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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의 만남, 3번의 바람, 2번의 환승

ㄷㄹㅇ |2019.06.08 13:54
조회 1,093 |추천 0
무슨 이유로 이 글을 쓰게 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병신같았던 연애의 과정과 지속중인 이 관계에 대해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습니다.

저와 그 사람은 같은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연수원에서 만났죠. 결혼과 연애에 대한 생각을 물으며 맞은 편에서 저를 보는 호기심과 불안, 기대가 섞인 눈빛에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정확히는 아 이사람을 많이 사랑하게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죠.

잘 맞았습니다. 직업도 취향도 웃음 코드도 좋아하는 음악도 속궁합도 모든 게 잘 맞았어요. 함께하면 즐겁고 행복하고, 이토록 많은 사랑의 감정이 내 안에 들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이 사랑했습니다.

3개월 정도 지나 처음 바람을 피우더군요. 같은 근무지에 있던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 종종 생기더니 친구에게 농락당한 채 썸이 끝나버렸다라고 이야기한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항상 바람의 대상과 이미 관계가 끝날 때쯤 항상 알게 됐네요. 그게 그 사람을 다시 용서한 원인이 됐을지..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제가 그 사실을 알았다는 걸 알자마자 뛰쳐나가 도망가려고 하는 그 사람을 제가 잡았습니다. 용서할 수 있다. 그냥 깨끗히 정리하고 나한테만 잘해라. 그때 제가 병신같아서 그랬다기보다 오히려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런 병신같은 놈보다 훨씬 나를 사랑하게 만들 자신요.

행복하게 1년 넘게 지냈습니다. 점점 나를 사랑하고 내게 의지하는 모습에 앙금이 사라져갔습니다. 그렇게 만난 지 1년 8개월쯤 지났을 때 다시 징후가 보였습니다. 또 같은 패턴...같은 직장 안의 어떤 남자가 자기랑 비슷한 노래를 좋아한다, 같이 밤에 운동을 하기로 했다. 불안하고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이미 그녀를 떼놓고 제 인생을 생각하기 힘들 만큼 사랑하는 상황에 어떻게 이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는가.
불안과 의심으로 미쳐가던 날 중 회식 자리에서 아무리 객관적으로 이해해보려 해도 말이 안되는, 내가 받아서는 안될 대우와 언사들을 감내하며 심하게 술을 마신 어떤 날에 그녀가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만취 상태로 그녀의 집을 향했고 고속도로에서 화물차를 들이받았습니다. 폐차, 면허 취소, 직장 내 징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벌금을 냈습니다. 버스를 타고 두달 정도 더 만나다가 결국 이별을 통보받았습니다.
헤어졌다는 사실 자체보다 환승인가?라는 의심이 더 힘들다는 게 이상하게 생각되더군요. 몇 달이 지나 다시 연락이 왔고, 이미 상당히 비뚤어진 저는 잠자리나 실컷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녀를 집으로 들였습니다. 그러다 알게 됐죠. 결국 그 남자로 환승했고 그마저도 관계가 위태해지자 다시 나를 찾았다는 걸.
더 좋았습니다. 사귀지 않고, 원할 때만 불러 실컷 섹스만 해도 일말의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상대를 얻었으니까요. 너무 즐거웠습니다. 상대의 죄책감을 이용해 하고 싶은 모든 행위를 했으니까요.
그러다 지치면 떨어져 나가겠거니 생각했는데, 그 시간이 반년을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재회 절대 없다고 선을 이미 수십번 그었는데 그 긴 시간을 설득하고 믿어달라고 이제는 달라지겠다고 하더군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왜냐면 아무렇게나 행동하기 위해 절대로 자신을 믿으라는 말을 하지 않는 친구였거든요. 후일이 어떻게 되든 적어도 그 시간에 그 친구의 마음이 백프로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지금도 그걸 의심하진 않습니다.

다시 만나게 됐죠. 그게 처음 그 사람을 만난지 딱 2년째 되는 달이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행복했어요. 서로에게 서로가 왜 함께여야 하는지 서로 정확히 이해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적합한 사랑의 상대이자 동지, 동료였습니다. 그렇게 1년 정도가 지나고 프로포즈를 했고, 작지만 신혼집으로 할 만한 집을 전세대출로 마련했습니다. 모아둔 돈은 하나도 없었고 오히려 빚은 좀 많았지만 가능하다고 믿었습니다. 둘다 직업은 좋았고 모든 걸 마련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서서히 결혼을 준비해가려던 차, 프로포즈 4개월 뒤에 두번째 음주 운전을 했습니다. 내심 첫번째 음주는 그녀에게, 또 직장에서의 가혹한 일들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던 어느 날 아침, 주머니에 단속 결과 용지가 있다는 걸 느낌만으로도 확신할 수 있었던 날에 알게 됐습니다. 아 그냥 내가 잘못된 인간이었구나.

