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이후로 네이트 접속도 안하고 살았는데,
페이스북 통해 판얘기 종종 들어오면서
매번 현명하신 분들의 댓글들에 감동받아 오던터라
혹시 저도 조언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이곳에 글 남겨봅니다.
지난달에 늦저녁으로 간단히 반주를 먹고 카카오 택시를 불렀다가
택시기사와 다툼이 있어 경찰서까지 다녀오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말주변이 없어 내용이 좀 횡설수설 할 수 있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처음 탈 때 부터 왜 골목에서 택시를 부르느냐, 왜 길가에 나와있지 않고 차보다 늦게나오냐며
타박을 하시는데 체격좋은 건장한 남자였으면 절대 그런말들 못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자라 무시받는 기분이 들었고, 제가 항의차 타다의 질 좋은 서비스를 언급한것을 시작으로
택시안에서 언쟁이 생겼습니다. 감정이 점점 격해져서 내려달라 여러번 요구했는데도
기사님이 도로라서 안된다는 핑계를 대며 계속 하차시켜주지 않더군요.
그 길은, 제가 중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등하교와 출퇴근을 버스로 해오던 남부순환도로입니다.
곳곳에 버스정류장과 어느정도의 인도가 자리하는 도로이며 제가 자전거도 가끔 타는 구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라서 내려줄 수 없다는 기사님이 저보다 이쪽 길을 잘 몰라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또 여자라서 길을 잘 모를거라고 생각해서 그러시는건지 알길이 없더라고요.
그냥 내려달라고만 계속해서 요구를 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택시기사와 승객과의 가벼운 다툼 정도구나,
오늘은 일진이 좋지 않구나 정도로밖에는 생각을 안했습니다.
그러다 택시기사님이 갑자기 집방향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려고 시도를 하셨어요.
브레이크를 잡으여 핸들을 한바퀴반쯤 돌리는 모습을 보고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신림동에서 학원사람들이랑 식사를 하고 온 터라,
얼마전 있던 씨씨티비사건이 식사자리의 중요한 이슈였어요.
저희 아버지도 개인택시를 하시기 때문에 당연히 안전하다 믿고 택시를 이용했던건데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으려 하는 모습을 보니
순간적으로 내가 너무 안전의식이 없었나 하고 아차 싶었습니다.
일단 제가 방향을 못틀게 막았어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어디로 가는거냐고
우리집은 직진이다 직진하라고 우회전하지 말라고하며 문을 억지로 열려고 하니 다시 차를
직진방향으로 잡더라고요.
한 5키로 정도 되는 구간을 그렇게 실랑이 하면서 오다보니 어느새 집 근처에 거의 다 와있었고,
아무리 내려달라 말을 해도 하차시켜주지 않으니 그럼 목적지까지 가 달라 했어요.
저 진짜 무서웠어요.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근데 그 상황에서 납치 어쩌고 하는 단어를 꺼내면
기사가 돌변해 어디서 흉기라도 꺼내들것만 같았어요. 그 와중에 그래도 사람을 그렇게 까지
의심하면 안되니까 이 사람은 돈 때문에 안내려준거다 생각하면서 집까지만 참아보자 생각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택시는 집을 지나쳐버리더군요.
뉴스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 도 있다는 생각.
어디 끌려가 강간을 당하거나 살해를 당하거나 진짜 내가 그런 일을 겪게 되나 하는 두려움..
반쯤 정신이 나갔는데 또 한 편으로는 이상하게 정신이 번뜩 들었습니다.
(참고로 술은 정말 조금 마신 상태였어요. 원래 주량 두병정도 되는데
그날은 평일이고 학원에서는 이미지 관리도 해야해서 4-5잔 정도만 마셨습니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냐 우리집방향은 여기가 아니지 않냐
욕을 섞어가며 난리난리 치면서 전투태세로 얘기했어요.
그 상황에서 조곤조곤 여성스럽게 굴었다가는 더 위험할것 같았거든요.
그랬더니 길을 잘못든것 뿐이라면서 다시 차를 돌리시더라고요?
그렇게 집에 도착했고, 무사히 도착한게 안도감이 들면서도
왜 괜한 오해를 만들만한 행동을 한건지 한편으론 화가 나더군요.
요금때문에 나를 안내려주고 길을 돌아오고 그런거냐 우리아빠도 택시하는데
이런식으로 영업안한다 얘기하니
아니라면서 이천원을 빼서 결제를 하시겠대요.
카카오택시라 자동결제 완료되었다는 핸드폰 문구 보고나서 저는 하차했습니다.
차안에서 진짜 무서웠어요. 정말 무슨짓 당하는건 아닌가 싶었는데
또 막상 집앞에서 내리니까 엄청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하차해서 집으로 걷고 있는데
"밖에는 블랙박스 없지 야 이 싸가지 없는년아" 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택시기사에 저에게 욕을하며 달려들고 있었습니다.
정말 너무 놀랐고 저는 순간적으로 손으로 쳐냈습니다. 이악물고 제가 칠수 있는 최대한 세게요.
