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송이님!
미강님!
파랑새님!
답글감사합니다.
일요일이에요.
휴일 잘 보내세요!
그리고 키위도 앞으로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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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중딩과 비교되는 모습으로 수련생활의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한 마디로 처참할 정로로 엉망이었다.
수암도 나리 때문인지 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때문인지 단 둘이 있어도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마음을 달래볼까 주리와 통화를 하고 싶었지만 핸드폰도 없어서 공중전화를 찾아 나갔다.
고급 주택가라 전화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날이 무지 덥네. 이제 여름이 오는 건가?’
“어이, 주리 잘 지냈어?”
- 핸드폰은 아직도 없는 거야?
“없는 게 편해. 별 일 없어?”
- 멀대 여자친구, 그 여자 이름이 뭐더라?”
“주연이?”
‘그 애 얘기는 듣기 싫은데.’
- 그래 주연이. 그 남자친구 죽었다더라. 얼마 전에 정우랑 같이 갔다 왔어.
“정우랑은 잘 지내나봐?”
- 어머, 듣고도 별로 놀라지도 않네. 어디서 들었어?
“아니. 그럴 줄 알았어.”
- 그래?
내 능력을 알고 있던 주리도 약간은 놀란 모양이었다.
다시금 이곳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이 곳.
“주연이는 괜찮아 보였어? 충격이 심했을 텐데.”
- 충격은 무슨. 남자 친구 죽자마자 멀대한테 사귀자고 했단다. 웃기지 않니? 남자 친구 자랑 늘어놓던 게 얼마나 됐다고. 정우도 여자는 원래 저런 거냐고 놀라더라.
“그럼 둘이 지금 사귀는 거야?”
묻고 싶지 않았지만 말이 나와 버렸다.
질문을 던져 놓고도 대답을 듣기가 무서웠다.
- 너 같으면 무서워서 사귀겠니? 죽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대? 멀대도 정 떨었졌다는 반응이었지. 그 뒤로 연락도 안하고 지낸다고 하던데. 그렇게 안보이던데 정말 웃긴 여자애 아니니?
“원래 멀대를 좋아했었나부지.”
- 네가 왜 그 여자애를 감싸고돌아? 그나저나 멀대가 너랑 통화하고 싶어 난리던데.
“나를?”
- 멀대한테 하루에 두 번은 전화 온다. 너한테 연락 없었냐고. 정말 너 좋아하는 것 같은데 만나줘. 그만하면 괜찮잖아.
‘네가 수암 오빠를 못 봐서 하는 소리지.’
“아직 모르겠어.”
- 완전 정리한 건 아니지?
“글쎄.”
정리를 하지 못한 것이 맞았다.
힘들 때면 멀대가 생각나곤 했으니까.
우리의 수다는 그 후에도 계속 되었다.
정우 자랑이 거의 대부분이었지만 우울함이 조금씩 달아나고 있었다.
- 금방 방학하니까 그때 집으로 놀러갈게.
“방학해?”
- 다음 주 중에.
“그래. 한번 와.”
통화는 준비한 동전 스무 개를 전화통이 다 먹을 때까지 계속 되었다.
‘멀대가 나를 보고 싶어 한다고? 지금쯤이면 마음 정리가 됐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멀대가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의 눈빛이 너무나 선명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우리 인연은 이제 끝났다는 생각은 너무나 확고했다.
갑자기 몸이 덥게 느껴졌다.
멀대를 만나고서 처음으로 계절이 바뀌고 있었다.
대문안으로 들어가자 무슨 구경이 났는지 모든 수련생들이 몰려 있었다.
‘무슨 일이야?’
“혜림아! 누가 찾아왔어.”
영민씨가 말을 해주었다.
“누가 찾아와요?”
그 모여든 사람들 중에 삐죽 삐져나온 것이 있었다.
‘멀대? 진짜 머리위에 머리를 얹은 꼴이군.’
사람들은 멀대를 동물원 원숭이 보듯 구경하고 있었다.
