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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나의 먹는 일기 (2가지)

내가한번먹... |2019.04.24 10:55
조회 23,597 |추천 67


안녕하세요.저는 멀리 유럽 사는 사회인 입니다.먹는걸 좋아해서 요리도 종종 하는데 유학생활이 길어지다보니 사진이 쌓여서 다시 왔어요.이번 일기는 처음과 요즘에 대한 일기예요.지루할 수 있는 제 '한 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거예요.
사진 촤롸롹~







 1. 그래도 일단 밥은 먹어야지.

생활력이 0에 수렴 하던 대략 7년 전 저의 식사 입니다. 

껍질 벗기기 귀찮고 잘라 먹기도 귀찮아서 산 스낵 당근, 

친구가 준 초콜렛, 친구가 준 차, 친구가 먹다 남은 포도, 친구에게 빌린 접시와 컵...

당시 별 생각 없이 찍은 사진 이었지만 이 사진을 계기로 먹는 일기가 시작되었어요.






유학과 함께 시작된 독립 ‘생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어요.

돌이켜보면 모든 처음이 그러하듯 한 없이 미숙하고 모든게 서툴렀어요.  

독립 ‘생활’은 내 각오 보다 더 크고 많은 것들을 숨기고 있었어요.

 

이곳에 도착한 첫 날, 공항에서 제 캐리어만 싣고 출발 해버린 기차의 꽁무니를 바라보며 

제 유학 생활이 결코 지루하지 않을거란걸 알았어요. 

사기에 가까운 부동산 계약, 많은 양의 식재료를 샀다가 먹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남은 음식물의 고약한 냄새,


버리고 싶을 때 버릴 수 없는 쓰레기와 달 마다 바뀌는 분리리수거 일, 잦은 히터 고장, 엄청 무거운 쌀과 생수


공용 전자렌지에서 폭발한 내 첫 토마토스파게티, 정들 때 쯤 사라지는 학생카드와 교통카드 그리고 자전거, 


일관성 없는 날씨 따라 같이 널 뛰는 기분, 과제와 시험에 치이는 날들 끝에도 날 반기던 설거지와 빨래, 좀 처


럼 늘지않는..어떤 날은 감퇴 하는 것만 같은 언어실력, 건조한 날씨 덕에 매일 쌓이기만하고 사라지는 법이 


없는 먼지들, 365일 털갈이 하듯 빠지는 내 머리카락, 학창시절 벌 받을 때나 하던 화장실 청소라는 신세계, 


물을 줘도 안줘도 죽어만가던 내 가여운 애완 선인장들, 틈틈이 했던 알바와 가깝다 생각했던 친구와 교수들


에게서 간간히 풍기던 엷은 인종차별의 냄새, 스트레스 쌓인다고 달고 살던 초콜릿과 아이스크림, 말도 안되


게 실패를 거듭하던 삶은 계란, 전구 갈 때마다 사다리 위에서 드는 무서운 상상들...


그래도 잘 헤어졌다 생각하며 지내오던 어느 날, 혹시나 누가 들을까 세탁기 소음 뒤에서 펑펑 울었던 아침. 


뭐가 서러운지 이유도 모르는데 눈물이 나던 퇴근길, 이삿짐을 혼자 싸고 또 풀고 또 싸고 풀고..익숙해질 때 


쯤 다시 생기는 떠나야하는 이유, 머물 곳을 찾고 돈 걱정을 하고, 길을 몰라도 걸어야하는 아침을 보내고 넘


어진 곳에 멈춰서 사라지고싶던 밤도 보내고. 내 부족함을 억지로 확인해야했던 수 많은 불안의 날들이 7년 


차 유학의 덤 처럼 있었어요. 


한국을 떠나올 때 가족들도 저도 울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제 독립생활에 이렇게 자잘하고 소소한 어려움이 발을 딛는 골목 마다 있을거라 생각지 못했어요.