없이 살았지만 노력없이도 공부를 잘했고, 판단력, 말재주, 인간성 모두 스스로에게 한점 의심없이 만족하며 살았습니다. 가난한 집도 오히려 전리품 중의 하나쯤으로 여겼죠. 난 문제집 살 돈도 없어서 쓰레기장에서 버린 걸 주워다 세번 네번씩 풀어서도 수능 1-1-1-2 등급이 나왔다. 매일 술만 쳐먹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너희들이 아직도 붙지 못하는 시험에 과 1등으로 합격했다. 고 말하는 것이 인생의 큰 기쁨 중에 하나였습니다.

근데 그날 몇시간을 혼자 울면서 알았어요. 아 그냥 내가 잘못된 새끼였네. 어떻게 하지 이걸? 어떻게 해야되지. 5일을 아무것도 못 먹었습니다. 그녀에게 말도 못하고 먼저 놓아주어야 하나 생각하면서 하루만 더 보자, 한번만 더 만나자 생각했습니다. 도저히 놓을 수가 없었어요. 상황이 안좋아지면 질수록, 절박함이 짙어지면 질수록 더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또 같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이번엔 잘하면 파면까지 될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 사람...나는 도저히 너를 놓지 못하겠다고 제게 말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끝나야 하는 사이는 아닌 것 같다고.
세상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아 정말 할 수 있겠다. 그 사람이 모든 날 많은 시간동안 행복을 느끼는 것만을 목표로 살 수 있겠다. 드디어 내게 누구에게나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절대로 그녀를 놓지 못할,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용서할 수 있는 이유가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물론 힘들어했습니다. 많이 울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미어지고 저도 처음으로 인생이 막막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함께였어요. 차를 처분하는 날도, 그 사람 차로 멀리 여행을 떠난 날도, 맛있는걸 먹고 사소한 이유로 싸우던 날에도 함께였어요.

그렇게 3개월쯤. 연락이 뜸해지고 누군가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왔습니다. 사실 느낌은 그냥 사실이었죠. 왜냐하면 모를 수가 없었거든요. 그 사람이 눈을 감았다 뜨는 속도만 봐도 어디에서 누구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어요. 잠자리에서 내는 소리로도 다른 사람의 존재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식으로 끝나야 하는가. 어째서 다른 사람의 더러운 손으로 우리가 찢어져야만 하는가가 인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미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냥 사실만이라도 네 입으로 말해달라고 빌었습니다. 다 아니까 제발 네 입으로 말해달라고.
오열을 하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걸 보고 또 믿었습니다. 저게 연기라면 저 사람은 정말 정상이 아니다. 싸이코패스다. 이건 내가 믿어야 하는거다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헤어져야 했습니다. 우리에게 더이상 신뢰도 미래도 없었고, 해결해야하는 수많은 짐을 안고 함께 들어달라고 부탁할 수 없었습니다.

헤어지고도 가끔 연락을 했어요. 누군가를 새로 만났던 것 같기는 한데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상처받고, 힘들어하며 인생에 자신 자체를 잃어가는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는 없었어요. 적어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너를 버리지 않을 사람이, 네 아버지보다 더 너를 사랑하는 타인이 이 세상에 한 명은 존재한다는 걸 믿게 해주고 싶었어요. 또 저는 혼자 있으면 정말 강해지는 사람이거든요. 어떤 문제라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고 우울에 빠지지 않고 오늘을 살고 감사한걸 찾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저는. 그래서 내가 조금 더 빨리 괜찮아졌으니까. 원인이 누구에게 있든 그런 것 상관없이 그 사람 지금 힘들고 나는 그 사람 도와줄 만큼의 힘은 남아있으니까 많이 힘들 땐 우리 집에서 쉬어 가고, 맛있는 것 만들어주고, 회복하길 바랐습니다.