‘사람을 첨 보나? 왜들 저런대.’
멀대는 시선을 아무 곳에도 주지 않은 채 꿋꿋이 서 있었고 나를 찾아왔다는 생각에 나도 조금은 감동을 먹었는지 그런 멀대의 모습이 조금은 멋있게 느껴졌다.
‘역시 멀대는 멀리서 봐야해.’
“무슨 일이야? 여기까지.”
관객이 있으니 너무 감동한 척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쌀쌀맞게 하자니 매정하다고 욕먹을 것 같아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무감동한 듯한 중저음으로 말했다.
멀대는 인사도 없이 대뜸 뭔가를 내밀었다.
‘이건 최신형 카메라 내장형 핸드폰? 나에게 주는 멀대의 선물인가?’
생전 처음 남자에게 값비싼 선물을 받아본지라 어리벙벙해졌다.
여태껏 남자에게 받은 선물에 무엇이 있었던가?
멀대에게 받은 숏다리와 미팅에서 만난 남자가 집에 못데려다 줘서 미안하다며 건네준 250원이 남았다는 전철 패스가 전부였다.
“웬일이니? 꼴에 남자한테 선물을 받는다.”
싸가지 중딩은 일부러 내게 들리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 세상은 요지경이지. 가끔 일어날 수 없는 있는 일이 생기는 게 세상사란다. 니들이 오늘 좋은 경험을 하는구나.’
“오빠겠지. 친척이거나.”
희멀건 여자도 이해가 힘든 모양이었다.
나이 살이나 먹고도 아직 인생을 덜 배워먹은 여자였다.
“참 언니도. 저런 키꺽다리가 난장이랑 오빠겠어요? 남자는 참 깔끔하게 생겼는데 들으면 기분 나쁘겠다.”
‘헉. 난장이?’
“나 가볼께.”
“벌써 가게? 그리고 이건 웬 핸드폰이야? 나 주는 거야?”
아까의 중저음과는 달리 목소리는 공짜 선물의 기쁨을 한껏 담은 하이톤이었다.
너무 속 보이지만 그럼 어떠랴.
와하하하하.
“할 말은 전화로 하면 되니까 일단 간다. 나오지 마라.”
그렇게 성큼 성큼 멀대는 대문으로 사라졌다.
‘자식. 아무리 보고 싶어도 핸드폰까지 사들고 오다니. 나야 꽁짜니까 좋지만.’
사라지는 멀대의 뒷모습.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약간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그 허전함은 이미 최신 핸드폰이 채워주고 있었다.
“남자가 아깝다.”
말을 아끼던 영민씨도 한마디 거듬으로써 나를 제외한 모든 수련생들은 의견을 한 데 모은 듯했다.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나서 천천히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정말 갖고 싶었던 모델인데 어떻게 알았대?
얼마나 갖고 싶어 하던 핸드폰이던가?
사실 핸드폰을 박살 낸 이유 중 흑백액정의 핸드폰을 바꾸고 싶었던 마음이 오십 퍼센트는 넘게 작용했음을 인정해야 했다.
이미 버튼조차 잘 눌러지지 않았던 핸드폰. 한손에 들리기는 했지만 핸드폰이란 이름값을 못하고 가방에만 처박혀 있었다.
‘멀대에게 고마우니까 전화 한 통 해줘 볼까?’
번호를 누르니 번호가 저장되어 있는지 이름이 떴다.
[마린보이]
‘바다소년? 멀대는 바다를 좋아하나봐.’
몇 번의 신호음이 가고 멀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누구?
“나 혜림이.”
- 이게 니 번호냐?
‘뭔 소리래? 무심한 척 하기는.’
“왜 빨리 갔어? 차라도 한잔 하고 가지.”
- 바빠서. 바쁜데 네 이모가 전화기 갖다달라고 부탁하시잖아. 참! 네 이모에게 전화해드려. 핸드폰 잘 받았다고.
‘그럼 그렇지.’
세상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너 바쁘다고? 이만 끊을께.”
너무 화가 났다.