그리고 바로 집으로 뛰어가려고 했는데 기사가 팔이고 어디고 죄다 붙잡으면서
계속 어딘가로 끌고가려고 하는 겁니다.
안그래도 계속 불안해하며 집까지 간신히 왔는데
집에 다 와서 끌려간다고 생각하니까 심리적으로 정말 형용할수 없을 만큼 무서웠어요.
게다가 집에는 치매초기 팔십대 할머니 혼자 계신데 집까지 쫒아올거 같기도 하고
신림동 씨씨티비 장면도 계속 생각나고 진짜 미치겠더라고요.
그와중에 계속 어디로 끌고가려고 하는데 그 사람이 제 몸을 잡고 있는것도
너무 소름끼치고, 그손은 아무리 뿌리쳐도 뿌리쳐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20대 여자고, 그분은 그래고 건강한 남자분인데 제가 힘으로 될리가 있나요.
그래서 제가 저를 잡은 손을 깨물었어요. 상처가 났는데도 저를 잡은손을 놓지를 않더라고요.
옆에 지나가던 행인이 무슨일이냐며 다가오니 그제서야 팔을 놓는데
그 행인에게는 자기는 택시기사인데 제가 자길 폭행하고 도망가려해서
붙잡고 있다면서 경찰에 신고좀 하게 저를 잡아달라고 했습니다.
그 행인분은 제가 여자라 그런지 붙들고 그러진 않으셨는데
아무튼 못가게는 감시를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한다며 전화로 어디로 와달라 이런 통화를 하였고,
경찰서 가면 본인이 분명 모든게 불리한데도 전화를 했다는게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주변에 있는 공범자를 부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어요.
일단 행인분이 같이 계셔 주시니까 저도 112에 전화를 해서 빨리좀 와달라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경찰차가왔고 파출소에 갔는데 눈물이 너무 나는 겁니다. 그냥 안도감이 너무 들었어요.
옆에 경찰도 잔뜩 있고 아 나는 이제 살았구나 생각이 드는데
그와중에 내일 출근해야되는데 생각도 나고 이런일을 당했는데도 걱정해줄사람
하나도 없다는게 서럽고.... 태어나서 그렇게 처음 울어봤습니다.
울다가 숨이 안쉬어져서 파출소에서 119까지 부를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그날은 아버지가 오셔서 저는 집에 먼저 갔다가
그 후에 경찰서 가서 진술하고 그리고 오늘 검찰청 계장이라는 분께 전화가 왔습니다.
진술할때는 경찰이
그 택시기사는 일이천원 더 벌려고 너처럼 어린애한테 욕 먹어가면서 일하는거라며
이사람이 어느 가정의 가장인데 식구들 먹어살리려고 힘들게 일하는 사람이고
저같은 사람한테 잘못걸렸다면서, 세상을 둥글게 살아야지 사사건건 다 걸고 넘어져서
경찰서 자주 들락거리는게 안좋은거다 하며 이상한 말씀을 두시간 내내 하셨습니다.
경찰이니 조용히 듣긴했는데....혹시 몰라 중간에 핸드폰 녹음기는 켜두었고요.
그 자리에서 블랙박스랑 씨씨티비는 둘 다 확인을 했습니다.
제가 때린거랑 문거 인정하냐고 해서 그런다고 했고요. 근데 끝끝내 왜 때렸는지 묻지를 않으셔서
저한테 달려들어서 쳐냈을 뿐이고 나를 붙들고 있는걸 뿌리치치 못하여 문거라고 얘기를 했는데
그냥 물었다 때렸다가 일단 중요하대요.
판단은 검사가 할거라면서...검사가 합의보라고 중간에 한번 부를수도 있다하길래
알겠다 하고 진술마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담장계장이라는 분이 전화가 왔는데..
합의 하라고 거의 협박을 하시네요.
내가 피해자인데 왜 합의를 해야하냐고하니 저는 피해자가 아니래요.
상대방은 제가 때렸다고 주장을 한다고요.
제가 뒤돌아 가서 갑자기 때렸다고 하냐고 하니 그렇다고 하면서
제가 쓴 진술서를 줄줄 읽으시는데 읽다가 진술서에 택시기사가 달려들었다 부분 읽으시더니
아무튼 자기는 모르겠고 합의 할건지 말건지나 말하랍니다.
아직 사과도 못받았고 그 분과 나 사이에 오해가 있었으면 합의가 되는건데
진짜로 나쁜 의도가 있었던거면 합의하고 자시고가 어딨냐하니
저보고 말귀를 못알아듣는다면서 자기는 모르고 검사님이 그랬으니 그때와서 얘길하던지 하고
아무튼 판단은 우리가 하는거예요 아시겠어요? 하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요.
합의하던지 벌금내던지 저보고 결정을 하라는데 이게 협박으로 느껴지는건 제 기분탓인가요?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될 것 같은데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혹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따끔히 알려 주세요.
혹 제가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따뜻한 조언 부탁 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