그렇게 그 해가 저문 뒤 저는 징계로 전보 조치됐고 오히려 떠나온 시골에서 근무하며 심신의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그녀는 점점 더 힘들어했어요. 우울증 약을 먹고 때때로 자살을 이야기했습니다.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어쨌든 원인이 제게도, 또 저를 떠나 만났을 누군가에게도 있다고 믿었습니다. 돕고 싶었어요. 정말 너무 많이 힘들어보일 때는 만났습니다.

그러다가 알게 됐네요. 제게는 별 과실조차 없었다는 걸. 그녀는 저와 헤어지기 전 이미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시작했고 그 사람은 또 같은 근무지에 있는 옆책상 사람이었다는 걸. 도저히 그 사람까지 의심할 수는 없었던 너무도 완벽해보이는 그가 그녀의 가슴을 찢어발겼다는 걸.

도저히 그 사람까지 용의선상에 넣을 수는 없었어요.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거든요.
기분이 이상해요. 제가 핸드폰을 뒤져 그 사실을 알아냈다는 걸 알고 오열하면서 저희집을 뛰쳐나가려던 그녀를 제가 붙잡았습니다. 안고 계속 이야기했어요. 니 잘못이지만 네가 죽어야되는 잘못은 아니다. 잘못된 행동이지만 원인은 그 사람에게 있다. 너는 잘못이 없다. 그런 일은 그냥 마음이 여린 사람에게 일어나곤 하는 일이다. 라고 말했어요. 그녀는 오히려 저를 원망했고 저는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근데 그렇게 많이 화나지는 않았어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버릇없이 군다고 주인이 그 고양이를 정말로 미워하지는 않잖아요. 그냥 너무 약해보이는 그 사람이 불쌍했고 그 사람을 이용한 그새끼를 정말로 칼로 찔러 죽이고 싶다는 생각만 드네요.

저는 그녀를 다시 만날 생각이 없습니다. 이따금 위로를 빙자로 만났다가도 한번씩 잠자리 갖는 즐거움 정도만 있고 그냥 엉덩이를 만져도 되는 여자 사람 친구같은 느낌입니다. 다만 너무 오랫동안 그녀를 사랑해서 도저히 그 아픔을 외면할 수가 없어요. 모든 걸 다 가진 유부남새끼가 그 멀건 얼굴로 그녀를 복날에 강아지 잡기 전 마냥 트럭에 매달고 질질 끌고 다녔다는 사실만이 가슴을 찢어놓는 것 같아요. 가슴이 너무 아픈데 이미 일어난 일이라 무를 수도 없고, 지금 둘 사이는 어렵게 어렵게 오랜 시간과 지지부진한 과정과 감정 소모를 거쳐 일단락 된 것 같기는 한데 그새끼한테 카톡 하나만 오면 이 친구는 또 거기에 끌려나가게 될거고, 그러면서 정말로 회복할 수 없는 처절한 지경에까지 이를 게 너무나도 뻔해서 그 일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든 생각뿐입니다.

그래서 상황을 정리해서, 절대로 무시하지 못할, 그새끼가 두려워하는 모든 것을 담은 협박의 글을 메모장에 써두고 10번쯤 돌려 읽고 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술기운이 완전히 사라지고 좋은 날씨에 직장에서 근무를 하다가 완벽히 이성적인 상태로 판단해서 전송 버튼을 누르려구요.

근데 이상한 위화감 같은 것이 사라지질 않습니다. 이제는 엔돌핀이 과다 분비돼서 오히려 쾌감이 느껴질 정도로 심하게 쳐맞은 느낌?같기도 하고
그냥 지금 정신적으로 많이 회복도 되고 그 친구한테 미련도 없어서 순수하게 내가 그 친구를 위해줄 수 있는 상황인 것도 같고
그냥 이런 상황에서조차 내가 이걸 도움으로써 뭔가 정신적 우월감을 느끼려고 하는 구원자 컴플렉스 같은게 있는 인간인가 싶기도 하구요

모르겠어요. 이걸 지금 누구한테 왜 말하고 있는 건줄도 모르겠는데 혹시 저희 상황을 보고 뭔가 명쾌한 분석이나 해답을 주실 수 있으시면 부탁드리고 싶어요. 아니 그냥 아무 말이라도 떠오르는 대로 해주시면 좋겠어요. 부탁드릴게요. 몇 일만 올려두고 글은 지우려구요. 그 사람이 보면 바로 자기 얘기인 걸 알 거예요. 어떤 일로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내 딸같기도 한 여린 이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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