은 층간소음에 매우 민감한 나라야. 겨우 이런일로 또 기억을 지우는 일을 할거야? 걔네들한테 슬리퍼 신으라고 하고 뒷꿈치들고 다니게 하라고 시켜! 우리 NASA에서 기억 지워달라고 애걸복걸 하는 일 없도록 해”
“네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걔네들은 뒷꿈치가 없습니다."
"이 새끼가 말장난하나?"
"죄송합니다!"
-외계인에게 기억이 지워지는 일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