남들은 당연히 견디는 일들이 나에겐 꽤나 노력을 해야하는 일이라는게..

이런 저런 날들을 지내며 아마 2년 쯤 지났을 무렵,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어요. 

가끔 떠나는 여행 같이 한 번에 몰아주는 위로 이런거 말고, 매일 짧게라도 나를 돌볼 수 있는 그런 시간.

제가 찾은 방법은 ‘먹고 싶은 음식을 내 입맛에 맞게 요리해서 먹여야지’ 였어요.

좋아하는 음식을 요리해 먹는게 생활 안에서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존중 같았거든요.  

보통 2-3일에 한 번 정도 요리를 했고 처음엔 기특해서 몇 번 찍었던 사진이 몇 년이 지나 앨범에 가득.

너무 많아진 지난 식사들을 컴퓨터에 옮기던 중 우연히 오래 전 찍었던 유학 초기 식사 사진을 보게 되었어요.

마침 같이 있던 친구와 그 음식 사진들을 보며 그 때 있었던 일 또한 추억하며 재밌게 이야기 했어요. 

그 친구의  권유로 며칠을 망설이다 글을 올린게 먹는 일기의 시작이에요. 





그리고 대충 이어지던 이런 날들이 있었어요. (대략 7-6년 전) 


 

그러다 어느 날은 계란말이를 처음으로 성공하기도 해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 요즘의 내가 있어요. 






2, Lev.3.5 오이소박이

얼마 전 주말엔 오이소박이를 만들었어요.

3년 째 날씨가 더워질 때 즈음 오이소박이를 해요.

오늘은 마음이 급해 덜익은 오이소박이를 먹었지만..조금만 지나면

 이렇게 맛있어질테니 하루 더 기다려요. 

마음 먹으면 오이소박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니..

제 생활력이 레벨 3.5는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사실 독립 ‘생활’은 더 많은 것들을 숨기고 있었어요.

공항에서 캐리어를 잃어버리고 멍하게 다음 기차를 탔던 저에게 상황을 다 보고 계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말


을 걸었어요. 밥은 먹었냐며 괜찮다는 저에게 빵과 콜라를 사다 주셨어요. 당시에는 콜라를 안 좋아했지만 그


날은 뭐든 먹고 힘을 내야 할 것 같았어요. ‘캐리어를 잃어버렸으니 새 옷을 실컷 살 수 있겠구나!’ 라며 껄


껄 웃으시던 할아버지는 은발의 요정이었어요. 굼뜬 주인 덕에 홀로 기차여행을 시작한 제 캐리어는 은발


요정과 캐리어를 실은 기차 안에서 상황을 지켜봤던 친절한 승객 분의 도움으로 저에게 올 수 있었어요. 

시작은 사기스런 부동산 덕분에 기숙사는 커녕 쓰러져가는 3층 집 다락방에 살게되었지만 친구들과 함께라


외로울 틈도 없이 다양한 나라의 요리도 맛보고 배울 수 있었어요. 그 집에서 쥐, 거미, 벌, 바퀴벌레 등과


8개월 간 간헐적으로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보냈지만 아직도 걔들은 무서워요.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어디까지 지독할 수 있는지 알기에 계획적인 장보기가 가능해졌고 생활비도 절약 


할 수 있었어요. 식재료를 남기지 않고 같은 재료로도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는 능력도 덤으로 생겼어요. 


잦은 히터 고장은 전기장판이라는 개미지옥천국을 알려줬어요. 


날씨 따라 널 뛰던 기분은 사실 해가 짧은 나라에 흔한 결핍문제라 아침마다 챙겨 먹는 영양제로 간단히 해결


된 듯 해요. 지친 하루가 끝나고 쌓여있는 설거지가 얼마나 힘빠지는 일인지 알기 때문에 설거지 건조대를 없


앴고 생기는 설거지는 바로바로 끝내 찬장에 정리하는 좋은 습관이 생겼어요. 