화는 났지만 핸드폰은 살며시 닫았다.
그 때 온 몸으로 퍼지는 진동.
집에서 온 전화네.
“어, 이모? 핸드폰 잘 받았어. 이모가 핸드폰을 다 사주고 별일이 다 생기네.”
“내가 산 거 아니야.”
“뭐 그럼 내 이름으로 할부로 산거야?”
마음 한편이 더 쓸쓸해져 왔다.
이 허탈감.
“아니. 오늘 여봉이가 핸드폰을 사왔더라.”
“뭐 여봉이가 핸드폰을 사왔더라고?”
“핸드폰은 샀는데 명의는 네 이름으로 자기가 할 수가 없다고. 바쁘다고 하는데도 억지로 끌려갔었어. 무슨 녀석이 고집이 그리 센지. 내일 해준다니까 안 된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같이 갔었어?”
“집에 네 인감증명서 있잖아. 그거 들고 갔다 왔지. 그래도 인감증명서는 내줄 수 없어서 같이 다녀오긴 했지만. 핸드폰은 여봉이가 산 거야. 근데 가입비 낼 돈은 없는가 보더라. 그건 내가 냈어. 나중에 가입비 이모 줘야돼.”
‘하하하. 그런 거였군. 귀여운 자식. 쑥스러워 말을 못했구나.’
“너 듣고 있어? 가입비 줘야한다고.”
“알았어. 준다고.”
‘이모정도 돼 가지고는 그거 하나 안 내주고. 멀대보다 못한 이모같으니라고.’
대충 전화를 마무리하고, 멀대에게 전화를 걸었다
“또 왜?”
‘무뚝뚝한 척하기는.’
“네가 전화기 사준 거라면서? 아까는 왜 말 안했어?”
“산 거 아니야. 주웠어.”
“네가 산거지?”
“안 쓸 거면 주고 쓸 거면 고맙다고 한마디만 하면 돼.”
“응. 고마워.”
쑥스러워 하는 멀대가 귀여웠다.
평범한 내용의 통화가 길어지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완전히 끊어졌다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새로운 끈이 하나 생긴 셈이었다.
영민씨의 여자친구가 집으로 방문했다.
소란스럽지 않게 일을 처리하려던 영민씨의 바램과 달리 중딩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모여 여자친구를 환대해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수암을 중심으로 우리는 수정씨를 둘러쌌다.
“영민씨에게 이렇게 예쁜 여자친구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희멀건 숙희 언니의 말은 인사말 같지 않았다.
진심어린 말이었다.
“안녕하세요?”
수정씨는 당황하는 눈치였다.
차렷 자세로 동태가 되어버린 채 눈만 껌뻑거리며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도복에 머리띠까지 한 수암과 오늘따라 유난히 퍼럭거리는 하얀 옷으로 빼입은 숙희 언니를 보고 어느 누가 놀라지 않겠는가?
“시작합시다.”
수암은 수정 언니를 산 채로 해부라도 할 기세로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뭘 시작하죠? 오빠 이게 무슨 일이야?”
정성스럽게 싼 도시락이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것으로 보아 영민씨는 그냥 자기 사는 곳에 한 번 놀러오라고 말한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이상한 종교단체의 교주 같은 사람이 나와 시작하자니 당황할 만도 했다.
“언니 긴장하지 마세요. 영민 오빠! 사진을 보여주지 그래요?”
그나마 평범한 옷차림의 내가 나서야 했다.
“그런 편이 나을 뻔 했다. 난 또 놀랄까봐 아직 말 했거든.”
영민씨는 수정씨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간단히 설명을 마쳤고 언니에게는 해가 없으며 그냥 누군지 보려는 것뿐이라고 안심을 시켰다.
수정씨는 망설이는 눈치였지만 그냥 간다고 내버려 둘 사람들도 아니었다.
“시작합니다. 긴장을 푸세요.”
수암, 숙희 언니, 나는 수정씨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정신을 모으기 시작했다.