수 많은 선인장들을 떠나 보냈지만 나는 사실 깻잎을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걸 알았죠. 


우울할 때 단 음식보다 빨래를 하는게 효과가 좋다는 것도 이제 알아요. 나는 섬유유연제 냄새 만으로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생각보다 단순한 시스템을 갖은 사람 이었어요. 


틈틈이 했던 알바는 종종 여행을 떠날 수 있게해줬고 간간히 느끼는 인종차별은  다른 문화와  생각을 접할 


때 나의 얕고 좁은 시각, 혹은 나도 모르게 갖고 있는 출처도 불확실한 편견들에 대해 의심해 볼 기회를 만들


어줬어요. 결과적으로 더 예민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려 노력하게되요. 


더디지만 그렇게 나는 내가 더 넓고 더 깊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모든 부정 옆에 긍정이 있을 수는 없어요. 

삶은 계란은 아직도 실패할 때가 더 많고, 전구 바꿀 때 사다리 위에서 무서운 상상을 하는 쓸모 하나 없는 습


관도 그대로예요.  요리를 시작하곤 초콜릿, 아이스크림과도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듯 했지만...실은 아직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요. 그래도 양은 좀 줄었죠. 더이상 도둑 맞지 않기 위해 탈 때마다 앓는 소리를 내는 


자전거를 매일 달래가며 타고 다녀요. 이정도 몰골의 자전거라면 자물쇠를 하지 않아도 누구도 가져가지 않


을거라 확신해요. 화장실 청소는 점점 더 싫지만 적어도 어떤 브랜드 세제가 좋은지 정도는 알아요. 


어쩌다 잃어버렸는지도 모르는 내 학생카드와 버스카드, 어쩌다 잃어버렸는지 기억도 안나는 내 오랜 


사람도 이제는 재발급이 불가능 해졌어요. 하지만 이제 재발급 할 필요도 없어졌다는게 참 다행이에요. 


불안과 긴장은 병인지 친구인지 옆에 붙어 떨어질 생각을 않아요. 아마도 우린 평생 같이 갈 거에요. 




지금의 생활은 제가 만든 오이소박이와 어딘가 닿아있어요.

아마도 한국 브랜드로 추정되는 고춧가루를 제외하곤 인도 새우젓, 중국 부추, 유럽 오이와 각종 유럽 나라에


서 구한 조미료들. 그 중 무엇 하나 딱히 이거다 싶은것도 익숙한 것도 없죠.

그냥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내가 좋아하는 맛을 만들어가요.

그러면 적어도 이 맛은 내꺼다 싶은 때가 종종(요즘엔 꽤나 자주) 있어요. 



뭐든 어색하기만 했던 날들을 지나 ...


 

 

 

 

 

 

 

 

 

 


...이제는 어쩌면 내 생활을 하는것 같은 날들이 천천히 늘어가고 있어요. 










처음 일기를 올릴 때 333일의 먹는 일기를 쓰겠다고 계획했어요.

별 이유는 없고....제가 숫자 3을 참 좋아하거든요.

44개의 요리를 4번, 33개의 요리를 3번, 22개의 요리를 2번 그리고 11개의 요리를 1번

제 독립 생활 음식 사진 중 가장 오래된 식사와 가장 최근의 한 끼에 대한 일기 1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시피를 하나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해왔어요.

지금까지 먹는 일기들 중 알고 싶었던 레시피를 댓글로 남겨주시면 그 중 하나의 레시피를 공유

하며 총 333일의 먹는 일기를 끝내 보려 해요.

생각 보다 이른 마지막 일기를 올리게 되어 좀 섭섭 하기도 하지만

꽤나 열심히 먹고 살았다는거니 뿌듯 하기도 해요.





조금은 두서 없이 끄적끄적 엄청나게 긴 글 읽느라 수고가 많았어요.

다음엔 레시피를 들고 올게요.








내 먹는 일기 봐줘서 오늘은 '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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