일단은 내가 주로 보기로 했고, 내가 못보는 것이 있을 때 숙희 언니가 도와주기로 했다.
수암은 선생인만큼 일단은 참관 자격이었다.
“여기도 따라왔군요. 나이든 분이네요.”
사악한 기운도 아니었기에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역시 예전에 느낀 대로 아줌마네요.”
이제는 할아버지가 도와줄 차례였다.
아줌마가 무슨 할 말이 있어 따라다니는지 내게 알려주어야 했다.
‘도대체 이 아줌마가 누구에요?’
[감자탕...]
‘감자탕?’
[감자탕...을 먹었어...]
“그 아줌마 누구야? 뭐라고 하니?”
영민씨는 궁금함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감자탕이라고 하네요.”
사람들은 웃지도 않았다.
차라리 웃으면 좋으련만.
분위기는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어 놓은 듯 했다.
처음 수련 때부터 이런 일이 반복되자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감자탕이라구요?”
기대했던 영민씨의 표정에 실망감이 번지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나 괴로웠다.
‘나를 믿어 주었는데 미안해요.’
“그 목걸이는 뭐죠?”
숙희 언니가 끼어들었다.
내가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란 판단이 든 모양이었다.
“목걸이에서 영기가 느껴지는데요.”
“그렇더군요.”
수암도 숙희 언니를 거들고 있었다.
“이거요?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해주신 거에요.”
“어머니의 유품이라 영기가 느껴졌군요. 아마 그 아줌마는 어머니인 모양이에요. 한번 더 자세히 보도록 하죠.”
숙희 언니의 목소리에 자심감이 묻어있었다.
수암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숙희 언니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자리를 피해 일어나고 싶었다.
이미 나는 이 자리에서 무용지물이었다.
“어머니가 맞나요?”
영민씨가 숙희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는 벌써 10분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글쎄요. 영이 입을 열어 주지 않네요. 목걸이를 저에게 줘보시겠어요?”
언니는 목걸이를 받아서는 손에 쥐고 다시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도 다시 집중해보았다.
영이 수정씨를 떠나 목걸이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목걸이를 잡으려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목걸이 쪽으로 움직였어요. 어머니가 맞나봐요.”
“아니에요. 그 아줌마는 수정씨의 어머니가 아니에요.”
숙희 언니의 말을 자른 것은 나였다.
“감자탕집 아줌마에요.”
“감자탕집 아줌마?”
영민씨와 더불어 모든 사람이 놀라며 나를 쳐다보았다.
“음. 어느 날 수정씨는 감자탕을 먹었대요. 오래 전에. 그러다 너무 술에 많이 취했다고 하네요.”
할아버지가 강한 영감을 주고 있었다.
“술에 취한 수정씨와 친구들은 정신도 없었지만 돈도 없었어요. 감자탕 아줌마는 그 날 외상을 줬대요. 수정씨 학교 앞에 있는 술집이라고 하네요.”
“맞아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 잊고 있었어요.”
수정씨가 기억이 난다는 듯 말했다.
“아줌마는 외상값을 달라고 따라다닌 거래요.”
“외상값을 받기 위해서?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요?”
생각지도 않은 의외의 풀이에 수암도 꽤나 놀라는 듯했다.
“네. 맞아요. 그 아줌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얼마 전 듣기는 했는데 그 아줌마가 절 따라다닐 줄은 정말 몰랐네요.”
“삼만 칠천원이라고 하네요.”
수수께끼 같던 아줌마의 정체가 모두 밝혀지자 수암과 숙희 언니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할아버지, 나이스 짱! 너무 멋져요.’
할아버지에게 너무나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 영민씨에게 수정씨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외상값을 주러 간 가게는 아줌마가 죽고 난 후에 아들이 뒤를 이어 장사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아줌마의 솜씨를 따라갈 수 없던 아들은 매상이 오르지 않자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오래된 외상값을 갚는다며 하루에도 여러 명씩 찾아오고 있다고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아들의 위한 어머니의 사랑이 죽어서도 멈추지 않았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